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근처에서 밥을 먹고 수영을 하러 갈까 하다가, 이처럼 맑은 날 식당 안에서 먹는 것보다는 바다 보면서 무언갈 먹으면 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예전에 욕지도 왔을 때 고등어 김밥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항구에서 김밥을 포장해가기로 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고메명가!
노란 외관이 참 귀여웠던 가게였다. 고등어김밥은 간장맛, 고추장맛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린 하나씩 두 줄을 사고 김밥만 사면 아쉬우니(?) 멍게 비빔밥도 포장 주문했다. 친절한 사장님이 묵은지도 챙겨 주시고 시원한 물김치도 주셔서 진짜 진짜 맛나게 먹었다.
가게 안에는 귀여운 까만 냥이도 한마리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저리 꺼져줄래냥' 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째려봤다. 흐잉, 귀여워서 그런건데 방해해서 미안해~ 우린 한껏 쫄아서 자리를 피했다. 김밥 두줄과 멍게 비빔밥을 포장하고서 하나로 마트로 향했다. 욕지도에 왔으면 욕지도 막걸리 먹어 줘야지이~
욕지도 하나로마트에 가면 온갖 종류의 막걸리들이 다 모여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기념품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마트에서 사는게 종류도 많고 싸기도 해서 좋았다.
산양막걸리는 통영 막걸리인데 자주 마시는 생탁보다는 좀 달고 청량한 탄산 있는 타입 생막걸리다. 통영에서 자주 먹었으니 패스하고! 욕지도에 왔으니 욕지도산 막걸리를 먹어야할 것 같은데 사실 '욕지도'에서 만든 막걸리는 '고메'라고 적힌 막걸리 뿐이다.
우리가 고메명가에서 고등어 김밥을 샀는데 사실 거긴 양조장이었다. 고메순과 고메진 도수가 다른 두가지 타입의 막걸리가 있는데 양이 꽤 되는 대신 가격대가 다른 막걸리보다 비싼 편이다. 고구마가 들어가서 그런지 색깔이 자색이다.
그 밑에 호리병 모양에 담긴 '욕지도 막걸리'는 사실 이름만 욕지도 막걸리고 통영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것이다. 낚여서 몇 번 사먹었는데 맛은 좋았고 그래서 욕지도이건 통영이건 알게 뭔가, 맛만 좋음 되는거지 싶어서 욕지도에서도 사실 한 번 사먹었다. 허허허허.
밑에 섬 막걸리랑 생각 막걸리도 위에 호리병 모양의 욕지도 막걸리, 즉 통영에 위치한 '욕지도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들이었다. 일단 패키징이 눈에 띄고 또 감각적이라서 손이 갔다. 일단 차를 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명밖에 못먹으니 막걸리는 하나만 사고, 나중에 장 보러 올 때 종류별로 쓸어가기로 했다.
하나로 마트를 나와 이제 덕동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톳품닭이라는 혹하는 현수막을 보고 잠깐 차를 세웠다. 닭도 맛있겠는데 츄릅, 하지만 이 닭집은 오후 2시부터 영업하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저녁에 야식으로 사먹을까 했는데 2마리 이상만 배달이고, 한마리면 포장 시켜서 항구까지 와야했기에 패스했다.
다음 욕지도 여행 대는 톳품닭을 꼭 먹어보리라.. 치킨 덕후인 우(Woo)가 매우 아쉬워했다.
욕지도에 오면 그냥 일주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푸르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과 새파란 바다, 고즈넉한 항구 풍경과 잔잔한 파도, 낮은 구릉들 같은 섬들, 이제 막 작물 심을 준비 하고 있는 누런 밭들, 정박한 배들과 푸르른 여름 나무들의 빛깔...
여름날 섬 여행은 쪄 죽는(?) 느낌은 있어도 그래도 여전히 좋다. 에어컨 팡팡 틀고 차 유리창 너머로 보는 풍경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고, 밖에 나가서 쪄 죽을 것 같다가도 바다에 퐁당 들어가면 전혀 덥지 않으니까 뭐.
결국 도착했다. 덕동 해수욕장!
잔잔한 몽돌들이 가득 깔린 조그만한 해수욕장이었다. 사실 해수욕장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다소 협소한(?) 공간이긴 했지만 멀리 두둥실 떠 있던 쪽빛 섬과 잔잔한 파도가 아름답던 고즈넉한 해변이었다. 해변의 오른편으로는 어선들이 들락날락했다.
하늘에 두둥실 뜬 구름에 해가 가려서 그늘진 해변, 찜통같던 더위는 사라지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밥 먹기 딱 좋은 장소다!
차를 들고 오면 좋은 점이 모든 짐들을 잔뜩 다 싣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캠핑 의자랑 테이블이랑 이것저것 다 챙겨온 우리는 해변 위에 장비(?)들을 깔기 시작했다. 테이블을 조립하고 평평한 몽돌 무더기 위에 얹고 챙겨온 의자도 피고 셋팅하고... 그리고 대망의 고등어 김밥과 멍게 비빔밥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면, 이 세상 그 어느 만찬도 부럽지 않은 바다 피크닉이 시작된다. 흐하하하.
크으, 그냥 생 막걸리 나발을 불어도 맛날 것 같은데 고등어 김밥과 멍게 비빔밥까지, 미쳐버린다!!!! 우린 정말 바다랑 잘 맞는거 같아, 이야기하면서 낄낄 웃었다.
철썩 철썩 철썩, 규칙적이면서도 또 불규칙적인 것 같은 파도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친구 삼아, 그렇게 막걸리를 한 잔 하고 김밥을 한 조각 입에 넣고, 맛나게 비빈 멍게 비빔밥을 입에 넣으면 바다가 느껴지고 산이 느껴지고 하늘이 느껴지고 그러면서 세상 행복해졌다.
우린 정말 바다랑 잘 맞아, 또 낄낄낄
바닷가 피크닉을 마치고 스노클링을 할까 하다가, 오면서 본 수국축제가 떠올라서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해변 탐방에 나섰다. 잔잔한 파도가 쳐대는 물가로 다가가니 총 천연색의 귀여운 돌들이 잔뜩 있었다. 물에 젖어서 더 고와 보이는 귀여운 돌들, 그리고 이곳 해수욕장 물이 정말 맑았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미역 때문에 수영을 제대로 못했는데 아직 6월 말이라 그런지 미역은 아직이었다.
뭔가 깊은 역사가 담겨 있는 것 같은 심오한 돌도 만났다. 커다란 돌 안에 작은 돌조각들이 박혀 있었는데, 어디 화산 폭발하면서 튕겨져 나온 녀석들일까? 이 조그만한 돌도 나보다 연배가 더 오래되었을테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또 한동안 멍해진다.
차에 올라 잠깐 누워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듣고 바람을 쐬다가 수국 꽃들을 구경하러 길을 나섰다. 언덕 길을 올라가는데 어느 집 핫핑크 담벼락 위에 가득 피어난 푸른 수국꽃들이 인상적이었다. 여름은 더워서 여름인가 보다(당연한 소리?), 그래 더워야 제맛이지, 더위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