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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암 여행 월출산 도갑사 해탈문, 성보박물관 문수보살 보현보살, 미륵전 석조여래좌상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4. 10. 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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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월출산 도갑사를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월출산 국립공원 도갑분소에서 국립공원 스템프를 찍기 위해서였다. 배보다 배꼽이다😅 월출산은 '악'자만 안들어갔을 뿐, 등반하기 어렵다고 들어서 다음에 맘먹고 쉬운 코스로 가보기로 하고 우린 스템프를 콩- 찍고 도갑사를 둘러보러 갔다.


    오예, 월출산 국립공원 도장을 찍었다. 이러다가 올해 도장을 다 모으겠는걸? 전라남도 쪽이 꽤나 찍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이번 남도 여행에서 3개나 찍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도갑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섰다. 도갑사까지는 좀 걸어 들어가야했는데,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이 날씨가 꾸리꾸리해졌다.


    날이 쌀쌀해져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마침 카페가 하나 있어서 들어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테이크 아웃 했다. 비가 곧 올 것 같이 어둑해진 하늘과 서늘해진 공기와 발 아래 바스락 거리는 낙엽, 그 모든 것들이 따뜻한 커피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래도 밖에 나오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리던 여름에 비하면 진짜 걷기 좋아졌다. 오히려 이렇게 좀 서늘한 공기 쐬면서 걷는 것이 훨씬 좋다. 왠지 빨리 지나가버릴 것만 가을, 열심히 누리고 다녀야지.


    탐방로를 따라서 도갑사를 향해 돌계단을 올라 갔다. 지나가는 이들이 올려 놓은 돌탑들을 보고 우리도 조그만 돌들을 주워서 돌탑을 쌓았다. 돌탑 주위에 이끼들이 그득했다.


    도갑사를 들어설 때 해탈문을 지나게 된다. 해탈문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었다.

    해탈문은 속세를 벗어나 정토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 문을 지나면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품안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갑사는 신라시대 승려인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되고, 고려 말에 크게 증흥되었다고 전한다. 이 해탈문은 1960년 해체하여 수리할 때 발견된 상량문에 따르면 조선 성종 4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석조 기단 위에 중앙 칸은 통로가 되고, 좌우 한 칸씩에 사천왕상을 안치하게 되어 있으나 현재는 금강역사와 문수보현동자상이 봉안 되어 있다. 기둥은 약하게 배흘림을 한 둥근 기둥이 사용되었고, 전체적인 건축 양식은 경북 영주 부석사 조사당과 유사하다. 특이한 점은 기둥 위의 구조가 주심포식과 다포식 양식이 섞인 형태로 우리나라에서 유래가 드문 귀중한 자료이다.


    안내판에 적혀있는 내용을 봐도 한번에 와닿지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왔다. 사천왕상이 있지 않고 왠 애기 동자 같아보이는 조각상이 놓여 있어서 의아했었는데, 그 조각상이 문수보현동자상인가 보다. 이 조각상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설사님 덕분에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해탈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멀리 솟아오른 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연등이 가득 달린 마당 정중앙에 놓인 탑 하나, 오래된 세월이 느껴지는 탑이었다. 곧 행사를 한다고 하더니, 탑 뒷편으로 커다란 조형물도 세워져 있었다.


    대웅보전을 둘러보고 산신각 쪽으로 걸어갔다. 산신각 근처에 하늘 높이 홀로 솟아오른 소나무 한그루, 붉은 꽃무릇들이 인상적이었다.


    도갑사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월출산 갤러리에서 그림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구경하러 들어갔다. 안내해주시는 아주머니분께서 너무나도 친절하게 그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월출산과 도갑사에 얽힌 이야기들과 전설들도 이야기 해주시고, 따뜻한 보이차도 내어 주셨다.


    전시된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도갑사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었는데 모두가 각각의 멋이 있었다. 도갑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보니 우리가 느끼고 생각할 것들이 더욱 풍부해졌다.


    월출산이 딱 듣기에 '달이 떠오르는 산'인가 싶었는데 진짜 그런 의미의 한자였다. 그래서 둥그런 달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았다.

