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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하푸탈레 여행, 하푸탈레 역에서 오래된 기차 짐칸에 올라 타서 엘라(Ella)로 가다아시아 여행기/스리랑카 2024. 7. 26. 19:03728x90반응형
새벽녘에 립톤싯에 일출을 보러 갔다가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호텔 로비 창가 근처에 앉아 조식을 먹었다. 이 호텔에서 이틀을 머무르며 매일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었는데 아주 맛있었던터라 아침식사도 기대가 많았다. 첫날은 호튼 플레인즈 간다고 시간을 못 맞춰서 먹지 못하고(대신 도시락을 받았다) 이렇게 체크아웃 날에야 조식을 먹게 되었다.
우리는 호텔에서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멋진 차밭을 바라보며 먹을 줄 알았는데 역시 하푸탈레 답다, 또 안개라니😅
뿌연 안개가 잔뜩 끼어서 새하얀 도화지 같은 세상을 마주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식사는 서양식 혹은 스리랑카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호텔에 스리랑카식으로 부탁드렸다.
빵과 국수가 나오고 같이 곁들일 커리 소스 같은 것들이 같이 나왔다. 쥬스, 홍차와 커피를 함께 곁들였다. 조식은 아주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이 정성들인 음식들을 남기고 와야한다는 것이 너무 죄송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녁도 그렇고 항상 이렇게 너무 푸지게 줘서 원래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먹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많이 먹질 못하는 것인지 분간을 못하겠다.
아침을 배부르게 먹고 체크아웃 시간까지는 꽤나 여유로와서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발코니 밖으로 나가서 보니 아까 안보이던 차밭이 한눈에 보였다. 비를 맞아서인지 안개에 잠겼던 탓인지 촉촉하고 싱그러워 보였다. 우는 안대를 끼고 침대 위에 뻗어 쿨쿨 자고, 나는 발코니에 나와 끄적끄적 차밭을 바라보며 일기를 썼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눈앞의 풍경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고 체크아웃을 할 시간, 호텔에서는 작은 선물을 하나 우리에게 주었다. 하푸탈레 차가 담긴 종이 박스였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툭툭에 짐들을 바리바리 싣고 하푸탈레 역으로 왔다.
하푸탈레 역에 도착했는데 티켓 창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하푸탈레 역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 즈음이었는데, 역 직원이 일단은 안에 들어와 있으라고 12시가 되면 알려주겠다고 해서 플랫폼으로 와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날 하푸탈레 역 안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단체 여행객들인 것 같았는데 모두 스리랑카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때 9월 28일이 무함마드의 생일이었고 9월 29일은 포야라 불리는 불교도들의 공휴일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4일 동안 이 나라 사람들도 쉬는 날이라서 여기저기 여행을 엄청 다니는 와중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소녀가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그리 했는데, 점점 사람들이 불어나더니만 역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릴 둘러싸고 이것 저것 묻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줄을 서서 우리와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연예인이 되면 이런 기분인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스리랑카에 한국사람들이 귀한 것인지, 우리가 너무 신기하게 보였던 것인지,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여러 질문들을 받았는데 한국어를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냐, 한국이랑 스리랑카가 어떤 점이 다르냐 등등. 그리고 뜬금 없이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도 받기도 했다. 어떤 꼬마는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 꼭 오라고 (Arugam Bay라는 곳이었다), 서핑도 할 수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며 자랑을 늘어지게 했다. 마지막에 눈이 맑은 여자 아이가 'Safe Jouney'라고 이야기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울컥 했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가자 역무원 아저씨에게 표를 샀다. 우리가 산 표는 3rd, 가장 낮은 등급의 좌석인 것 같았는데 별다르게 선택지가 없었다. 하푸탈레 역에 적혀있기를, 12시 14분에 Nanu-oya 가는 기차와 12시 15분에 Ella 가는 기차가 간다고 되어 있어서 어떻게 동시에 기차가 갈까 싶었다. 아직 시간이 되기 전 레일 위에 왠 기차가 하나 와 있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그 기차가 엘라 가는 기차인 줄도 모르고 스리랑카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저 기차가 엘라 가는게 맞다고 그래서 호다닥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내고서 첫번째 레일을 건너 두번째 레일 위에 서 있던 기차로 달려갔다. 캐리어에 베낭에 헥헥거리며 갔는데, 기차 안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캐리어며 베낭이며 그리고 우리 둘도, 도저히 기차 안에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3rd Class? Here!'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이끌리듯 앞 칸으로 가서 캐리어를 싣고 겨우겨우 기차에 올라 탔다. 기차 높이가 꽤나 높아서 레일에서부터 기차에 오르기까지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우 캐리어를 다 싣고 배낭도 싣고 우리 둘도 기차에 탔다.
