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기 시작한 요즘 겨울. 우리는 새파란 바다를 보고 싶었다.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찾아보다가 울산 간절곶을 찾게 되었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간절곶.
새해 일출을 보러 떠나고 싶었는데 둘 다 독감에 걸려서 골골거리는 바람에 일출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 뒤늦게 일출 명소를 찾게 되었다.
물론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지만 말이다. 하하.
자글자글한 돌맹이들이 가득한 해변이 이어졌다. 짙푸른 바다 끝에는 절벽이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해변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간절곶을 향해 걸어갔다. 푸르른 바다를 옆에 두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둘이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참 좋다!
간절곶은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이날따라 날씨가 참 맑았어서 더 좋게 느껴진건가? 겨울인데 초가을 같은 날씨였다. 햇살은 따뜻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간절곶에 도착했다. 짙푸른 수평선이 우릴 반겨주었다. 누가 자를 대고 스윽 칠해 놓은 것처럼 푸르렀던 먼 바다의 수평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어서 그저 푸르기만 했다.
바다 위로 솟아 오른 검은 돌들과 비죽비죽 솟아난 바닷가의 소나무들 그리고 이름 모를 빛바랜 잡풀들까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바다 위에 둥둥 뜬 어느 섬에 놀러온 기분이 들었다.
바다를 보며 시원하게 한 잔 하고 싶어서 근처 매점에서 맥주캔을 두 개 사왔다. 바다를 보면서 캬아- 맥주를 들이켰다.
간절곶 바다가 어찌나 맑은지 막 뛰어들어서 수영을 하고 싶었다. 속 안이 투명하게 보이던 바다. 바다를 보고 맥주를 마시고 또 바다를 보고 맥주를 마시고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간절곶에 커다란 우체통 조형물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 뒷편에 진짜로 무언가를 부칠 수 있는 우체통이 있었는데 엽서를 가져와야해서 뭘 적고 부쳐볼 수는 없었다.
다음 번에 올 때는 엽서를 들고 와야겠다.
우체통 조형물을 지나서 쭈욱 길을 따라 걸어가보았다. 멀리 아파트와 공장들이 보였다. 공장 굴뚝 위에서는 연기가 펄펄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맑은 바다와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잠시 해변으로 걸어 내려가 쏴아- 쏴아- 들이치는 파도를 바라보기도 했다. 어쩜 이리도 눈부시게 새파란지! 차가운 공기를 쐬면서 보는 바다는 왠지 더 청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름 바다를 보다 보면 보면 겨울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종종 있었다.
간절곶은 왜 이름이 간절곶일까나?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주는 곳이려나? 뭔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겠지만, 일출 명소 답게 해가 떠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소망할테니 '간절곶'이라는 이름이 참 적절한 것 같다.
간절곶 해안을 걷다가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컨셉으로 꾸며놓은 공간이 나타난다. 토끼의 해를 맞아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를 컨셉으로 만든 것 같았다. 만화 속에서 보았던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니 재미났다.
우리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간절곶 반대편 방향으로 걸어가보았다. 간절곶 부근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반대편 해안길은 무척 한산했다. 파도소리와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만 날 뿐이었다.
길 따라 걸으며 푸른 바다를 느끼고 사색하기 좋았던 간절곶, 일출을 보러 다시 이곳에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