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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지도에서 배 낚시체험과 바다 노을 그리고 직접 잡은 생선으로 신나는 바베큐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2. 1. 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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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낚시를 좋아한다. 낚시를 찾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낚시가 무척 재밌고 흥미진진했어서 내 자신은 낚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고작 두어번 밖에 해본 경험이 없지만 말이다. 이번 욕지도 여행에서도 낚시 체험을 꼭 하고 싶었다. 우리가 묵고 있던 펜션에서 낚시 체험을 해준다고 하셔서 미리 이야기를 해놓았다.


    점심시간 이후 아직 이른 오후 즈음에 우리는 선착장으로 왔다. 펜션 사장님의 빨간 배를 타고 낚시를 하러 바다 위를 달려 나갔다. 난 멀미가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미약도 챙겨 먹었다. 날씨가 워낙 좋았던 날이었고 파도도 별로 없어서 배는 순항했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낚시대 사용하는 방법과 미끼를 거는 방법을 다 알려 주셔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새우를 뾰족한 쇠바늘에 끼우는 것이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곧 익숙해지더니만 아무렇지도 않게 새우를 만지고 슥슥 바늘에 끼워 넣게 되었다.


    낚시의 재미는 고기를 낚으면서부터다. 하염없는 기다림 끝에 그 묘한 떨림을 느끼고 낚아 올렸을 때 생선이 팔딱거리면 어찌나 기쁘던지 모른다. 생선을 몇 마리 낚기 시작하면서부터 정말 주체없이 재밌고 기쁘고 흥이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낚시를 하라고 해도 아마 했을 것이다. 남편과 나는 쥐치, 혹돔, 볼락 같은 생선들을 잡았다.


    한동안 바다 위에서 낚시를 하다가 사장님께서 포인트를 옮겨 주신다고 하셨다. 정말 낚시는 복불복 같은게 어떤 사람은 쉴 틈 없이 고기를 낚는데 또 어떤 사람은 한 마리도 못 낚기도 했다. 나는 운이 좋아서 꽤나 생선들이 올라왔지만, 내 옆에 커플은 고기를 구경도 하지 못했다.


    포인트를 옮기고 나서는 우리에게 입질이 뜸해졌다. 그래도 몇 마리 생선들이 올라오기는 했다. 생선이 잘 낚이지 않더라도,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설레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재밌기만 했던 것 같다. 낚시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에 금방이라도 해가 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노을을 앞에 두고 낚시를 하는데 갑자기 내가 바다 사나이라도 된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바다를 매일 보고 낚시를 하고 그렇게 살아도 좋을 것만 같았다. 낚시를 하는 동안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고 평화롭고 행복했다. 고요한 바다는 이리도 아름답고 멋지구나. 또 한번 다시 느낀다.


    멀리 바다 위로 떨어지는 타오르는 해를 한참동안 바라 보았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둥둥 뜬 배 위에서 이런 장면을 보다니, 오래 전 캄보디아 똔레삽 호수에서 이렇게 지는 해를 보았었지.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낚시를 마치고 우리가 잡은 생선들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낚시 체험이 끝나면 사장님이 생선 손질을 해주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태 체험했던 낚시는 보통 선장님께서 생선 손질을 다 해주셔서 그저 먹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게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나 보다. 낚시 체험 경험이 별로 없어서 우리는 바보같이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유투브라도 보고 생선을 손질해볼까 하던 찰나 펜션에 묵던 다른 손님이 우리를 보고 안타까웠는지 직접 손질을 해주시겠다고 나서셨다.​


    횟집 사장님이셨다는 아주머니의 칼질이 아주 능수능란했다. 우리가 잡은 고기들이 하나하나 아주머니의 손길로 다듬어졌다. 큰 생선 하나(쥐치였던 것 같다)는 회로도 맛보라며 손수 회를 떠주셨다. 우리는 아주머니께 너무 감사해서 욕지도 들어올 때 사들고 온 딸기 케이크를 건네 드렸다. 훈훈한 정이 오가는 여행, 따뜻한 추억거리가 하나 생겼다.


    우리는 미리 펜션에 바베큐를 신청해 놓았다. 회 접시를 방 안에 두고 나왔다. 숯이 준비되어 오자 우리는 손질 된 생선들을 그릴 위에 올려 지글지글 구웠다. 우리가 상상했던 생선 구이는 식당에서 갓 나온 바삭바삭 구워진 온전한 생선의 모습을 한 구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구운 생선은 다 부서지고 그릴에 껍질이 달라 붙고 엉망진창이었다.


    열심히 구워 온 생선과 야들야들한 회를 낮에 사온 고구마 막걸리와 함께 즐겼다. 배에서 우리가 직접 잡은 생선들로 꾸린 저녁식사. 아주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먹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먹으면서도 계속 아주머니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션에서 은인을 만나다니, 우리는 참 운도 좋다. 즐겁게 그리고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여행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언제나 늘 라면이다. 마땅한 냄비가 없어서 우리가 챙겨온 후라이펜 위에 라면을 끓였다. 라면을 이렇게 펜에 끓여 먹는 건 또 처음이다. 호로록- 뜨근한 국물을 들이키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욕지도에서의 마지막 밤,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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