     

    이곳을 창건한 도선국사의 모습을 담은 그림, 미륵전 불상이나 동자보살들, 도갑사의 옛 모습을 모티브로 한 그림 등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갤러리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해설사 분을 막 불러서 우리에게 소개를 시켜 주셨다. 성보 박물관에 들렀다 동자보살상도 보고 미륵전도 돌아보고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가라면서.

    덕분에 해설사 아저씨의 멋진 설명을 들으며 도갑사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돌아간 해탈문.


    해탈문에 있는 동자상 중 하나인 보현보살상. 깨달음을 널리 전하는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타고 있다. 때문에 코끼리 머리는 절 바깥을 향하고 있다.


    보현보살상 맞은편에 있던 문수보살상, 문수보살은 사자를 타고 있다. 문수보살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살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절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사자의 머리는 절을 향하고 있다.

    이 두 보살상은 모두 복원해놓은 조각상으로, 진짜 조각상은 성보박물관 안에 있어 이따가 보기로 하고 해설사님은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가셨다.  


    해탈문이 국보로 지정된 이유는 기둥 위의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안내판에서 보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해설사 아저씨께서 주심포, 다포식 양식을 설명해주셔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서까래 위에 덧댄 서까래를 '부연'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부연하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말에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 많다고 들었는데 신기했다.


    드디어 성보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고 조심스럽게 들어간 박물관 안에는 여러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도갑사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이라고 한다. 지금과는 좀 많이 다른 모습이다. 탑도 원래 지금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고 하셨다.

    관음 32 응신도


    진품은 일본이 훔쳐가고 복제품이라고 하셨던 그림. 조선 인종을 추모하기 위해 왕비였던 인성왕후의 발원으로 제작된 그림이라고 한다.


    도갑사에는 아름다운 불상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지금 그 불상들은 온데간데 없고 흑백 사진만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렇게 동자상들은 남아서 박물관 한 켠을 지키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성보박물관에 있던 진짜 동자상들은 해탈문에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는데, 마음 속으로 더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해지기도 했다. 지긋이 감고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뜨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눈, 오래된 세월을 견뎌낸 빛바랜 조각상은 왠지 이 세상의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해설사 아저씨 덕분에 진짜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상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었다. 안보고 갔으면 정말 서운할 뻔 했다. 그 다음으로 해설사 아저씨는 우릴 미륵전에 데려다주셨다.


    미륵전은 산신각을 지나서 등산로로 진입해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야 했다. 가을인데 뭔가 살짝 더운 가을이어서 모기가 기승이었다. 걸어가는데 모기들이 엄청 달라붙어서 손사레를 치면서 갔다.


    드디어 만난 미륵전의 석조여래좌상. 처음에는 이렇게 불상만 있었는데, 보존하기 위해서 건물도 따로 지어진거라고 하셨다.


    놀라운 점은 광배(부처님 뒤에 있는 커다란 꽃잎 모양 같은 돌)와 불상이 하나의 돌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화강암은 정말 단단해서 조각하기가 힘든데, 광배와 불상을 따로 만들어서 배치한게 아니고 하나를 파내서 만들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잘 보면 광배쪽에도 부처의 형상이 보였다. 세월이 아주 오래 흘러서 옅어졌지만, 광배에도 세세하게 조각을 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처님의 눈, 코, 잎 그리고 넓적한 귀와 밤톨같은 머리모양까지 투박하지만 기품있는 그런 조각이었다. 광배 위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모습도 아름답더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불상이라고 하니 족히 천년은 지났을 것이다. 이 불상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까? 우리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시간을 생각하고 떠올리면 참 아득하다. 우리가 번뇌하고 고통받는 생각과 여러 일들도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스르르 무뎌질 뿐이다. 힘든일이 있을 때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이 미륵전을 찾아오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갑사를 떠나는 길,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데 마음은 비우고 행복을 가득 채우면서 돌아간다. 해설사 아저씨와 갤러리 아주머니가 없었다면 오늘이 이정도로 좋지 않았을 것이다. 두 분께 너무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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