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요르단까지 가려면 직항이 없어서 중간에 어딜 꼭 들려야했다. 우리는 인천을 거쳐서 카타르 하마드 국제공항을 경유해 암만으로 가는 티켓으로 발권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밤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여서 인천공항에는 노을 질 무렵에야 도착했다.
비행기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다. 밤 비행기는 참 오랫만에 타보는 것 같다. 인천공항에 와서 이것저것 구경하려고 했는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문 닫은 곳들이 대부분이라 구경할 것들은 별로 없었다. 10박 11일의 여정이니만큼 여행가면 한식이 그리울 것 같아 한국에서 먹는 마지막 한 끼는 한식당에서 해결했다.
육개장과 순두부찌개 그리고 고등어 구이를 먹었다. 완전 맛있게 잘 먹었다. 앞으로 이 맛이 얼마나 그리워질꼬? 우리 둘 다 외국 여행가면 그 나라 음식들을 잘 찾아서 먹는 편이다. 그리고 되게 맛있게 잘 먹는다. 그래서 컵라면이나 햇반 같은걸 잘 챙겨다니진 않았다.
그런데 저번 터키 여행 이후로, 우리가 뼛속 깊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기를 참 좋아라하는 우(Woo)도 막상 고기만 먹으니 정말 힘들어했다. 마늘과 고추의 민족임을 뼈저리게 깨달은 우리는 이번 요르단 여행에서는 객기 부리지 말고 컵라면 많이 챙겨가자 말했더라지.
인천공항 편의점에서 컵밥, 컵라면들을 사서 캐리어에 쑤셔 담았는데, 와! 요르단 여행 중 이것도 모자라서 어찌나 피눈물이 나던지. 다음에는 더더욱 많이 챙기리라 다짐했다.
뚝딱이. 대체 어디서 들고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라이터. 우리 목포 여행 갔을 때 전기 통닭구이 포장해오면서 하나 챙겨온 라이터였다.
여권 내밀고 이제 짐 부칠려고 하는데 승무원이 위탁 수화물 안에 '뭐시기 저시기 그리고 라이터 어쩌구 저쩌구 없으신가요~~?' 이러는 순간 우(Woo)가 '헉' 하고 놀래면서 캐리어 안을 뒤져서 찾아낸 라이터.
대체 이걸 왜 가져왔냐고 물으니 와디럼 사막 가서 불 지필 일이 혹시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캐리어에 넣었다고 말하던 우(Woo). 우리 사막에 생존체험 하러 가는거 아닌데요... 대체 사막에서 불 지필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지만 너무 어이가 없고 웃긴 상황이라 저 뚝딱이는 기념삼아 일단 들고가기로 했다.
(하지만 카타르 항공에서 버려진 우리의 뚝딱이...... 라이터 반입 금지래서 어쩔 수 없이 버렸다.)
출발 안내판을 보면서 인천공항에서 갈 수 있는 곳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새삼 또 느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저 수많은 나라들의 도시들이 그림의 떡 같았다. 예전에 부천 살 때는 인천공항이 코앞이라서 정말 편했는데, 지방에 사니까 이런 점은 참 불편하다.
인천공항까지 오는 것도 한나절 걸렸다. 크흡... 이미 벌써 녹초가 된 기분. 그래 피곤하면 좋다. 비행기에서 자면 되는거지 뭐!
비행기에 오르기 전 비상 식량으로 스타벅스에서 음료와 샌드위치를 샀다. 기내식이 맛없어서 별로 먹지 못하는 경우에 중간에 배가 많이 고파서 항상 뭘 사들고 들어가곤 했다. 이번에도 사들고 가길 정말 잘했다. 카타르 항공 기내식은, 음, 배를 채우기 위해서 열심히 먹었다.
흑.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타고 기내식 비빔밥으로 먹는게 정말 천국이었지.
밤 비행기라서 잠이 아주 솔솔 왔다. 낮 비행기보다 오히려 나은 것 같더라. 낮 비행기는 영화를 보고 또 보고 그리고 억지로 자려고 해봐도 계속 비행기는 날아가고 있었는데, 밤 비행기는 일단 밥 먹고 졸리니 자리가 불편해도 잠은 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다가 스르륵 잠들고 스르륵 깨나면 어느새 비행기는 지구 반대편 위를 날고 있었다.
약 11시간 동안의 긴 비행 끝에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서 내렸다. 우리는 환승해야하니 Transfer Desk 쪽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승을 하려고 카타르에 왔다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트랜스퍼 쪽으로 이동했다.
