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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계국 만발한 하화도 꽃섬길트레킹 그리고 맛난 식사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1. 6. 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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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화도(下花島).

    백야도 선척장에서 하화도행 표를 샀다. 하화도행 배편은 온라인 발권이 안되고 현장 발권만 된다. 11시 30분에 출발하고 5시에 돌아오는 마지막 배편을 끊었다. 하화도에 도착해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당장 배가 너무 고팠다.

    배를 기다리며 근처 식당에서 간식 삼아 손두부와 막걸리를 먹었다. 부드러운 두부와 시원한 막걸리, 백야도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고 하화도행 배에 올라탔다. 배는 곧장 하화도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조그만 섬 제도와 그보다 더 커보이던 섬 개도를 들렀다가 마지막에 하화도에 닿았다.


     



    아름다운 꽃섬 하화도.

    임진왜란 때 안동 장씨가 뗏목으로 가족과 피난을 하던 와중 이 섬을 지나게 되었다. 섬에 동백꽃, 섬모초, 진달래가 가득해 아름다운 섬이라 여겨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항해를 하다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을 보고 화도라고 명명해 지금까지 그 이름이 전해져 내려온다고도 한다.


     



    새파란 하늘에 더 푸르딩딩한 바다가 멋진 날씨 좋은 날이었다. 안내판을 따라서 섬을 한바퀴 걸어보기로 했다.

    마을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나무가 우거진 풀로 무성한 숲길이 나타났다. 오르막 경사 길을 숨차게 오르다 보니 먼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멀리 바다 위에 그림처럼 둥둥 떠있는 섬은 상화도였다. 두개의 꽃섬 중 위쪽은 상화도, 아랫쪽은 하화도라 불렀다고 한다.


     

     



    먼 바다를 뒤로하고 다시 걸었다. 바다를 보며 쉬엄쉬엄 걸으니 전혀 힘들지 않았다. 풀내음 진하게 풍기는 흙길을 걸으니 기분이 들뜨며 좋았다. 곧 한여름이 되면 더워서 이렇게 언덕을 오르는 것도 버거워 질 것이다. 지금은 가만히 나무 그늘 밑에 서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서 걷기 딱 좋았다. 오르막 길을 걷다가 선바구 정상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 곳이 작은 언덕의 꼭대기였나 보다.


     



    선바구 정상에서 조금 더 걸어 나갔다. 황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너른 들판에 노란 금계국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잔잔해 보이는 바다는 청록빛 물감을 타놓은 듯한 색깔이었다. 바다 위로는 섬들의 실루엣이 은은하게 떠있었고 바다 아래로는 푸르른 녹음이 펼쳐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금계국들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이곳에 온 우리를 환영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 날씨는 또 왜 이리도 좋은지, 하화도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푸르른 바다에 뛰어들고, 저 노란 꽃들이 넘실거리는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새 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고운 새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멍하니 눈앞의 풍경을 바라 보았다.


     



    금계국 꽃밭을 지나 다시 꽃섬길 트래킹을 시작했다. 아까보다 좀 더 높은 곳에 다다르니 하화마을과 멀리 다른 섬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겹겹히 바다 위에 쌓여 있는 섬들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벌레 소리, 새 소리 외에는 들리는 소리가 없었다. 바다가 가까워져 오면 간간히 파도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어서 우리가 이 섬을 통째로 빌린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아무도 없는 들판을 걸으니 아무 이유도 없이 기분이 들떴다. 걷기만 해도 이렇게 좋구나.


     

     



    멀리 보이는 기암괴석이 너무 멋있어서 잠시 걸음을 멈춰 세웠다. 햇살이 바다 위에서 가득 부서지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바다를 한참 바라 보았다. 멀리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우리가 서 있는 언덕 위까지 닿았다.


     

     



    섬의 한쪽을 돌고 나서 마을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았다. 섬을 크게 한바퀴 돌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담장이나 집 외벽에 그려진 귀여운 벽화들을 구경하며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 언덕 위에서 멀리 내려다 보이던 마을 풍경이 어른거렸다.


