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출렁다리를 구경하고 모노레일을 타러 탑승장으로 향했다. 욕지도 일주도로를 모노레일 매표소에 도착해서 표를 끊었다. 우리가 모노레일을 타러 가자마자 하나가 이미 출발해 버렸다. 다음 모노레일이 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다.
널찍한 모노레일 안에 어쩌다 보니 나와 남편 둘만 타게 되었다. 기다리는 이가 우리 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횡재가 있나! 덕분에 원하는 풍경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언덕을 아주 천천히 올라갔는데 헐벗은 산 속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곧 높은 곳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는 모노레일 뒤편으로 먼 바다와 섬들이 보였다. 우리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열차를 탄 것처럼 느껴져서 재밌었다.
모노레일은 한참 오르기를 계속하다가 멈춰섰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전망대로 가는 그 잠깐동안 어찌나 두근거리던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끝내줬기 때문에 절로 기대가 되었나 보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우리가 타고 온 모노레일이 귀여운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새파란 하늘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 우리가 서 있는 땅, 욕지도가 있었다.
전망대 나무 데크 위에는 커다랗고 노란 달 조형물이 하나 서 있었다. 푸르른 남쪽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달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여러 기념 사진들을 남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나른한 잠에 빠진 고양이였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저 눈을 감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귀여웠다.
꼭대기에는 매점이 하나 있어서 남편이 밀키스, 커피와 호빵 하나를 사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주전부리를 먹으며 배를 채웠다.
마지막으로 전망대 나무 울타리에 걸터 서서 먼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욕지도는 큰 섬 덩어리와 작은 섬 덩어리가 이어진 두 덩어리 사이에 땅이 이어진 모양이었다. 우리는 큰 섬 덩어리 위에 서있었고 멀리 보이는 섬은 작은 섬 덩어리였다. 우리가 배를 타고 들어온 욕지도 항구도 보였다. 봉우리들은 울퉁불퉁했고 봉우리 끝은 초록 모자를 쓴 것처럼 푸르딩딩했다.
내려올 때 탄 모노레일은 올라올 때 탄 것과는 좀 달랐다. 올라갈 때는 튼튼하고 최신식으로 보이는 모노레일을 탔었다. 그런데 내려갈 때 모노레일은 창문이 지퍼로 열 수 있는 비닐로 되어 있었다. 덕분에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지만 밖으로 떨어질까봐 좀 아찔했다.
아주 느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가파른 경사 구간에서는 바다 위로 떨어질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떤 놀이기구 보다 짜릿한 모노레일.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멀리 보이는 섬 풍경을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수평선을 멀리 바라보면 작은 섬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 모습이 남쪽 바다의 매력인 것 같다.
탑승장에서 나와 욕지도 항구에 들렀다. 항구 근처에 있던 주조장에서 고구마 막걸리를 샀다. 그리고 주조장 근처에 있던 어느 가게에서 고등어 김밥 두 줄을 샀다. 맛있는 김밥과 막걸리를 먹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이제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오후에 낚시 체험을 예약해두었기 때문이다.
파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하얀 테이블 위에서 고등어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고등어를 넣은 김밥은 난생 처음 보았다. 신선한 고등어가 사시사철 넘쳐나는 욕지도에서는 안될 것도 없지. 고구마 막걸리는 저녁에 맛보기로 했다. 욕지도에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많다니, 참 마음에 쏙 드는 섬이다. 으스스 춥지만 공기는 맑고 날도 좋은 그런 겨울날이 찾아올 때마다 욕지도가 생각난다. 바다도 그립고 맛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