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양면 땅 끝에 다다라서 다리를 건너면 백야도에 닿는다. 작은 섬에 다리가 연결되어 '도'자가 붙었어도 섬 같지 않았다. 우리는 백야 선착장에서 하화도 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배를 타기 전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발견한 어느 식당. 빨간 간판에는 하얀 글씨로 '손두부'라고 적혀 있었다. 하얀 건물 벽 위로는 백야도 손두부라는 글씨가 보였다. 슬쩍 안을 보니 손님들이 두부를 먹고 있었다. 몽글몽글한 촌두부를 생각하니 군침이 돌았다. 하화도에서 뭐라도 거하게 먹을 생각이었으니 여기서 간단히 두부나 먹고 갈까 싶어 들어갔다.
두부 소자와 낭도 막걸리 하나를 시켰다. 주인 아주머니는 바깥에 있는 커다란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하나 꺼내 주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생 막걸리와 고슬고슬한 두부, 그리고 맛있는 김치. 날씨는 또 어찌나 좋던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하늘은 파랗고 내리쬐는 햇살은 따스해 보였다. 막걸리도 두부도 김치도 술술술 들어갔다.
따끈한 두부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간장 섞은 양파와 먹어도 맛있고 김치랑 먹어도 맛있었다. 게다가 시원한 막걸리와 함께하니, 마음 같아서는 두부도 막걸리도 더 시켜 먹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서 참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을 들락날락 거렸다. 아침 햇살에 고양이 털이 뽀송뽀송해 보였다. 귀여운 녀석을 불러 보았으나 아는체도 안하고 제 갈길을 갔다. 아마도 이 손두부 식당이 익숙한 고양이인 것 같았다.
두부와 막걸리를 맛있게 먹고 나서 항구로 돌아왔다. 오징어 말려 놓은 그림자가 귀여워서 사진으로 담아 뒀다. 그런데 항상 의문이었던 것이 있다. 어째 이렇게 말려 놓은 것들에는 파리들이 안 찾아올까?
배에 오르고 하화도로 향한다. 하화도로 가려면 그 전에 제도, 개도을 들러야 한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바다가 에메랄드 빛깔이었다. 어느 동남아 이국의 바다 못지 않았다. 잔잔한 바다 위로 배가 나아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