뭔가 이상했다. 초록빛 철제로 가득한 공간에는 좌석이 없었다. 그렇다, 우리는 짐 칸에 탄 것이었다! 승무원 아저씨가 말하기를 원래는 여기는 타면 안되는건데 우리 사정이 딱해보여서 타라고 했단다, 3등석 기차칸 앞에서 절망에 빠진 우리 둘의 표정을 보셨나 보다.
우리 둘은 짐칸에 짐짝처럼 실려 갔다. 하하하. 사람들이 없어서 복잡하지도 않았고, 좌석은 없어도 바닥에 그냥 앉아서 활짝 열린 문 밖의 풍경을 보며 갈 수 있었으니 1등석이 따로 없었다. 짐짝에 실려가는 낭만(?)을 어디서 느껴보겠는가!
우리는 조용히 바닥에 앉아서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또 멋진 풍경들을 감상하며 기차를 타고 엘라로 향했다. 기차는 생각보다 아주 천천히 달렸고, 그 덕분에 느긋하게 먼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문 사이로 살랑살랑 들어오는 바람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엘라까지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달려가야 했다. 중간에 다른 역에 정차하기도 했는데, 우리가 탄 짐 칸에는 여러가지 짐들이 실렸다. 큰 짐들은 이렇게 짐 칸에 싣고 사람은 다른 칸에 타야하는게 원래 룰인가 보다. 우리가 탄 이후로도 어떤 할머니와 어머니, 딸 이렇게 세 명의 한 가족이 짐 칸에 올라 탔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과 미소로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 가족들 이후로는 짐칸에 타려는 사람들을 승무원 아저씨가 모두 다 막으셨다. 다른 이들은 얄짤없이 다른 칸에 낑겨서 기차를 타고 가야 했던 것이다. 우가 얼마전에 좋은 꿈을 꾸었다는데, 그 꿈이 바로 이렇게 짐칸에 타게 될 운명을 점지한 꿈이었던가?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스리랑카에 오면 기차 여행이 그렇게 좋다길래 나름 낭만을 품고 왔는데, 캔디에서 하푸탈레로 올 때 6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엄청난 인파 속에서 오다 보니 풍경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기도 했고 같이 붙어 있지도 못해서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푸탈레에서 엘라로 오는 동안 둘이 오붓하게 기차를 타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엘라에 아주 가까워져 왔을 때 갑자기 승무원 아저씨가 우리보고 이리로 와보라며 손짓했다. 짐칸 보다 더 앞쪽에 있던 기차칸으로 갔는데, 문 밖에 나가서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스리랑카 기차는 아주 천천히 달리다 보니, 이렇게 기차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여행 오기 전 그런 사진들을 보기도 했었는데, 캔디에서 하푸탈레로 오는 동안은 사람들이 너무 많고 자리 앉는 것이 중해서 그런 사진을 찍을 생각은 엄두도 못냈었다.
그런데 우가 말하길, 사실 기차 밖에 나가서 손잡이를 잡고 매달려보는 그 경험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문 밖으로 나가서 포즈를 취하니 승무원 아저씨가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었다. 우는 겁도 없이 혼자 잘 매달리더라. 나는 무서워서 반신만 겨우 내밀 수 있었다. 아주 색다른 재미난 경험이었다.
기차 밖으로 멀리 엘라 락(Ella Rock)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우리 드디어 엘라에 도착했나 보다! 엘라 락이 보이고 얼마 뒤 엘라 기차역에 도착했다. 하푸탈레 보다 더 크게 느껴지던 역이였다. 기차에서 짐들을 꺼내어 내리고, 우리도 내리며 승무원 아저씨와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모두들 기분 좋은 미소를 건내 주셔서 기차와의 마지막 순간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시기리야, 캔디, 하푸탈레에 이어서 드디어 엘라에 도착했다. 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엘라에서는 이틀을 머물기로 했다. 먼저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툭툭을 타지 않고 패기롭게 걸어가보기로 했는데,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반응형'아시아 여행기 > 스리랑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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