환승 게이트로 가려면 짐 검사를 다시 맡아야했는데, 이 때 우리의 뚝딱이는 버려졌다. 앞에 라이터는 안된다는 문구가 떡하니 적혀 있어서 이 아이를 데려갈 수가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우(Woo)가 말했던 것처럼 사막에서 한 번 불이라도 지펴 볼 걸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군. 안녕 뚝딱이. 그래도 이 녀석! 멀리 카타르까지 여행했네!
카타르 공항에서 2시간 30분 뒤에 암만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시간이 꽤나 남은 상황이었다. 공항을 둘러보며 쇼핑 좀 하고 맛난 것들을 사먹을까 싶었다. 카타르 공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흐물흐물 무너져내리는 것 같던 곰돌이 조형물이었다.
공항 한 가운데에 커다란 곰돌이 조형물이 있었다이렇게 기념품 샵에서 곰돌이 모형을 팔기도 했다
어떤 게이트로 가려든지 이 가운데 광장 같은 곳을 지나가야해서 커다랗고 노란 곰들이는 무조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커다란 곰돌이 앞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느라 바빴다. 기념품 샵에서는 이 곰돌이를 팔기도 했는데, 이 때만 해도 카타르가 어떤 나라인지 감도 없어서 우와 맛난거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들떠 있었지.
근데 식당들을 둘러보는데 어라, 1 카타르가 대체 얼마지? 1카타르당 대충 350원 정도였다. 그렇게 계산해보니까 가격이 어마무시한 것이다. 라면 하나에 2만원이 넘고 코리안 스타일 바베큐 치킨이 5조각에 무려 2만 5천원 정도. 이거 진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환율이 잘못된 것일거야라고 부정해보았지만 진짜였다. 진짜 넘사벽 물가였다.
카타르 항공에서 제일 저렴해보였던 KFC눈물의 징거버거 세트
우리가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라면을 2만원 넘게 주고는 먹지 못하겠더라. 뭔가 사치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곳은 KFC였다. 초라한 징거버거 세트 하나가 무려 만 오천원이었다. 아니 싸이버거 세트를 사도 이 가격은 안나올텐데, 으아아악!
계산할 때 점원이 치즈 추가할까요? 매운 소스 추가할까요? 이런저런 질문 폭격에 그냥 해주는 줄 알고 다 추가한다고 했더니만, 가격이 엄청나게 불어나서 거의 2만원이 넘어가는 느낌이라서 그냥 '다 빼고 그냥 징거버거 세트로 주세요'라고 비굴하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흑흑.
인천공항 스타벅스에서 산 리프파이값 비싼 아메리카노...
둘이서 징거버거 세트 하나로 아주 소중하고 맛나게 알차게 먹었다. 인천공항에서 혹시 몰라서 사뒀던 리프파이, 이 녀석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거의 8천원 돈 주고 사와서 쟁여놓은 리프파이를 꺼내서 야금야금 후식으로 먹었다. 꿀맛이었다.
우리가 앉아있던 테이블 옆에는 벽이 있었는데, 그 벽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뭔가 면을 삶는 듯한 아니면 국물을 끓이는 중에 나오는 연기 같았다. 순간 군침이 싹 돌았다. 아씨, 그냥 라면 먹을 걸 그랬나? 우리 상황이 참으로 웃겼다. 다음에는 카타르 경유 안할래!
곰돌이 안녕열차를 타고 떠난다열차타고 넘어온 다른 공간
우리의 게이트 넘버가 뭐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암만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면 공한 안 열차를 타고 다른 쪽으로 넘어가야했다. 징거버거 세트 하나 먹고 나서는 우린 풀이 확 죽어서 얼른 카타르 항공을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여기서 뭘 더 쇼핑하고 사먹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가 탈 비행기였나?도하에서 암만으로
암만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꽉 찼다. 낯선 복식과 낯선 얼굴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가 진짜 요르단으로 가긴 가는구나. 얼른 암만으로 가고 싶었는데 동시에 정말 도착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완전 낯선 공간 그리고 낯선 일들이 후루룩 펼쳐질까봐 긴장되더라. 여행 갈 때 별 긴장을 안하는 편인데 왠지 요르단은 달랐다.
카타르에서 암만 가는 비행기가 더 좋았다여전히 적응 안되는 기내식 하하
암만 퀸 알리아 공항까지 카타르에서 3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동안 'You've Got Mail'이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 영화 보고 기내식 먹고 그러다 보니 3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요르단 암만 퀸 알리아 공항에 도착했다. 대구에서부터 인천 그리고 카타르 도하, 암만까지 정말 긴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