크리스마스를 맞아 남해 독일마을을 찾았다. 독일마을에 오면 뭔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푸르른 겨울 바다를 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물건항의 빨간 등대, 하얀 등대가 새파란 바다 위에 서 있었고, 멀리 섬의 실루엣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숙소에 들어와서 짐을 풀고 잠깐 휴식을 취한뒤에 밖으로 나왔다. 배가 고파서 얼른 저녁을 먹으러갈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독일마을에 왔으니 독일 음식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독일 가정식을 파는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으로 가는 길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며 보이는 바다가 아주 멋있었다. 새파란 바다 수평선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 위로 붉그스름한 노을진 하늘이 보이고 차가운 공기를 쐬며 내려 걸어가는 길이 즐거웠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당케 슈니첼이라는 독일 가정식을 파는 식당이었다. 독일마을 초입에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가 마침 오픈시간이어서 별 기다림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따뜻한 구석 자리에 앉아서 둘이서 셋트 메뉴를 시키고 맛나게 식사를 했다. 슈니첼과 굴라쉬, 케제슈페츨리 이렇게 세가지 메뉴가 나왔다. 시원한 맥주랑 먹으니 찰떡궁합, 음식들이 다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었다.
맛난 음식들을 먹고 술도 마시고 기분 좋은 채로 밖으로 나섰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이제 해가 넘어가려나 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는 독일마을의 멋진 노을 풍경. 멀리 물건항이 보이고 주홍색 지붕들의 조그만한 집들이 보였다. 독일마을을 떠올리면 항상 생각나는 이 풍경, 너무 아름다웠다.
날이 어두워지고 우리는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재정비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독일마을 여기저기 있는 작은 가게들에 들러서 기념품들을 구경하며 크리스마스를 느껴보기로 했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인형과 오르골, 꼬마 병정들, 독일 과자, 빵, 인테리어 소품들. 눈이 팽팽 돌아가는 즐거운 쇼핑시간이었다.
식료품 가게에 들렀을 때 눈이 진짜 팽팽 돌아갔다. 사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우리가 사서 나온 건 소시지 뿐. 하하. 펜션에서 구워 먹을 요량으로 맛나보이는 카바노치를 사들고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맥주! 독일 마을에는 주류를 파는 상점들이 많았는데, 다양한 독일 맥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게마다 가격이 좀 달라서 여러군데 들러보고 제일 저렴한 곳에서 구매를 했다.
펜션에 돌아와서는 우리 둘의 만찬을 즐겼다. 독일마을에서 사온 소시지를 굽고, 겨자씨 머스타드도 한스푼 얹어 같이 먹었다. 그리고 주류 마켓에서 사온 맥주까지!
소시지와 맥주를 먹고나니 갑자기 매콤한 라면이 땡겼다. 마침 캐리어에 너구리 한 봉지가 있어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라면인가? 라면을 먹으니 비로소 완성되는 맛. 배부르게 먹고 쿨쿨 잠에 빠져 들며 남해의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