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리랑카 하푸탈레 여행, 하푸탈레 맛집 Mint of the Mist, 뿌연 안개 속에서 보낸 하푸탈레에서의 하루
    아시아 여행기/스리랑카 2024. 6. 16. 15:37
    728x90
    반응형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호튼 플레인 국립공원 트레킹. 호튼 플레인에서 하푸탈레로 돌아오는 툭툭 안, 거의 하푸탈레에 도착할 즈음에는 둘 다 뻗어 버려서 쿨쿨 잠들었다. 감실감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도착한 곳은 우리 숙소가 아닌 'Mint of the Mist'라는 식당이었다.

    하푸탈레에 도착하면 점심시간이라서 호텔로 안가고 바로 식당으로 가달라고 툭툭기사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었다.


    Mint of the Mist, 뭔가 하푸탈레에 딱 어울리는 그런 식당 이름이었다. 푸릇푸릇한 차밭과 먼 산이 시원하게 펼쳐진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식당이었다.


    아무도 없던 식당, 창가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갔다. 메뉴들이 많아서 뭘 시킬까 엄청 고민되었다.


    고민하다가 치킨 볶음밥과 투데이 '스페셜'이라는 문구를 보고 혹해서, 치즈와 토마토 로띠를 주문했다. 음식들과 음료들을 주문하고 나서는 바깥 구경에 나섰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경치가 아주 끝내줬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과, 끝없이 펼쳐진 차밭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허연 구름들과 습기 가득한 공기, 하푸탈레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래, 'Mist'가 정말 어울리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낯선 풍경을 눈에 담아 넣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우릴 위해 열심히 웍에 무언가를 볶아대던 직원분, 홀린듯이 바라보았다. 저 웍에 볶으면 신발도 맛있을 것 같더라!


    벽에 붙어 있던 달력도 신기해서 찍어 놓았다. 우리나라랑 공휴일 개념이 아예 다른 것 같았다. 일요일에 해당하는 날만 빨갛게 되어 있었다. 스리랑카는 한달에 한번 보름날에 포야(Poya)라는 불교 휴일이 있다. 달력 속 달 중에 보이는 휴일이 포야 데이가 아닐까 싶더라.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인테리어 구경도 하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곧이어 주문한 음식들과 음료들이 나왔다.


    군침이 싸악 도는 음식들! 알짜배기로 주문 잘 한 것 같은데?


    토마토 치즈 로띠, 처음 시도해보는 메뉴였는데 엄청 맛있었다. 쭉 늘어나는 따뜻한 치즈와 상큼한 토마토, 밀가루의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어우러졌다. 보통 '로띠'를 주문하면 더 얇은 밀가루 반죽에 돌돌 만 무언가가 나왔는데, 이건 샌드위치에 더 가까운 느낌의 음식이었다.


    그리고 치킨 볶음밥. 아까 웍에서 열심히 볶이던 모습을 떠올리니 군침이 돌았다. 얼마나 맛있을라나? 같이 곁들여 먹으라면서 고춧가루로 주시고 소스들도 주셨다.


    특히 이 그레이비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볶음밥 위에 스윽 뿌려 먹으니까 한그릇 뚝딱이었다. 고슬고슬하게 볶인 볶음밥과 로띠, 배가 고프기도 했고 맛도 좋다 보니 금방 다 먹었다.


    마치 설거지를 한 것 마냥 싹싹 비워진 접시가 약간 민망했다. 하하하하. 사장님께서 우리 너무 잘 먹었다고 뿌듯해하셨다.


    식당을 떠나기 전 발코니에 나가서 마지막으로 풍경을 더 눈에 담았다.


    식당에서 우리가 머물고 있던 호텔까지는 설렁설렁 걸어갔다. 안개가 자욱한 마을이 이제 정겹게 느껴졌다. 꽃들을 보며 또 습한 공기를 느끼며 즐겁게 걸었다.


    마을 길을 걸어가며 보이는 풍경도 끝내 줬다. 푸릇푸릇한 차밭과 이국적인 나무들, 병풍처럼 이어진 산들과 하얀 구름들! 하얀 구름들이 스쳐 지나갈 때면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 이렇게 안개 자욱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기도 했다. 앞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왔다가, 또 멀리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하푸탈레 역에 들렀다. 시간표를 한 번 더 체크하고, 내일 몇 시 기차를 탈지 고민했다. 아무래도 12시 1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 것이 가장 괜찮을 것 같아서, 내일 립톤싯(Lipton Seat's)에 다녀오고 호텔에서 좀 쉬다가 역으로 와야겠다 생각하고 돌아섰다.


    호텔로 돌아왔는데 뿌연 안개가 가득 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걸어오면서 멋진 차밭 풍경들을 보았는데, 어느새 구름들이 잠식해서 하푸탈레는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와서 밖을 바라보니 뿌옇기는 매한가지다. 오늘 하루 고되었으니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발코니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맥주도 한 캔 마시고 축축한 공기를 느끼며 일기를 끄적이다가 안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뻗었다. 이날은 호튼 플레인 트레킹 하고 다른 일정은 따로 없었다. 밥 먹고 와서는 그냥 호텔에서 푹 쉬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는 슬그머니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호텔 음식이 맛있어서 저녁식사는 호텔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전날 두가지 메뉴를 주문했다가 양이 너무 많아서 남겼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메뉴 하나만 주문했다. 그리고 시원한 라이언 비어와 레몬에이드 하나도 곁들였다.


    셰프님의 솜씨가 참 좋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저녁을 먹으며 느끼는데, 음식 맛도 좋고 플레이팅도 항상 근사하게 나왔다. 적색 양파를 잘게 썬 것을 접시에 둘러 놨는데, 요리가 꽃밭 안에 담겨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눈이 일단 즐거워 기분이 좋은 식사!


    한국인이라고 또 매콤한 양념장(?) 같은 걸 가져다 주셔서 아주 야무지게 먹었다. 볶음면은 순식간에 다 사라지고야 말았다. 역시 우린 입이 작아서 한메뉴만 먹어도 충분했다.


    배부르게 저녁식사를 하고 방 안으로 돌아가서 숙면을 취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립톤싯에 다녀와야했기에, 여행은 체력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