     

     

     



    마을 길을 걷다가 보이던 어느 식당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사장님~'하고 불러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고 식당 안에는 파리들만 날아 다녔다. 안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다른 식당을 알아 보았다. 지도 앱을 검색해 보니 우리가 서 있던 곳 근처에 '꽃섬 식당'이라는 곳이 있길래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갔다. 그런데 너무 맛있게 먹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식당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인상 좋은 아저씨께서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당연히 생선구이를 시켜야지 싶었는데, 메뉴판 제일 위에 적혀있던 해물쌈밥이라는 메뉴가 갑자기 툭 보였다.

    해물쌈밥이 뭐지 싶어서 아저씨께 여쭤보았는데 갑오징어, 문어, 고동 등등을 볶아낸 것을 쌈에 싸먹는 거라고 하셨다. 우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아저씨가 웃으며 한 번 먹어보라고 맛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셨다.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해물쌈밥 2인분을 시켰다.


     

     



    처음 보는 스타일의 해물볶음은 적당히 짭조름하고 매콤했다.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 향이 끝내줬다. 아삭거리는 상추에 조밥을 한 숟가락 얹고 해물들을 올려 싸먹으니 꿀맛이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해물들의 식감과 아삭한 파의 식감이 살아 있어 좋았다. 가장 맛있었던 갑오징어는 먹다 보니 제일 먼저 뱃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에 앗차! 하고 남은 밥을 볶음에 비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여기서 거북손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달달했다. 같이 나온 미역국에서는 깊은 바다 향이 났고 찬들도 하나같이 다 맛있어서 배가 부른게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배가 덜 불렀으면 아마 생선구이도 시켜 먹었을 것이다. 다음에 이 식당 때문에라도 하화도를 다시 찾아야겠다 싶었다.


     

     



    이제 돌아가는 배를 타기까지 1시간 남짓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섬을 온전히 돌아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아쉬운대로 야생화 공원 쪽만 잠깐 들렀다 선착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옆에 해변읕 끼고서 야생화 공원을 향해 걸었다. 길따라 난 담벼락 위에는 데이지 꽃이 만발해 있었고 해변 위에는 작은 돌맹이들이 가득했다. 파도 치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야생화 공원에는 양귀비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그리고 넓고 평평한 땅 위에는 텐트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이곳이 아마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인가 보다. 근처 화장실에는 작은 샤워실도 딸려 있었다. 우리는 야생화 공원을 지나서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야생화 공원의 작은 정자를 지나서 위로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넓은 들판이 나타났다. 들판 위에는 코스모스와 금계국이 가득 피어 있었다. 어딜 가나 이렇게 들판이 보이면 꽃들이 넘실거렸다. 정말 이름 그대로 여기는 꽃섬인가 보다. 나무 울타리 너머로는 푸른 바다와 길게 늘어진 산이 보였다.


     



    나무 데크가 깔린 전망대로 가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파도가 절벽에 닿아서 끝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더 올라갈까 싶었으나 시계를 보니 30분 뒤면 백야도로 돌아갈 마지막 배를 탈 시간이었다. 더 갔다간 배를 탈 수 없을 것 같아서 서둘러 선착장 쪽으로 돌아갔다.


     



    야생화 공원을 지나서 선착장으로 가는 길, 우리는 해변에서 잠깐 물수제비를 떴다. 잘잘한 돌맹이들을 주워 자세를 낮추고 멀리 돌을 던져 보았다. 해가 많이 내려와서 바다가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다.

    살짝 갈증이 나서 마을회관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아주머니께서 마침 녹은 아이스크림이 있다며 메론바를 하나 더 주셨다. 아이스크림 세 개를 후다닥 먹어 치우고 돌아가는 배에 올라탔다. 돌아서기가 아쉬웠다. 바다와 꽃, 맛있는 음식 그리고 마음 편안해지는 고요함. 잊지 못할 하화도, 왠지 모르게 이곳을 올해 다시 찾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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