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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보내는 오붓한 휴식시간, 이제 남해에서 보낸 행복한 하루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5. 1. 7. 21:54728x90반응형
남해는 우리가 자주 여행으로 찾았던 곳이다. 벚꽃이랑 유채꽃 피는 봄에도 왔었고, 수영을 하러 여름에 오기도 했었고 한겨울에 겨울바다 보러 찾기도 했었다.
이번에 남해를 찾으며 하루 머물렀던 숙소 '이제 남해'. 우리가 자주 찾았던 꽃내 마을을 지나왔는데, 이곳에 이렇게 크나 큰 건물이 생겼다니 놀라웠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걸까?
체크인을 하고 들어온 방에서는 이국적인 향기가 풍겼다. 어느 동남아 호텔 로비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런 향기 같았다. 커다란 유리 통창 너머로는 뻘 반 바다 반이 보였다. 푸른 하늘과 그 아래 펼처진 섬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 숙소를 예약한 이유는 그냥 온전히 하루 푹 쉬고 싶어서였다. 방 안에서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글을 끄적일 수도 있었고 그도 아니면 그냥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해도 좋았다. 그리고 방 안에 히노끼 욕조가 있어서 반신욕을 마음껏 즐길 수도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옥상 층에서 노천탕이나 불멍을 즐길 수도 있는 타입이었다. 한겨울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고 비용도 추가되기 때문에 굳이 노천탕은 안했다. 그냥 잠깐씩 바람 쐬고 싶을 때 올라와서 시원한 공기 마시고 바다 보고 별 볼 때 좋았다.
노을이 질 무렵에 옥상에 올라가서 본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반은 뻘이고 반은 바다, 노을을 머금은 노르스름한 배들이 바다 위를 떠다니고 건물 그림자가 뻘 위에 어른어른거리고 있었다.
잠깐 방에서 밖으로 나와서 이제 남해를 구경했다. 쭉 뻗은 건물과 멀리 푸른 바다와 산이 수영장에 아른아른 비치는데, '이제 남해'하면 떠오를 그런 풍경이었다.
삼각대 가져온 우가 요리조리 벤치 앞에 삼각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기념 사진을 남겼다.
로비에서 여러가지 과자들이랑 술, 음료 등등을 팔고 있었다. 이따가 히노끼 욕조 안에서 반신욕 하면서 먹을려고 과자들을 여럿 샀다. 다 맛나 보이는 과자들, 정말 잘 골라서 진열해놓았다. 자칫하면 다 살 뻔 했다. 먹을 것들 뿐 아니라 방 안에 있던 아로마 오일이랑 버너도 팔고 있었다.
방에 들어와서 체크인 할 때 받은 레몬그라스 오일을 버너 위에 톡톡 뿌렸다. 향기가 은은하게 방 안으로 퍼져나갔다. 방 안에 향기를 가득 채우고 히노끼 욕조에서 뜨끈한 탕을 즐겼다.
핑크 솔트 가득 넣어서 시원한 맥주랑 아까 로비에서 사온 과자들이랑 냠냠 먹고 마시며 탕을 즐겼다. 뜨끈한 탕 안에 몸을 담그고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피로가 싹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반신욕 하다가 나와서 생활복으로 갈아입고 남해 풍경을 바라보면서 일기를 끄적이고 침대 위에 누워 멍 때리기도 하다가.
밤이 찾아왔다. 옥상에 올라가봤는데 두둥실 달이 어찌나 밝게 떴던지 바다에 잔잔한 달빛이 가득 비쳤다.
생활복 입고서 석식 먹으러 가는 길. 수영장 주변 한바퀴 돌면서 멋진 야경 구경도 하고, 아까 옥상에서 봤던 달이 멋있어서 주차장 주변을 거닐며 밤하늘에 뜬 둥근 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남해의 달밤 🥰
이제 남해에서 제공하는 석식이 일식 느낌이라서 집에서 사케를 준비해왔다. 일본 여행 갔을 때 쟁여두었던 사케인데 드디어 마셔보는구나.
