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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진도 여행, 비진도에서의 하루 아름다운 노을과 달밤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1. 10.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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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션 안에 들어와서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몸을 씻어냈다. 차가웠던 몸이 따뜻하게 녹아 내려서 기분이 좋았다. 바닷물이 아무리 맑아도 정수된 물에 비할 바는 못하구나, 또 깨닫는다. 씻고 나오니 창가에 지는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우리는 돗자리와 테이블, 와인, 안주 삼을 치즈와 초콜릿을 챙겨서 해변으로 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섬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다가 지는 햇살을 한껏 품고 아름답게 반짝반짝거렸다. 들썩들썩 신나는 기분으로 해변으로 걸어갔다.


    해변에 돗자리를 펼치고 작은 경량 테이블 하나를 펼쳤다. 지는 해를 바라 보면서 챙겨온 샤도네이를 홀짝홀짝 마셨다. 짭쪼름한 치즈와 달콤한 초콜릿이 와인과 아주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노을은 점점 더 짙어져 갔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낭만에 젖어 들었다.


    붉은 해는 이름 모를 눈앞의 작은 섬 뒤로 넘어갔다. 해가 지는 순간은 순식간이었다. 안녕, 비진도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생각했다. 노을이 지나가면 밤이 올테고, 밤이 오면 다시 아침이 올 것이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쉬웠다. 돌아가야 할 일상이 지겨웠던 탓일까?


    왠 새 한마리가 부표 위에 서 있었다. 자유롭게 바다 위를 휘젓고 다니는 새들이 부러웠다. 요근래 나는 자주 자유를 꿈꾼다. 그 녀석은 한발짝 나에게 다가와 가까워진 듯 느껴졌다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언제쯤 내가 원하는대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돌아가는 길 먼 하늘을 보니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둥그런 모양을 보니 오늘 밤 왠지 달이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산책을 하며 보름달을 꼭 봐야겠다 다짐했다.

     


    방으로 돌아와서 발코니에 나가 저물어가는 노을을 마저 구경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 빛나던 노을, 해가 뜨기 전 보던 보던 모습과 비슷했다. 고요한 바다에서 잔잔한 파도 소리만 들려왔다. 오늘 밤 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겠구나 생각했다.


    오늘의 저녁은 바베큐, 바베큐를 따로 신청하지 않고 챙겨간 구이바다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음식들이 빛을 발휘했다. 맛있게 삽겹살을 먹고 마시멜로우와 초콜릿, 에이스로 스모어도 해 먹었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짐들을 다 챙겨서 방에 두고서 밖으로 나왔다. 둘이서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마을을 걸었다. 하늘에는 별들이 참 많이도 떠 있었다. 그리고 둥그런 보름달이 밤하늘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들지 않는 깊숙한 바다로 다가갔다. 철썩이는 파도 위로 잔잔한 달빛이 아른거렸다. 달빛이 이렇게도 밝을 수 있구나를 느꼈다. 옛조상들이 달과 별을 보고 길을 찾았다는데 그 말에 믿음이 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밝다면 어둠 속에서 하늘을 의지하며 어디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달을 뒤로하고 숙소에 돌아와 잠을 청했다. 창 너머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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