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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츠부르크(Salzburg) 여행 시작, 낯선 이방인이어도 좋다.
    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 2021. 6. 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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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눈이 떠져서 곧장 숙소 식당으로 향했다. 유럽여행 와서는 꼬박꼬박 아침을 잘 챙겨 먹었다. 늘 비슷한 음식들이었지만 항상 맛있었다. 즐거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날은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숙소 안에 TV가 있어서 음악 채널을 틀어 두었다. 짐을 정리하는 동안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내 취향이었다. 기억해 두려고 노래 제목을 적어 놓을 종이 같은 것이 필요했다. 그 때 내 눈앞에 보이던 데일밴드! 급하게 데일밴드에 TV화면에 보이는 가수와 노래 제목을 휘갈겨 적었다. 여행 중 신발에 닿는 발목 쪽 살이 자꾸만 까져서 데일밴드를 들고 다녔는데 이런 곳에 쓰일 줄은 몰랐다.

    이 날 알게된 음악들을 유럽여행 내내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 노래들을 듣으니 여행 중 기억들이 언뜻언뜻 머릿속에 떠올라 좋았다. 무모했으나 용기가 있었던 지난 시절의 내 자신이 무척 그리워졌다.


    같이 다니느라 고생 많았던 캐리어



    숙소에서 뮌헨 버스 정류장까지 꽤 거리가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철교를 건너와 뮌헨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잘츠부르크행 버스 타는 곳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와중에 사무실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어 들어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금방 해결이 되었다. 역시 모를때는 지체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최고이다. 되도록 혼자 해결하려고 하고 물어보는 것을 어려워하던 나도 여행을 다니며 조금은 바뀌었다.

    10시 50분에 출발하는 버스였는데 버스가 40분쯤에 와서는 그냥 쌩 출발했다. 버스가 늦게오는 건 봤어도 이렇게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출발해 버리다니 당황스러웠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버스를 타려면 항상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와야겠다고 마음에 새겼다.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순간, 창밖으로 드넓은 바다가 보였다. 사실은 바다처럼 보이던 큰 호수였다. 시커멓게 퍼런 파도가 치는데 어찌 바다가 아니고 호수인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호수를 스치고 국경을 지났으니 드디어 오스트리아에 당도했다. 한국에서 미리 사가지고 온 쓰리 유심을 갈아 끼웠다.




    짤츠부르크 ZOB(중앙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뒤 핸드폰 구글 맵을 켜고 숙소를 찾아갔다. 실시간 위치 버튼을 누르며 걸어가면 내가 위치한 곳이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가 되었다. 때문에 내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방향이나 길을 잃을 걱정이 없어 무척 편리했다.

    물론 이렇게 구글맵을 이용해도 종종 길을 잃은 적이 있지만, 그것은 바보 같은 내 탓이지 구글 탓은 아닐테다. 잘츠부르크 중앙역(Salzburg Hauptbahnhof)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숙소까지는 10분 정도가 걸렸다.




    큼직한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곧장 리셉션이 나왔다. 체크인을 하고 쇳덩이 같은 묵직한 열쇠를 받아 들었다. 열쇠를 들고 다니기에는 꽤 무겁게 느껴졌다. 카드키가 대중화된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진짜 열쇠를 받으니 기분이 색달랐다.




    이 곳은 잘츠부르크 성삼위일체 교회(Dreifaltigkeitskirche) 옆에 자리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교회는 1700년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2차 세계대전 때 불탄 것을 재건했다. 교회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아니면 주위를 온통 둘러싼 하얀 빛깔 때문인지 건물에 들어서니 절로 엄숙해졌다.

    섬세하게 조각된 분수대가 정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그 위로 구름 꽉 낀 네모난 흐린 하늘이 보였다. 아치형 흰색 기둥이 네모난 공간을 둘러 싸고 있었다. 복도를 따라 캐리어를 드르륵 끌며 걸어갔다. 다행이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었다.


    초록 카펫이 인상적인 복도
    복도 창가로 보이는 화사한 꽃들
    일정 시간마다 시계탑에서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초록색 카펫이 깔린 복도가 나타났다. 창가에는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 있었고 하얀 벽면에는 종교화들이 걸려 있었다. 리셉션에서 받아든 묵직한 열쇠로 방문을 열었다. 혼자 쓰기에는 과분한 넓오 쾌적한 싱글룸이 나타났다.

    이 숙소의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유럽의 다른 숙소들과 달리 바닥이 카펫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펫인 경우 맨발로 다닐 수 없었고 그렇다고 신발을 계속 신고 다니기에도 찝찝했다. 따로 숙소에서 슬리퍼를 주는 것도 아니여서, 슬리퍼를 챙겨오지 못한 나는 숙소 안에서도 여행 중 신고 다니던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 특히 샤워하고 나와서 때묻은 운동화를 다시 신을 때 그 찝찝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유럽여행 때 필수품 중 하나를 이야기 해보라고 누가 묻는다면 먼저 슬리퍼를 외칠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싱글룸의 모습
    로텐부르크에서 데려온 여행의 동행 토끼인형 바람이
    침대위에 살포지 놓여진 타올과 쨈



    넓은 공간에 큼지막한 책상, 테이블, 옷장 그리고 침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이 숙소는 바닥이 카펫이 아닌 점 그리고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 점이 특이했다. 이 정도 가격의 싱글룸이면 보통 공용 욕실을 이용해야 했는데, 방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마련되어 있어 정말 편리했다.

    숙소 테이블 위에는 성경책이 놓여져 있었고 우측 벽면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성경책을 슬쩍 들춰보니 독일어가 잔뜩 적혀 있어서 바로 덮어 버렸다. 테이블 옆 침대 위에는 타올과 함께 앙증맞은 크기의 잼이 놓여져 있었다. 나를 위한 선물인가 보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잘츠부르크 시내 모습가 보였다. 이 숙소의 특장점은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잘츠부르크 주요 관광지들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라벨 정원과 모짜르트 생가는 바로 옆이라고 말해도 될 수준으로 가까웠다. 그리고 근처에 마트가 있어서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간단히 간식거리를 사가기 좋았다.


    숙소에서 나와 잘츠부르크 시내를 거닐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이리저리 방을 구경하다가 밖으로 나섰다. 커다란 나무로 된 대문을 열고 나서자 마자 이국적인 잘츠부르크 풍경이 나를 감쌌다. 이 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정말 다른 세상임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만큼 색다르고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이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을 오갔던 유럽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을 한 곳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잘츠부르크라고 외칠만큼 난 이 작고 평화로운 도시가 너무 좋았다.

    이 좋은 도시 잘츠부르크의 첫 시작. 나는 제일 먼저 모짜르트 생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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