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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비진도에서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1. 10. 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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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막 다가오기 시작한 9월의 어느 날 찾았던 비진도.

    작년 10월에 비진도에 들러 며칠을 머물렀었다. 그리고 거의 1년 만에 다시 비진도를 찾았다. 해변이 무척 아름다운 작은 섬 비진도. 이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무척 즐겁고 행복했었나 보다. 일상 속에서 비진도 여행의 기억들이 종종 떠오르곤 했다. 언제 한 번 비진도에 또 가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렇게 다시 오게 되었다.


     



    우리가 비진도를 찾았던 날은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후였다. 펜션 아저씨도 태풍 때문에 육지에 발이 묶여 있다가 우리와 같은 배로 비진도에 들어가는 길이었다고 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라 그런지 비진도는 아주 고요했다. 특히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해변이 무척 아름다웠다. 바다는 하늘보다 더 파랬고 고운 모래는 부드럽고 연한 살구빛이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리스의 어느 휴양지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큰 캐리어 두 개를 이끌고 우리가 머물 펜션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체크인 시간 전이었다. 펜션에 짐을 맡겨 두고 화장실에서 호다닥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곧장 해변으로 뛰쳐 나갔다. 도저히 빠져들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아름다운 바다였다.


     



    바다는 눈이 부시게 파랬다. 우리는 고운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잔잔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맑고 투명한 바다 아래로 하얀 모래가 그대로 보였다. 파도가 일렁이며 물 위로 눈부신 햇살이 반짝였다. 바다 안은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오전 내내 뜨거운 햇볕을 잔뜩 머금었는지 바다는 전혀 춥지 않았다. 우리는 기분 좋게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지난번에 재미있게 탔던 패들보트를 해변으로 끌고 와 바다 위에서 열심히 탔다. 한 번 탔던 경험이 큰 것일까? 처음에는 균형을 잡느라 흔들거렸지만 몸은 패들 보트에 금방 익숙해졌다. 패들보트를 타고 신나게 비진도 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열심히 물놀이를 하다 보니 몹시 배가 고파졌다. 체크인 시간이 지나서 펜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선 체크인을 하고 근처 식당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3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올라 가느라 좀 고생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멀리 보이는 푸르른 바다와 파도 소리에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발코니에 나가니 바다가 바로 눈 앞에 펼쳐졌다. 한없이 푸르른 바다를 보니 또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수평선 끝에는 섬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선유봉. 날씨가 맑아서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작년에 선유봉에 오르다가 덥고 지쳐서 중도 포기하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일은 저 선유봉에 오를 수 있으려나?


     



    발코니 난간에 기대어 서서 눈앞에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 보았다. 고요한 해변에 사람들이 제법 찼다. 겨울이 되면 날이 추워 이곳에서 물놀이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 있다면 비진도에 올 이유는 충분할 것 같았다.






    펜션에 짐을 풀어 놓고 미리 식당에 주문해 놓은 음식들을 찾으러 갔다. 작년에 왔을 때 갓 튀긴 치킨을 맛있게 먹었었는데 1년새 치킨집이 사라져 버렸다. 비진도 해변에 식당은 딱 두군데 뿐이라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총총총 해변을 옆에 두고 이제는 익숙해진 콘크리트 길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횟집에서 물회 하나랑 멍게 비빔밥 하나를 포장해왔다.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어디에 묵고 있냐고 물으셔서 말씀드렸더니 고추장과 참기름 통을 내어 주셨다. 비빔밥에는 원하는 만큼 팍팍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먹어야 맛있다면서 오늘이든 내일이든 아무때나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하셨다. 반찬도 두고두고 먹으라면서 통에 가득 담아 주셨다. 할머니의 넘치는 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발코니에 나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근사한 점심식사를 즐겼다. 물회는 마치 요구르트를 마시는 듯 상큼하고 달큰했다. 회도 쫄깃쫄깃했고 소면을 넣어서 후루룩 먹다가 밥도 말아 먹었다. 멍게 비빔밥에는 횟집 할머니께서 챙겨 주신 참기름과 고추장을 듬뿍 넣어 비벼 먹었다. 멍게에서 풍기는 바다향과 고소한 참기름향,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는 술. 이번에는 칭따오 작은 캔들과 와인들을 챙겨왔다. 향긋한 샤도네이와 함께한 물회와 멍게 비빔밥, 참으로 행복했다.




    해가 중천에 떠서 바다 위가 반짝반짝거릴 때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물 속에 들어가 열심히 수영을 하다가 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즐겼다. 강렬한 햇살이 몸을 뜨끈뜨끈하게 데워주었다. 우리는 바다에서 한참 수영을 하다가 모래 위에 누워 쉬다가를 반복했다.






    원없이 물놀이를 즐겼던 하루. 해가 저물어 추워지기 전에 돌아가기로 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 개운하게 따뜻한 물로 몸을 적시고 재정비를 한 뒤에 노을을 구경하러 해변에 나오기로 했다. 날씨가 좋아서 이 날 노을이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았다. 노을을 보며 와인을 한 잔 마시면 좋을 것 같았지. 우리는 서둘러 펜션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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