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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여행 중 불가리아를 만나다, 카페 유즈노모레에서 즐긴 불가리아 음식들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4. 12. 21. 23:53728x90반응형
남해 여행 중에 들렀던 카페 유즈노모레. '유즈노모레'는 불가리아어로 남쪽 바다라를 뜻한다고 한다. 남해는 서울에서 따지자면 정말 멀고도 먼 남쪽바다이니 이런 이름이 붙을 만도 했다. 독일마을과 물건항 근처에 있던 작은 카페였는데 남해의 촌집을 개조해서 만든 듯 했다. 아늑했던 공간과 이색적인 음식들, 음료로 머무는 내내 즐거웠던 곳이다.
주차공간은 차가 한 두대 세울 정도만 있었다. 차를 세우고 집을 돌아서 정문으로 들어갔다. 카페 앞으로 보이는 물건항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날이 선선한 가을날이었으면 밖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커피와 음식들을 즐겼을 것 같다. 이날은 추운 겨울이라서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커다란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카페와 만나게 된다.
카페 안에서는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벽난로 안에서는 장작이 붉은 빛을 뿜으며 타오르고 있었고 귀여운 양말 셋이 붉은 벽돌벽 위에 걸려 있었다. 반짝거리는 오너먼트들이 잔뜩 달린 트리도 예뻤다.
바깥이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고양이들이 카페 안에 들어와있었다. 목에 이름표가 달린 아마도 카페에서 돌봐주는 고양이들 같았다. 저마다 자기 자리가 있는지 제 자리에 가서는 노곤노곤 졸거나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메뉴가 너무 많아서 뭘 주문해서 먹고 마실지 고민을 한참 했다. 마실 것으로는 아메리카노 베이비 따뜻한 것, 아메리카노 하우스 차가운 것(동잔에 준다고 하여서 궁금해서 주문)을 주문했다. 그리고 불가리안 디쉬 중 핫도그 하나랑 유자 요거트, 피스타치오 바클라바, 유자 바클라바를 주문했다.
음료와 음식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오호, 정말 맛있어 보였다. 살짝 허기진 상태였는데 음식들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핫도그 위에 솔솔 뿌려친 시큼하면서도 부드럽게 녹는 치즈가 맛나서 기억에 남는다. 요거트를 그대로 굳혀서 갈아버린 느낌이랄까? 안에 소시지와 감자퓨레, 양파, 토마토가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유자청이 들어간 요거트. 메뉴판에는 키셀로 믈랴코라 적혀 있었는데, 이는 불가리아어로 '시큼한 우유'라는 뜻이다. 그릭요거트를 집에서 자주 먹기 때문에 꽤나 익숙했던 맛이었다. 청이 들어가서이기도 하고 요거트 자체도 살짝 달큰했다.
동잔에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참 맛있었다. 날이 추워서인지 동잔에 담아서인지 찬기가 계속 유지되고 얼음이 녹지 않아 처음 맛 그대로 시원하게 마실 수 있어 좋았다.
바클라바. 터키에서 종종 사먹었던 페스츄리 비슷한 디저트. 동유럽 일대에서 자주 먹는 디저트인 것 같았다. 이곳에서도 만나게 되었네! 원조격인 피스타치오 들어간 바클라바랑 남해 특산물인 유자가 들어간 바클라바를 먹었는데 둘 다 맛있었다. 바사삭 거리는 식감과 고소하고 달달한 견과류들이 좋았다.
다 먹고 나서도 배가 허전해서 메뉴 하나를 더 주문했다. '바니짜'라는 불가리아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을 맛보고 싶었는데 다 떨어졌다고 하셔서, 치킨 수프를 주문했다. 닭육수에 담긴 여러가지 채소들의 향과 갈갈이 찢어 넣은 닭고기 살, 향신료들이 어우러진 수프였다. 찬바람 부는 날 정말 잘 어울리는 맛이다.
이색적인 불가리아 음식들을 즐기고 커피도 호로록 다 마시고 나오니 해가 저물고 있던 물건항 풍경이 보였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억새밭의 배경이 되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와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물건항을 바라보며 맛난 음식들을 즐겨봐야겠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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