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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에서 크리스마스 바다 산책 ☃️ 기장 아난티 코브 & 눈이 내리던 기장 빌라쥬 드 아난티 트리 빌리지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4. 12. 19. 19:43728x90반응형
오랜만에 다시 찾은 기장 아난티 코브. 아난티 코브 갈 때 항상 주차하던 길가가 있었는데, 거기에 또 주차를 해놓고서 바다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빨간 등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잔잔하게 비친 반영이 아름답던 날이었다.
방파제 위에는 무수히 많은 갈매기들이 있었다. 똥을 어찌나 많이 싸놨는지 테트라포트에는 하얀 자국이 죽죽 나있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공기는 차가워져서 상쾌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잔잔한 바다, 아주 조금씩 일렁이는 바다는 겨울이지만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였다.
멀리 보이는 기장 아난티 코브 건물을 보면서 걸어가는 길. 바다를 옆에 두고 걸으니까 참 좋았다. 겨울이더라도 바람만 불지 않으면 햇살은 충분히 따뜻하고 옷만 두툼하게 입으면 걷기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여름 바다는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라면 겨울 바다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기분이든다. 뛰어들지 못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해가 많이 떨어져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마주보며 걸어갔다. 바짝 마른 잡풀들이 뒤섞인 바닷가에는 보랏빛깔 국화가 잔뜩 피어나 있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꽃망울이 터져 어여쁜 꽃이 피었다.
멀리 보이는 트리를 쫓아서 작은 언덕길을 올라갔다. 분홍빛깔의 겹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올 겨울에 마주친 첫 동백꽃이구나! 겨울이 되면 남쪽에는 동백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아마도 12월부터 3월 즈음까지 동백꽃들이 폈던 것 같은데, 올해도 여기저기 동백꽃을 보러 섬을 놀러다닐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언덕 위에 서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이 정말 멋있다. 광활한 대지 너머로 펼처진 푸르고 선명한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어느 외딴 섬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울이라 땅 위는 초록 빛깔이 메말랐지만 바다는 어째 더 푸르게 느껴졌다. 부쩍 차가워진 공기 때문에 보기에도 더 차갑고 푸르게 보여서일까나?
아난티 코브 기장에 오면 항상 구경하는 코스, 이터널 저니에 가서 책들을 구경하고 여러가지 소품들을 구경하기. 그리고 올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어여쁜 트리들도 서 있어서 눈요기 거리가 늘어났다. 하얀 눈을 흠뻑 맞은 것 같은 커다란 트리들과 그 뒤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무척 아름다웠다. 여기서 커피 한 잔 홀짝이며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다.
이터널 저니에 들어가서 재미나게 책들도 구경하고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구경하고.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음악들이랑 여러 소품들을 보니까 크리스마스가 훅 다가온 것 같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이니까 너무 신난다. 우리 둘이 너무 좋아라하는 홀리데이 크리스마스!
바다 위에는 어느새 둥그렇고 하얀 달이 떴다. 푸르른 바다랑 약간의 노을을 머금은 소나무들과 하늘 위에 뜬 둥그런 달, 낭만적이었다. 아난티 코브를 지나서 이제 트리빌리지로 가봐야지, 지도앱을 켜고서 빌라쥬드 아난티를 찍고 걸어갔다. 빌라쥬트 아난티에 일단 들어서면 트리빌리지 가는 길이 안내가 잘 되어 있어서 일단 가기만 하면 되었다.
걸어가면서도 아난티 코브랑 빌라쥬드 아난티랑 거리가 좀 있어서 그냥 차를 타고 갈껄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빌라쥬드 아난티에서 쇼핑한 것들이 하나도 없어서 괜히 주차비만 낼 뻔 했으니 도보로 이동한 것은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
산타 모자와 망토를 두른 토깽이들의 안내를 받고 걷다가 보면, 멋진 조경의 정원이 나오고 곡선이 아름다운 건물도 보였다. 그리고 넓은 광장 위에 커다란 트리들이 잔뜩 서 있었다. 여기가 바로 기장의 트리 빌리지로구나! 생각보다 규모가 더 크고 예뻤다.
가운데 제일 커다란 트리가 하나 서 있었고 그 주위로 그보다 작은 트리들 여러개가 서 있었다. 가운데 가장 큰 트리 위쪽에 아난티라는 글자가 돋보였는데, 그 앞에서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이 어마어마했다. 평일날 저녁에 찾아갔는데도 이정도니 주말에는 정말 어디든 사진 찍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운데에서 줄을 서며 사진을 찍는 것을 포기한다면 사실 기념 사진을 남기기에 충분한 장소들이 널려 있었다. 트리 빌리지를 한바퀴 돌다 보면 사람들이 없는 공간이 잠깐씩 생긴다. 눈이 소복히 쌓인 것 같은 푸르스름한 트리들과 기념 사진을 찍다가 보면 어느 눈 내린 숲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밝게 빛나는 조명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모른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되어서 가운데 있던 가장 큰 트리 주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눈처럼 보이는 하얀 거품 같은 것들이었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눈 같이 보였다. 눈이 안 내리기로 유명한 남쪽에서 이렇게나마 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그래도 '겨울'하면 눈이지!
눈은 잠깐 내리나 싶었더니 꽤나 오래 내렸다. 눈 내리는 트리를 한참동안 구경 하다가 으스스해져서 잠깐 근처에 있던 스낵바에 들렀다. 이 추운 겨울날 뜨끈하게 끓인 뱅쇼라도 파려나 하고 들어갔는데, 분식들을 파는 공간이었다. 어묵바와 회오리감자, 핫초코, 유자차, 어묵 등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뜨끈한 어묵국물에 담긴 어묵 꼬치 둘이랑 핫초코를 사들고 나왔다. 어묵이야 부산어묵이니 맛 없을리가 없었는데, 의외로 핫초코가 너무 맛있었다. 정말 불량한데 정말 맛있는 그런 맛이었다. 이렇게 간 딱맞춰서 핫초코 타 마시기 어려운데 말이지. 핫초코 미떼를 하나 사놔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트리빌리지 근처에 벤치들도 꽤나 있었고 물이 담겨있는 멋진 정원이 있어서 잠깐 먹을거 먹고 따뜻한거 마시며 먼 바다를 감상하기 좋았다.
어두워지니까 더 아름다워지던 트리빌리지. 늦은 오후에 해가 저물 무렵에 와서 눈 내리는 것도 보고 더 어두워져서 반짝거리는 트리까지 보게 되었으니 딱 좋은 코스였다. 점점 더 차가워지는 날씨 탓에 서둘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모비딕 마켓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용품들이나 다양한 소품들, 식재료들, 와인 등등을 구경하기에 좋았다.
크리스마스 소품들에 특히 눈이 갔다. 이것저것 눈이 가는 제품들이 많아서 사고 싶은 것들이야 많았지만 집에 이미 많이 있기도 하고 사면 또 들고서 주차해놓은 곳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번거로웠다. 예쁜 것들을 눈에 가득 담고서 즐거움만 품고 돌아가기로 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산책을 마치고 귀여운 토끼의 안내에 따라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우리가 늘 가던 기장의 해녀집에 가서 전복죽 2인분을 깨부수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즐거웠던 당일치기 나들이었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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