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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아바노스 초르바(Avanos çorba)에서 먹은 파차 초르바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터키) 2023. 2. 13. 19:40728x90반응형
지난포스팅
카파도키아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날.
아침 일찍부터 눈 비비고 일어나 일출을 보고 온 뒤에 우리는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찍 체크아웃을 한 뒤에 렌트카에 올라 탔다.
터키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전, 우리는 잠깐 아바노스(Avanos) 지역을 둘러 보고 가기로 했다. 아바노스는 도자기로 유명한 카파도키아의 작은 마을인데 네브셰히르 공항과 1시간 거리라서 떠나기 전에 둘러보기 딱 좋은 위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먼저 아바노스에서 아침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Avanos çorba'라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터키어로 çorba(초르바)는 수프(Soup)라는 뜻이다. 3박 4일동안 머무르며 먹었던 호텔식 조식이 질려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일부러 찾아간 곳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데 몰아치는 시선에 약간 움찔했다. 테이블마다 나이 많은 터키 할아버지들이 앉아 있었다. 왠지 분위기가 시골의 오래된 국밥집 느낌이었다. 이런 곳에 생김새 다른 그리고 젊은 커플이 찾아왔으니 그래 쳐다보지 않는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콧수염이 멋있던 가게 사장님은 무척 친절하셨다. 메뉴판을 가져다 주셨는데 온통 터키어라서 알아 보기가 힘들었다. 초르바가 수프라는건 알겠는데 각 메뉴들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더라.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가게 사장님께서 메뉴를 추천해주셔서, 추천해주시는 메뉴로 주문을 했다.
우리는 수프를 주문했는데 커다란 접시에 샐러드가 푸짐하게 나왔다. 그리고 으흘랄라 계곡 식당에서 먹어 보았던 요거트와 딜을 섞어 놓은 듯한 요리와 토마토로 만든 소스도 나왔다. 그리고 빵, 터키의 어느 식당에 가나 빵은 물처럼 항상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다. 수프가 나오기 전에 빵에 소스를 찍어 먹으며 배를 달랬다.
먼저 나온 붉은 양고기 수프 파차 초르바(Paça çorba). 나중에 검색을 좀 해보니 '파차(Paça)'는 양 머리를 통째로 우려내서 만드는 국물 요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소머리 국밥과 비슷한 느낌이려나? 그 맛도 우리나라 곰탕과 비슷했다. 푹 진하게 고아낸 고기 육수에 고춧기름이 섞인 국물 느낌, 일단 매콤함에서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그리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여러 양의 부위가 믹스된 초르바, 파차 초르바에서 양의 내장이 다양하게 담긴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느낌의 국이었다. 내장을 좋아하는 남편이 즐겁게 먹을 수 있었던 메뉴였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내장국밥이라고 해야할까나? 양의 내장과 살코기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테이블 구석에 빨간 뚜껑이 달린 투명한 통 안에 마늘 소스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초르바가 나왔을 때도 맛나게 잘 먹긴 했는데, 옆에 마늘 소스를 보고 한 스푼 떠 넣으니 천상의 맛이었다.
근데 마늘 소스를 넣으면 더 넣을수록(한통 다 넣어도 우린 먹었을거다) 더, 더, 더 맛있어지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 마늘 넣으니 왜 이렇게 더 맛있지? 정말 한국인은 마늘의 민족인가 보다. 아무리 넣어도 또 넣어도 성에 안차는 마늘! 국 안에 마늘을 넣으면 우리가 알던 육개장 같은 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르바를 맛나게 먹고 나서 여유롭게 차이도 두 잔 주문해서 차를 즐겼다. 오랫만에 마늘 듬뿍 들어간 칼칼한 국물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아바노스에서 한국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꼈다. 고기 투성이인 이 터키에서 한국의 맛이 느껴지는 마늘과의 만남,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흐하하.반응형'지구별 여행자 > 튀르키예 (터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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