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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월포 해수욕장 앞 펜션에서 보낸 하룻밤
    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1. 1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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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저물어갈 즈음 우리는 남해 월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번에 잡아둔 펜션이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었다. 아담한 방 하나와 화장실이 딸린 우리의 숙소, 둘이 쓰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이리 추운 날에는 온수만 잘 나와도 대만족이다.



    펜션에 도착하고 보니 알았다. 소개글 그대로 정말 코앞이 해수욕장이었다. 방에 딸린 테라스 밖으로 나가면 곧장 우거진 송림과 바다가 보였다. 이날은 어마무시하게 추운 날이었지만 바다를 구경하러 테라스 밖으로 나갔다.



    바다는 파랗고 하늘은 붉그스름했다. 멀리 보이는 이름 모를 섬들은 지는 햇살을 받아서 그런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바다는 아주 고요해보였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바람 때문인지 요동치고 있었다. 소나무 숲을 지나서 해변 가까이 다가갔다. 억센 바람에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패딩을 껴입었다.




    지는 노을이 아름다웠다. 바다 위에는 왠 오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강가를 떠다니는 오리는 봤어도 바다 위에 무리지어 있는 오리들은 처음이었다. 갈매기도 아니고 오리라니. 이곳은 바다가 맞는 것일까? 우리가 바다 가까이 다가서자 오리들은 멀리 더 먼 바다를 향해 달아나 버렸다.





    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이 넓은 공간에 우리 둘 뿐이었다. 아름다운 노을이 보기 좋았지만 차갑게 부는 바람 때문에 바닷가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더 서있다가는 코가 줄줄 흘러 내릴 것 같아 돌아섰다. 펜션이 코앞이니 곧장 테라스에 달린 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오니 비로소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밤, 아주 단단히 옷을 껴입고서 해변으로 나왔다. 밤하늘에 달이 아주 밝았다. 별들도 어찌나 많던지 밤하늘을 바라보는 내내 황홀했다. 밤하늘 가운데 오리온 자리가 떠 있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이다.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 들려오는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좋았다. 바다은 어찌나 맑던지 아주 투명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나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갔다. 역시 어제처럼 어마무시하게 추웠지만 그래도 푸르딩딩한 바다가 어여뻐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 들어왔다. 전날 남편이랑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본다고 밤 늦게 잠들어서 일어나 보니 이미 해가 떠있었다.



    따뜻한 차를 호로록 마시며 창을 열고 밖을 바라 보았다. 기다란 소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주 아름다웠다. 몇몇 어선이 바다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부들의 아침은 참 빠르구나. 멀리 보이는 조그만 삼각형 모양 섬이 귀여웠다. 어제부터 자꾸만 눈에 들어오던 조그만 섬, 이름을 알고 싶으나 지도를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몸이 따뜻하니 이리 창 앞에 앉아 바다를 하루종일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디선가 야옹야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야옹거리는 소리. 아마도 먹을 것을 달라는 말이겠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서 건네 줄 음식이 없었다. 미안하다 야옹아. 너무 귀여워서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고양이는 어느새 멀리 가버렸다.



    바다 위에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쉴틈없이 반짝였다. 아름다운 바다, 역시 바다를 앞에 두고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우리의 마지막을 보내게 될 집을 구하게 된다면 이렇게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이면 좋겠다.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면 금방이니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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