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부석사를 찾았을 때 영주에서 묵밥을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영주 묵밥 파는 식당들을 검색하다가 찾아들게 된 곳이다. 이름부터가 '전통묵집식당'이라서 역사가 깊고 맛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던 식당이었다.
왠 고양이 한 마리가 출입문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추운 겨울날 따사로운 햇살을 쬐느라 앉아 있는 것인지, 가게 안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귀여운 고양이를 보니 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양이를 슬쩍 살펴 보고서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단촐했다. 순두부와 묵밥, 태평초, 모두부가 다였다. '태평초'라는 메뉴가 특이했는데, 김치와 돼지가 들어간 국물에 슴북슴북 썰어 넣은 메밀묵을 넣고 김가루를 얹은 색다른 메뉴였다. 우리는 태평초 하나랑 묵밥 하나를 주문했다.
(사실 모두부도 주문했는데 다 팔렸다고 해서 아쉽게 주문하지 못했다.)
한 상 거하게 차려져 나온 우리의 묵밥들! 음식들이 노란 놋그릇에 정갈히 담겨져 나왔다. 밥뚜껑을 열어보니 노란 좁쌀들이 콕콕 박힌 조밥이었다. 오랜만에 조밥을 먹어본다!
고소한 참깨 그리고 참기름 향이 솔솔 나던 묵밥. 멸치 육수에 총총 썬 김치와 김가루, 쌉싸래한 메밀묵이 뒤섞여 있었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조밥을 잔뜩 말고서 푹푹 떠먹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면서도 후루룩 넘어가는 국물의 맛.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력이 있던 쌉싸래한 메밀묵, 맛있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특이했던 메뉴 '태평초'
묵밥은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 보았는데 이런 음식은 처음이었다. 김치 찌개보다는 맑으면서도 김칫국 보다는 좀 진한 맛의 국물이었다. 돼지고기와 김치가 들어가있어 묵밥 보다는 더 풍부한 맛이 났다. 담백한 맛으로 묵밥 기본의 맛을 좋아한다면 묵밥이 더 낫고, 음식 먹을 때 고기를 좀 먹어야한다 싶고 더 자극적이고 김가루향 풍부하게 나는 쪽을 먹고 싶다면 태평초를 먹으면 될 것 같다.
둘 다 맛있어서 우리 하나씩 시키길 잘했다 싶었다.
식사 메뉴를 주문하고 더불어 시킨 막걸리 한 병.
각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막걸리를 사먹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도 새로운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다. 영주 소백주라고 적혀있던 막걸리였는데, 청량하면서도 톡 쏘는 탄산이 좋고 살짝 달달한 막걸리였다. 부산 생탁이랑 맛이 유사한데 좀 더 단 느낌이랄까? 맛있게 잘 마셨다. 입가심으로 비운전자인 나(Na)만 한 잔만 마시고 나머지는 포장해가서 숙소에 들어가서 마셨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맛도 좋아가지고 밥 한그릇씩 모두 뚝딱 했다. 거의 설거지를 하듯이 그릇들을 비워냈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믹스 커피를 하나 타서 나와 마당에서 호로록 마셨다.
화장실 잠깐 들리고 마루에 앉아서 믹스 커피를 마시고 있는 우(Woo)에게 다가온 고양이. 아까 문 앞에 멀뚱이 앉아 있던 그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우의 무릎 위에 올라가 눈을 감실거리며 한참을 있었다. 고양이도 나른하고 우리도 나른하던 늦은 오후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