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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남해 독일마을 거닐기, 크리스마스 선물 사기 & 베를린 성 카페에서 글뤼바인과 핫초코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4. 12. 22. 11:46728x90반응형
꼭 연말 이즈음 되면 생각나는 남해. 남해 독일마을은 정말 많이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고 올 때마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곳이지만,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물건항이랑 주홍색 지붕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연말만 되면 문득 생각나서 결국에는 오게 되는 것 같다.
꼭대기에 자리잡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언덕을 내려오며 보이는 물건항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날이 좋으면 새파란 바다가 어찌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모른다. 선명한 수평선 위로 둥둥 뜬 섬들과 그 아래로 빨간 등대 하나, 그리고 하얀 등대 하나. 흡사 막대기처럼 우뚝 서있는 양쪽의 등대가 물건항의 트레이드 마크인 것 같다. 뭔가 의식처럼 이 모습을 보고 나서야 독일마을을 제대로 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언덕을 내려오며 드문드문 있는 기념품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일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독일과 관련된 소품들이 많았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이 많아서 좋았다.
귀여운 마그넷들도 많았는데, 이미 우리 집 냉장고에 붙어있는 남해 자석들이 많아서 패스. 소품들 열심히 구경하다가 나는 그냥 나서려는데, 우가 양말이랑 찻잔을 기웃기웃거리더만 나에게 선물을 사주었다. 귀여운 목짧은 양말들이랑 예쁜 빈티지 찻잔 세트였다. 오늘을 추억할 아이템들이 또 생겼네. 우리 둘이 같이 지내는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아이템들도 정말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물건들 볼 때마다 까먹지 않고 옛 추억들이 떠오르는걸 보면 아직 뇌는 짱짱한가 보다.
가게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주겠다기에 쇼핑백을 들고 찰칵 사진을 찍었다. 이 가게는 우리가 남해 독일마을을 처음 찾았을 때부터 있었던 곳이었다. 아직까지도 계속 영업을 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뭉클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건너편에도 기념품 가게가 있어서 들렀다. '도키리'라는 독일마을 캐릭터를 컵센으로 한 제품들이 많았다. 독일마을에 오면 한번쯤 구경하며 쇼핑하는 것도 재미날 것 같다. 근처에 바람공방이라는 가죽공방이 있는데, 거기서 가져온 가죽제품들도 많아서 가방이나 파우치, 지갑 같은 소품들도 구경했다.
언덕길을 내려가며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참 아름답다. 그냥 걸어도 좋은 곳이 독일마을인 것 같다. 딱히 할 건 그다지 없어도 바다를 마주하며 걷는 그 느낌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좋은 그런 곳이다.
독일마을에는 고양이들이 참 많았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살고있는 공간이고 민박집으로도 이용되는 곳들이 많아서 고양이들에게 밥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따사로운 남해 햇살에 고양이들이 눈을 감실거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철 지난 국화도 보고, 귀여운 레고 인형도 보고, 물건항이 한눈에 보이는 그런 곳을 발견해서 멍하니 서서 등대들을 바라 보았다. 이 풍경을 매일 바라보며 사는 기분은 어떠할까? 선선한 겨울 공기와 새파란 바다가 어우러지니 단전 아래까지 시원함으로 뻥 뚫린 기분이었다.
독일마을을 떠나기 전에 들른 베를린 성 카페. 독일마을에 올 때마다 종종 들르는 카페이다. 여러번 독일마을을 찾아서 다양한 식당과 카페를 돌아다녀봤는데, 카페 중에서는 이곳이 가장 좋다. 민박집도 겸하는 카페인데 한 번 묵어보자 이야기만하고 그러질 못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하루 묵어 보겠지?
카페 앞 정원에 서면 멀리 새파란 바다와 물건항이 시원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주홍색 지붕의 집들도 뒤섞여서 아름답다. 정원에 피어난 작은 꽃들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을 구경하다가 기념 사진들도 남기고 그러다가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싱그러운 노란 국화가 유리병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포인세티아 장식들이 보기 좋았다. 카페 한켠에는 커다란 트리도 하나 있었는데 붉은 리본과 황금빛 오너먼트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는 따뜻한 핫초코 한 잔과 글뤼바인 한 잔을 주문했다. 밖은 바람이 불어서 그늘진 곳은 다소 쌀쌀했는데, 이렇게 실내로 들어와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니 추위가 스르륵 녹아 내렸다. 핫초코는 우유를 열심히 스팀하셔서 타주신 맛이었고, 글뤼바인은 독일에서 건너온 녀석이었다. 따끈하게 데워져 유리잔에 담긴 글뤼바인 한 잔으로 올해 감기는 안녕한 것 같았다.
오래전에 가족들이랑 이곳에 와서 소시지도 먹고 음료도 마시고, 사장님께서 기념하라며 가족사진도 찍어주셨었다. 그 때를 떠올리면 정말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지금은 2024년, 그마저도 끝나가는 와중이다. 다음에 날 좋은 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그 때도 다 그대로이길 바라면서.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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