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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쌀쌀한 겨울날, 낙엽 우수수 떨어진 대구수목원 산책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4. 12. 13. 14:29728x90반응형
2024.12.09
대구에 내려와 살면서, 거주하고 있는 동네 외에는 정붙인 곳이 딱히 없는데, 대구수목원은 예외인 것 같다. 멀리 산에 가기는 부담스럽고 산과 나무들 보면서 걷고 싶을 때 오기 좋은 대구수목원. 이제 가을이 지나가고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무들은 거의 다 벌거벗은 상태였다.
넓은 잔디밭 위에 서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두 그루. 항상 대구수목원 올 때마다 이 두 그루의 나무가 제일 먼저 우릴 반겨주는 것 같다. 넓은 잔디밭 위에 새하얀 목대가 볼 때마다 아름답다. 커다란 이파리들이 잔뜩 연두빛 잔디밭 위에 떨어져 있었다.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그렇게 나무는 자라고 또 잎이 나겠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저 나무들도 변하고 있다.
멀리 산 중턱에 보이는 자작나무들이 새하얗게 보였다. 올 가을에 자작나무 숲에 한 번 못가본 것이 아쉽다. 내년을 기약하고 올해는 한겨울에 자작나무 숲에 눈 쌓인 풍경을 보러 가야겠다. 자작나무들은 저렇게 헐벗었는데 그 뒤로 보이는 상록수들은 겨울도 아랑곳 않고 그저 푸르렀다.
수목원을 걷다 보면 귓가에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온다. 뭐 그리 쫑알쫑알 이야기 할 것들이 많은지, 짹짹거리는 소리를 쫓아가 보면 어김없이 새들이 있다. 귀여운 오목눈이들이 작은 나무 위에 모여 있었는데 오동통한 몸과 복실복실한 털이 너무 귀여웠다.
이제는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길들을 따라서 걸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데 걷다보면 어딘가 와있었다. 자주 왔던 곳이라 그런지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면 한바퀴 다 돌고 나오게 되는 곳이다.
대롱대롱 매달린 새빨간 열매들, 땅바닥에 가득 쌓인 낙엽들, 바짝 말라가는 단풍잎들을 보니 한해가 거의 다 저물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봄에 벚꽃 쫓아 다니고 여름에는 물놀이하러 다니고 가을에는 열심히 단풍을 보러 다녔는데, 이제 한해의 끝자락인 겨울이 성큼 와버렸다.
걷다가 보니 거의 수목원 끝에 있는 정원까지 오게 되었다. 네모난 연못 중앙에 작은 섬이 있고, 그 위에 배롱나무 한그루가 자라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비록 지금은 맨가지 뿐이지만, 그래도 멋있다. 연못 위에는 푸르른 하늘과 배롱나무 가지 하나하나가 다 담겨 있어서 그 반영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앞에 정자도 있어서 잠깐 쉬어가기도 좋은 곳이다.
한두시간 대구 수목원을 걸었던가? 항상 느즈막히 가서 퇴장 안내 방송을 듣고 나서고는 했는데 이번에도 여지 없이 그랬다. 수목원에 울려퍼지는 퇴장 안내 소리, 다음에 또 올 때는 눈 쌓인 풍경이면 좋겠는데 대구에 눈이 쌓일 날이 올해 내로 과연 있을까 싶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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