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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리랑카 여행, 하푸탈레 여행기 하푸탈레 호텔 Vantage Hills Haputale & Olive View Point에서 점심식사
    아시아 여행기/스리랑카 2024. 3. 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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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 캔디역에서부터 장장 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드디어 하푸탈레역에 도착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우리는 하푸탈레에서 2박을 하고 엘라로 넘어갈 예정이었어서, 미리 하푸탈레역에서 엘라 가는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하푸탈레역 엘라 가는 기차 시간표


    자, 이제 미리 잡아 놓은 숙소까지 어떻게 가려나? 아마 역 근처에 툭툭이 있을테니, 가까이 있는 툭툭을 잡고 흥정도 좀 해보고 그래야겠다 생각하고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그런데 역 앞에서 이미 어떤 툭툭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에? 우리는 정말 깜짝 놀랐다. 따로 호텔 측에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 올 줄 알고 툭툭이 여기 나와있는거지?

    나중에 사연을 들어보니 하푸탈레로 오는 기차가 뻔해서 호텔 사장님이 미리 툭툭을 불러놨다고 하더라. 이야, 너무 감사했다. 사장님 완전 센스쟁이네~!


    툭툭을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Vantage Hills Haputale'라는 곳이었다. 누와야 엘리야에 갈까 하푸탈레에 갈까, 꽤나 고민을 하다가 하푸탈레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곳이 좀 더 조용하고 호젓한 분위기여서 그랬다.

    호텔 앞으로 너른 차밭이 보인다고 했는데, 우리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주위가 온통 새하얀 안개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로비에서는 당최 뭐가 보이질 않았다. 그냥 온통 하얄 뿐.


    장장 6시간을 기차를 타고 달려왔으니 우린 무척 배가 고픈 상태였다. 사실 기차 안에서 맛난 음식들을 사먹으려고 했는데, 앉아서 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무얼 사먹기 힘든 상황이었다.​

    먼저 배를 채우려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새하얀 안개가 가득 낀 길을 걸었다.

    거리가 새하앴다
    계단을 내려가던 교복을 입은 아이
    스리랑카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 영국인들이 차를 재배하려고 인도 타밀족들을 이곳에 데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걷다 힌두교 사원을 볼 수 있었다.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랄까?


    길을 걷는 내내 우리는 새하얀 안개와 함께했다. 도시 전체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눈앞은 잘 보이는데 먼 곳은 온통 흐릿하게 보였고 축축한 공기와 물에 젖은 땅의 냄새가 훅 풍겼다. 뭔가 우리 몸이 젖어가는 기분도 들었다. 하푸탈레의 첫인상은 '하얗다' 그리고 '축축하다'였다.


    점심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식당 안은 한산했다. 우(Woo)가 기차 안에서 구글을 열심히 서치하다가 어떤 식당의 볶음밥 사진에 꽂혀가지고, 그 볶음밥을 생각하며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식당을 찾아 걸어왔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창밖은 구름으로 꽉 찬 것처럼 하앴다.


    우가 먹고 싶어하던 볶음밥 사진을 직원에게 보여주니, 직원이 크케 웃음 지었다. 구글 리뷰 속 볶음밥 사진을 보니, 그 사진도 마침 우리가 앉은 이 자리에서 찍은 것이라고. 하하하하.

    사진 속 메뉴는  'Chop Suey Fried Rice'. 그 메뉴와 더불어 'Pepper Prawn'을 추가로 주문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고대하던 음료와 음식들이 나왔다!​

    아직 창밖은 하얀 도화지를 깔아 놓은 것처럼 새하앴다. 둥그런 테이블 위에 앉아 새하얀 창밖을 보며 밥을 먹는데, 뭔가 하늘 위에서 즐기는 식사 같았다. 올림푸스의 신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런가?  


    우(Woo)가 야심차게 주문한 볶음밥은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에 각종 야채와 오징어, 새우, 닭, 돼지 등 갖가지 고기를 넣고 볶아낸 것과 함께 나왔다. 온갖 맛난 것들을 다 때려 넣었으니 맛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직원이 같이 먹으라며 그레이비 소스와 칠리 페퍼 페이스트를 가져다 줬는데, 고슬하게 볶아진 다양한 야채, 고기들과 밥과 함께 비벼먹으니, 진짜 꿀맛이었다.


    토실토실한 새우가 후추에 화르륵 볶아져 나온 음식도 맛있었다. 뭔가 매큰한 느낌인데 칼칼하지는 않고 뒷맛이 고소한 그런 후추 맛이 곁들여진 새우 요리였다. ​


    맛있기도 했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순식간에 그릇들을 싹싹 비워 버렸다. 하하하하하하. 스리랑카 음식들은 대체로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아서 항상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마늘이랑 고추가 팍팍 들어가서 그런가? 요르단이나 터키에서는 음식 떄문에 꽤나 힘들었는데, 역시 같은 아시아 민족은 다르다 달라!


    밥 먹고 그냥 떠나기 아쉬워서 후식으로 초코 케이크 하나랑 커피, 홍차를 주문했다. 그렇게 호로록 커피와 차를 마시며 새하얀 세상을 만끽하는 동안,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싱그러운 초록빛 세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야,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었다. 해발고도 1,400여 미터에 위치한 하푸탈레. 촘촘이 미로처럼 이어진 차밭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솟아 오른 이국적인 꽃과 나무들, 그리고 새하얀 구름들이 은은하게 깔려 있어 운치를 더했다.


    구름들은 몰려 들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하푸탈레에서 새하얀 세상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금방 새하얀 장막이 걷히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또 다시 온통 하애지고 그렇게 하푸탈레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릴 맞아주었다.


    배도 부르고 이제 호텔로 돌아가서 깨끗하게 씻고 침대 위에 좀 누워 쉬어 볼까나? 내일부터 다시 빡빡하게 일정이 시작되니 오늘은 충분히 휴식하면서 동네 산책하듯이 하푸탈레를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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