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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하이델베르크 (Heidelberg)로 떠나다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2021. 4. 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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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였던가 대학교 동기 중 한명이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로 유학을 갔단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그 때는 막연하게 그런가보다 그런데 하이델베르크가 어디지하고 지나쳤건만, 내가 하이델베르크에 오게 될 줄이야!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독일 문화권에서 가장 오래 된 대학이라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연찮게도 철학자의 길을 돌아다니다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보았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그냥 스쳐지나가듯 들었던 이야기들이 나에게 다가와 현실이 될 때의 그 느낌, 인연인 건가?

    유럽 여행에서 유일하게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하게 된 곳도 하이델베르크였다. 이곳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실현 불가능 할 것 같지만 하루만이라도 하이델베르크 대학생이 되어 보고픈 기분이 들었다.


    하이델베르크 중앙역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미리 예약해둔 버스를 타고 하이델베르크로 이동했다.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해서 역 바로 앞에 있던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 하이델베르크 2일권을 샀다. 그리고는 구글 지도를 켜서 에어비앤비 숙소 찾기에 돌입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가는 길




    구글맵상 10분이 좀 넘는 거리였지만 나는 길을 헤매서 한참을 걸었다. 구글맵이 길을 알려주는데 왜 엉뚱한 길로 가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난 정말 길치가 맞나보다 자책하며 갔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어깨에는 무거운 배낭, 울컥 끓어오르는 마음에 서럽다가도 서러움을 풀어낼 대상이 없기에 꾹 참고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야 했다.

    호스트 이름이 적힌 문패를 발견하고서는 어찌나 기쁘던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어벨을 눌렀다. 호스트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문이 철컹 열렸다. 캐리어를 끙끙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숙소는 아늑하고 쾌적했다. 따스한 햇살과 창밖의 푸르른 나무들을 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호텔이나 호스텔이 아닌 사람이 거주하는 집에 왔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가 아닌 하이델베르크에 사는 사람이 된 양 기분이 남달랐다.

    날이 너무 더웠고 길을 헤매느라 진을 다 뺀 상태라 목이 무척 말랐다. 호스트에게 혹시 물을 좀 마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물 하나를 건네던 호스트. 냉장고에 물이 많으니 마음껏 꺼내 마시라고 하더라. 그 말에 감동을 받으며 뚜껑을 열고 물을 마시는데 다 뿜을 뻔 했다.

    그 물은 다름아닌 탄산수였다. 이 날 처음으로 유럽의 탄산수를 맛 보았다. 한국에서 먹던 흔한 탄산수 맛이 아니라 아무런 향이 없는 게다가 약간 쌉쌀하기까지한 물에 탄산만 주입한 정말 요상스러운 액체였다.

    내가 기대했던건 삼다수 같은 청명한 물이었는데 목이 마르니 그냥 벌컥벌컥 마셨다. 이 곳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탄산수를 물처럼 마셔서 적응이 된 것인가?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아 그렇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본 것 같았다. 유럽여행 내내 도저히 탄산수로는 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내 호스트부터 신기했다. 아니 이 탄산수를 물로 마신다?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은 나에게 당연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기도 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날이다.








    침대에 누워 잠깐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 일기를 쓰며 쉬었다. 그리고는 인터넷 여행 카페에서 구한 동행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곳은 하이델베르크 중앙역. 올 때는 그리 헤맸건만 금방 중앙역에 도착했다.

    홀로 다니는 유럽여행이더라도 밥을 먹을 때 만큼은 동행을 구해 여러 사람들과 같이 먹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럿이 비용을 공동 부담하니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동행  두 분과 만나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시가지로 나가자니 늦은 시간이었고 피곤함이 몰아쳐 중앙역 맥도날드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햄버거와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슈니첼을 주문했다. 슈니첼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인데 돈까스 같은 느낌이었다. 기대를 가지고 먹었으나 아쉽게도 이 집의 슈니첼은 별로였다. 의외로 파스타가 맛있었다. 햄버거는 평범한 맛이어서 뇌리에 남지는 않았다.

    보기에는 양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다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이 배불렀다. 유럽 어느 식당이든 대부분 음식 양이 이랬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어마어마해서 다 못 먹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곳 사람들은 이 정도 양이 보통 1인분인가? 동행분들이 20대 건장한 남자들이었는데도 다 먹지 못했다. 결국 음식들을 남기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난 후에는 하이델베르크 네카 강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중앙역에서 네카강변까지 걸었다. 배낭여행을 가면 수없이 걷고 또 걷게 된다. 때문에 숙소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이른 시간에 뻗어버리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힘들었던 아침형 인간이 절로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이델베르크에 흐르는 네카강. 중앙역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는 편이었으나,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는 오히려 가까운 편이었다. 숙소에서 조금만 나와 걸으면 네카강이었다. 아직도 그 길이 생각난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나다닐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길은 나에게 인상 깊었던 곳으로 각인되었다.








    푸른 잔디가 아름다운 네카 강변에 위치한 공원. 사람들이 옷을 벗고 잔디 위에 누워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깜짝 놀랬. 여기가 해변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 나에게는 어색한 문화였다.







    아가 오리들이 어미 오리를 졸졸 따르며 잔디 위를 걷다가 강 속으로 풍덩 빠지는 모습이 귀여웠다. 독일에 와서 동물들을 참 많이 본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이런 공원에 오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한국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았던 적이 없던지라 신기하게 느껴졌다.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 바구니에서 음식들을 꺼내 먹으며 웃고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놀이터에는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는 부모들이 보였다. 참 여유롭게 사는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평일 이 시간에는 보통 회사에서 노동을 하고 있을텐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녁 이후의 삶이 보장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저물어갈 무렵 구글 지도로 근처 마트를 검색해 찾아가서 식료품들을 구입했다. 탄산이 없는 물과 (Still 이라고 적힌 물을 사면 탄산이 없다) 요플레, 베리 과일 모듬, 과일 쥬스를 샀다.숙소에 들어가면 출출한 배를 달래 줄 군것질 거리들이 필요했다. 혼자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정해둔 규칙 하나는 절대 어둠이 내린 거리에 홀로 나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덕분에 혼자였어도 여행을 안전하게 잘 다녀왔던 것 같다.






    공원에서 내가 묵고 있는 숙소로 가려면 네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했는데 그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그리고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



     



    숙소에 도착하니 호스트는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내 방으로 들어와 어슬렁 거렸다. 스윽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나를 바라보는데 느낌이 묘했다. 꼭 '저 사람은 누구냥'하는 몸짓이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간식들을 먹으며 일기를 쓰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비행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새벽에 도착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일정을 시작했으니 하루가 아닌 이틀이 쑥 지나간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난 왜 하이델베르크 2일권 카드를 산 것일까? 하루종일 전혀 사용을 안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바지런히 돌아다닐 계획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여행은 항상 계획된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흘러가서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 같다. 고생한 일들마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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