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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 여행 영광 불갑사에 가득 핀 꽃무릇을 보며 산책하기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4. 10. 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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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 불갑사에 꽃무릇을 보러 갔다.

    2년전이었던가 가을날에 불갑사에 꽃무릇을 보러 갔었는데, 이번에 스페인을 다녀오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나서 들렀다. 9월 중순 즈음에 꽃무릇 축제가 열렸다고 하던데, 이번 여름이 유독 길고 더웠어서 꽃들이 잘 피지 못해 우리가 갔을 때 꽃무릇들이 절정이었다.


    축제 기간이 끝이 났는데도 꽃무릇이 절정이라 그런지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던 불갑사.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주차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주차를 성공하고 불갑사까지 가는 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불갑사까지 걸어가는 내내 온통 붉은 융단이 깔려 있는 것처럼 나무 아래가 붉디 붉었다.


    연두빛깔 줄기 위에 고고하게 피어난 붉은 꽃송이.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꽃무릇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꽃은 알뿌리로 자라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축제 노점에서 구근을 팔기도 했는데, 나중에 시골집에 꽃무릇 구근을 좀 심어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무리지어 피어나는 모습도 어여쁘지만, 나무 아래 몇송이 피어나는 모습도 꽤나 예쁠 것 같다.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꽃과 잎이 서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꽃이 피어날 즈음에는 잎이 이미 말라버린 시점이라 줄기 끝에 꽃이 핀 모습만 볼 수 있다. 꽃은 잎을 그리워하고, 잎은 꽃을 그리워하는 그런 상상을 괜히 해본다. 그래서 그런지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이토록 화려한 꽃에 어울리지 않는 꽃말이지만, 꽃과 잎사귀의 처연한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그런 꽃말이 붙은 것이 썩 잘 어울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붉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보면 어느새 불갑사에 도착하게 된다. 저번에 이곳에 왔을 때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꽃무릇에 마음이 동해 템플스테이를 해봐도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신청해서 해보려나 싶지만 언젠가 체험을 해보게 된다면 이른 새벽에 절을 나와 산책로를 걸으면 몸과 마음이 싹 다 정화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불갑사는 인도의 승려인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러 와서 처음 세운 절이라고 전해지는 곳이다. 영광 법성포에는 불교 최초 도래지가 있고 이를 기념하는 건물이 들어서있다. 먼 이국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법성포를 지나와서 백제에 닿았을 이국의 승려와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니 재미났다.


    아주 오래 전의 발자취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시대는 변화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고, 지금도 한켠에서 승려들이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을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불갑사 안에도 꽃무릇들이 소소하게 피어나 있어서 둘러보고 절을 나왔다.  


    붉디 붉은 꽃무릇들은 한철 화르륵 피어나고 또 화르륵 져버릴 것이다. 그러고 눈이 내리고 봄이 오고 또 다시 여름이 오고 그러다가 다시 꽃을 피우겠지.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으려나 싶다. 2년 전에 왔었는데 그 때 걸었던 길들과 풍경들이 그대로 새록새록 떠올라서 놀라웠다.

    때를 잘 맞춰서 온덕에 아름다운 꽃무릇들을 원없이 볼 수 있어 좋았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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