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잘츠부르크 패터 수도원 카타콤
    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 2021. 7. 3. 22:36
    728x90
    반응형

    대성당에서 잠시 비를 피한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호헨잘츠부르크 성으로 향하는 푸니쿨라를 타는 곳. 여행자에게 비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우산이 있어도 쓸모없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린다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비가 그친 후에는 참으로 좋았다. 공기는 왠지 더 신선하게 느껴지고 짙은 풀향이 풍겨왔다. 비에 젖은 세상은 더욱 더 밝고 선명하게 보였다.






    푸니쿨라로 향하던 도중 우연히 마주치게 된 카타콤. 카타콤(Catacomb)은 기독교 초창기 때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지하에 마련된 예배장소와 무덤을 통틀어서 칭하는 말이라 한다. 카타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릴적에 했던 디아블로라는 게임화면이다. 카타콤에 들어서면 음산한 지하 돌무덤 탐험이 계속된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몬스터들을 조심하며 한발짝 한발짝 움직였다. 무서워서 항상 소리를 꺼두고 게임을 했었다. 그렇게 무서워했으면서도 참 재미나게 게임을 했었더라지.


    St.Peter 성당







    아무튼 카타콤이란 단어는 내게 공포로 각인되어 있는 단어였다. 하지만 잘츠부르크의 카타콤은 아름다웠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득했고 비가 내리다 그쳐서 촉촉하게 젖은 풀잎들이 싱그러웠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십자가들은 왠지 모르게 이 공간을 성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무덤들은 아마도 기독교 성인들의 무덤인 것 같았는데 비석에 적힌 연대를 보니 어마어마했다.






    죽음, 인간에게 있어서 필연적인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다. 무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왜 그렇게 음산하고 무서웠던 것일까? 나에게 먼 것만 같았던 죽음이 가까이 와닿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카타콤에 와서는 부르르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덕분에 잘 꾸며진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한낮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컴컴한 밤중에 혼자 이곳에 온다면 아마 벌써 기절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카타콤 안에 있는 성당에 슬며시 들어가 보았다. 이곳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무척 아름다웠기에 기억에 남는다. 스테인드 글라스 밑에 정교하게 조각된 성모마리아상도 인상적이었다. 성모마리아상 주위로는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조각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성당 안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여러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이 있었지만 모두 독어라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독어를 배워야겠다. 정말 배워야겠다 생각했다. 영어만 할 줄 알면 어딜 가나 다 통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같다.






    카타콤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 나왔다. 호헨잘츠부르크 성에 가려고 푸니쿨라를 타러 가는 길이었는데 자꾸만 다른 곳으로 길이 샜다. 아, 그런데 비가 또 다시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척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우산을 폈다가 접었다를 몇번 반복한지 모르겠다.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