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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독일 마을에서 보낸 하루
    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1. 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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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다시 찾은 남해 독일마을. 예전에 남해가 낯설었을 때는 독일마을울 꼭 찾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독일마을을 찾지 않게 되었다. 찾을 때마다 늘 비슷했어서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소시지를 팔고 맥주를 팔고 기념품 가게들도 비슷비슷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랫만에 독일마을을 다시 찾게 되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온 독일마을. 기대가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이번 독일마을은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오랫만에 찾아서 그런지 많은 것들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독일마을 꼭대기 붉은 지붕을 가진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독일 맥주나 티, 오르골, 마그넷 같은 것들을 파는 상점이었다. 예전에 분명 이곳에 왔었던 것 같은데 오랫만이라 그런지 새롭게 느껴져서 구경하느라 신이 났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들은 아주 세심하게 술들을 살펴 보았다. 보통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볼 수 없었던 신기한 맥주들이 많았다. 몇 병 사들고 오고 싶었는데 한 병에 만원이 넘는 가격이라서 들었다가 놔버렸다.

    이 돈이면 그냥 생맥주를 사먹고 말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 고민 없이 샀을텐데 요새는 미래를 설계하느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는 안하려고 노력한다.​


    눈꽃송이가 훌훌 날리는 것 같던 아름다운 오르골들. 이곳에서 내 다리가 잠시 멈춰 버렸다. 한참 오르골을 바라보며 살까 말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사지는 않았다. 그래, 예쁜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집에 이미 오르골이 많지 않던가? 내 인내력을 칭찬하며 가게를 나왔다. 하하.


    기념품 상점을 나와서 전망대를 향해 걸어갔다. 독일마을에 와서 전망대까지 걸어 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광장 근처를 배회하다가 돌아갔던 것 같았다. 자그만한 아치 아래를 지나가면 곧장 전망대가 나왔다. 나무 계단을 따라서 위로 올라가서 보는 것보다 그냥 언덕 위에 서서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다웠다.


    하늘도 아주 파랬고 바다도 아주 파랬다. 그림처럼 물건항의 풍경이 내려다 보였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남해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던 풍경이었다. 그 아래로 줄줄이 빈 가지 나무들이 이어졌다. 방금 전에 우리가 걷다 온 물건방조어부림이었다. 그리고 붉은 지붕들이 바다와 함께 내려다 보였다.


    오래전 독일에 여행가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일 때 펼쳐지던 붉은 지붕들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독일을 느껴보려고 했다. 이곳은 독일마을이니까. 붉은 지붕들과 함께 보이는 푸르른 남쪽 바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인 것 같다. 이 모습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힘들지만 독일마을 꼭대기까지 올라오긴 와야겠다 싶었다.


    전망대를 둘러보고 와서 근처에 있는 독일식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런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일하는 직원들이 정신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단 둘 뿐이었는데 커다란 테이블에는 앉혀 주지 않아서 멍하니 기다렸다. 언제 두 자리가 날런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이십여분 기다리다가 아니다 싶어서 식당을 나왔다. 나오는 음식들과 음료들을 보니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을 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식당 천장에 있던 그림과 맥주들을 구경했으니 그걸로 만족하며 식당을 떠나왔다.


    전망대에서 독일마을 아랫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도 멀리 물건항이 보였다. 우리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바다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주홍색 지붕 위에 하얀 사슴 모양의 장식은 예전에도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우리 전망대를 오긴 왔었던가 싶기도 했다. 이미지가 가물가물해서 혼란스럽지만 저 하얀 사슴은 분명 기억이 났다.


    길을 걷다가 새로운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우리에게만 새로운 곳일 수도 있다. 너무 오랫만에 찾아 와서 이 상점은 처음이었다. 귀여운 곰돌이가 털모자를 쓰고 우릴 반겨 주었다.


    안으로 들어오니 구경할 것들이 어찌나 많던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다. 난 여행지에 오면 이렇게 소품가게에 들르는 것을 참 좋아한다. 난 항상 뭐라도 기념이 될 것들을 사고 싶어 안달이다. 이 상점에서도 고르고 고르다가 나무로 만든 꼬마 병정 하나를 사왔다. 마그넷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이미 집 냉장고에 남해 마그넷이 떡하니 붙어있어서 참았다.


    우리는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소시지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다녔다. 정말 많은 식당들이 있었는데 사실 어디든 맛은 비슷할 것만 같았다. 이전에 들렀던 식당 말고 새로운 곳으로 그리고 넓고 앉을 공간이 충분한 곳에 들어갔다. 파울라너 생맥주를 파는 어느 카페 같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는 독일식 소시지를 하나 시켜놓고 파울라너 생맥주를 두 잔 시켰다. 두 맥주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역시 생맥주! 바다를 보며 마시니 더 꿀맛이다. 사실 맛은 독일에서 먹었던 소시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잠깐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이곳을 독일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배를 채우고 나와서는 다시 독일 마을을 한참 돌아다녔다. 너무 많이 다녀서 우리는 이제 이 길들이 다 익숙해져버렸다. 그렇지만 열심히 돌아다녔다. 여러 가게들 중 익숙한 곳도 있었지만 낯설고 새로운 곳들이 종종 있어서 재미났다. 다음에는 독일마을에서 슈니첼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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