일본의 료칸에 묵을 때 가이세키 요리는 코스로 나와서 천천히 즐기면서 먹었는데, 여기는 한꺼번에 나와서 마음에 드는 음식들을 우리가 원하는 순서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콜키지 말씀 드리니 얼음 가득 채운 통도 가져다 주셨다. 상자에서 사케를 꺼냈는데 어랏, 사케가 산타 옷을 입고 있었다. 우가 몰래 산타 모자랑 옷을 챙겨와서 사케에 입혔다고 한다. 산타옷 입고 있으니 너무 귀여웠던 사케.
사케 마시다가 튀김 먹으면서 맥주 한 잔 안하는건 뭔가 아쉬운 마음에 생맥주도 하나 주문했다. 기린이찌방 생맥주 하나!
다 먹고 마지막에 밥이랑 장국이랑 디저트까지 나왔다. 대접받는 기분으로 배부르게 진짜 잘 먹었다. 알딸딸 취한 기분으로 나왔는데 밤이 더 깊어져있었다.
이제 달이 건물 위까지 떠있었다. 달빛이 이렇게 밝다니, 어두워지니까 달빛이 더 밝게 느껴졌다.
방에 돌아와서 한동안 히노끼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쉬다가, 옥상으로 올라가서 달이랑 별을 구경했다. 밤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어서 별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달빛이 아주 밝았는데도 별들이 어찌나 많이 보이던지, 평상 위에 드러누워서 별들을 바라보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돌아와서 따끈한 차랑 딸기랑 냠냠 야식으로 먹고서 푹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찾아왔다. 일출을 보고 싶었는데 해는 멀리 산 위에서 뜨는데 구름이 가득 껴가지고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붉그스름한 멋진 아침 하늘과 아직 저물지 않은 둥그런 달을 구경했다.
침대 위에 드러누워 이제 뻘이 아니라 바다로 변한 창밖 풍경을 바라 보았다. 어느새 바다가 가득 차서 푸르스름해진 창밖 풍경, 멀리 산 위로 하늘이 잔뜩 붉어져 있었다.
히노끼 욕조에 뜨끈한 물을 받고 반신욕을 즐기다가, 아침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이제 해가 떠서 수영장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침에 보니 더 멋있었던 이제 남해의 풍경. 반영이 아주 근사했다.
아침은 전복죽이 나왔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김치들이랑 젓갈이랑 잘 어울리던 전복죽, 우리 둘 다 바닥까지 싹싹 다 긁어 먹었다.
아침 먹고 들어와서 잠깐 남던 시간,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쉬었다. 오전 10시 반에 별채탕을 예약해두어서 그 때까지 우리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찾아간 별채탕. 이제 남해를 예약하면 별채탕을 한 번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는 숙박한 다음날 오전에 이용하는 시간대를 예약했다.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별채탕. 뜨끈한 물이 채워진 탕 옆에 차를 마실 수 있는 다기와 향을 피울 수 있는 도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향을 피워놓고 차도 우려놓고 뜨끈한 탕에 몸을 담궜다. 아이, 좋다. 탕에 몸을 담그니 작은 정원이랑 멀리 푸른 하늘이 보였다. 창을 열어 놓고 탕을 즐기니 노천탕에 온 것처럼 좋았다.
로비에서 산 남해 유자 빼빼로랑 따끈하고 향긋한 차랑 같이 즐기면서 잠깐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탕에 들어가고, 또 다시 나와서 차를 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창을 열고 바깥에 나가면 시원한 공기가 온몸에 닿아서 무척 상쾌했다. 몸이 차가워지면 다시 탕 안에 들어가고, 더워지면 다시 나가고 신이났던 우리 둘.
방 안에 있던 히노끼 욕조탕도 좋았는데, 이렇게 바깥 공기 쐬면서 뜨끈한 탕을 즐기니 더 좋았다.
별채탕을 나와서 방으로 돌아와 체크아웃 준비를 하고 이제 남해를 떠났다. 하루동안 따뜻한 탕에서 피로도 녹이고, 평화로운 바다 풍경 가득 눈에 담고 맛난 음식도 먹고 행복했던 하루였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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