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황매산 군립공원을 찍고 황매산을 찾아가는 길, 구불구불한 산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황매산 꼭대기 억새 평원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해질 무렵 도착한 황매산에는 핑크빛 구름들이 두둥실 떠다녔다. 가을을 맞아 피어난 억새들이 가득했다. 높은 산 위로 펼쳐진 평원과 낮은 언덕 위로 보이는 억새 물결이 장관이었다.
멀리 보이는 구름들은 언덕 위에서 뭉게뭉게 피어난 것처럼 보였다. 황매산 정상부는 해발 천미터가 넘으니 저렇게 보여도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억새 물결을 따라 처음 들어서는 길은 거의 평지였다. 쭉쭉 더 올라가도 낮은 언덕들뿐이라 걷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도 산 꼭대기 억새밭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억새가 만발한 드넓은 들판 사이사이로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씩 서있었다. 아이보리빛 억새 위로 언뜻 보이는 푸르스름한 나무 이파리들이 귀여웠다.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서서 억새밭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오르는 와중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해가 순식간에 넘어가서 금새 하늘 빛이 변해버렸다.
태양은 산 너머로 저물고 들판 위 억새들은 신비로운 노을빛을 흠뻑 머금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가기가 아쉬워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조만간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속으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