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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겨울 남해 물건항 그리고 독일빵집 슈톨렌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1. 13. 21:32728x90반응형
우리의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항을 찾았다. 남해에 올 때마다 우리는 습관처럼 물건항을 찾는 것 같다. 이곳에서 보낸 첫기억이 좋았기에 그런가? 어느 겨울날 물건항을 처음 찾았을 때 아직 우리에게 남해는 낯선 곳이였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나란히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워, 남해를 떠올리면 이 등대들이 가장 먼저 생각날 정도였다.
겨울날 다시 찾은 물건항. 물건방조 어부림을 지나서 해변으로 나아갔다. 헐벗은 가지들이 파란 하늘 위에 가득했다. 여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한없이 푸릇푸릇했었는데, 빈가지만 무성한 나무들을 보니 지나간 계절이 갑작스럽게 확 느껴졌다.
원래 이곳이 이렇게 몽돌로 가득했던가? 모래 해변일 줄 알았는데 기억이 벌써 희미해졌나보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었다. 잔잔한 파도가 동글동글한 몽돌 위를 덮었다가 멀리가버리기를 반복했다. 돌들이 서로 부대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다가 아주 맑고 얕아서 반질반질한 돌들이 잘 보였다. 반짝거리는 물 그림자들이 돌 위에 어른거렸다. 이 투명하고 고요한 겨울 바다는 늘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참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다. 추워서 그런가 아니면 물에 뛰어들지 못해서 그런가? 우리는 보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할 것이 없어도 겨울 바다를 종종 찾는다. 사람들이 없어 조용하고 여름보다 더 맑고 푸르르게 느껴져서 좋다.
남편과 나는 납작한 돌맹이를 골라 주워 물수제비를 떴다. 나는 아무리 연습해도 돌맹이가 세번을 넘어서서 뛰지는 못했다. 남편은 제법 큰 돌맹이로도 물수제비를 멋지게 떴다. 나도 언제쯤 물수제비를 잘 던질 수 있으련지. 그러고는 몽돌 위에 삼각대를 잘 펴놓고 기념 사진들을 남겼다. 예전에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비슷하게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 등대 사이에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 세월은 지나가고 우리는 많이 변했는데 사진을 보니 푸르른 바다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물건항 근처 해수욕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독일 빵집'이 나온다. 차를 타고 물건항으로 가다가 발견한 곳이었다. 'Willkomen'이라는 컬러풀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독일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로 독일어를 공부했었고 독일 문화도 다양한 루트로 열심히 알아 봤었다. 그래서 독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절로 눈이 간다. 그러니 독일 빵집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어여쁜 그릇들과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가득했다. 아마도 사장님이 독일에서 수집한 제품들이 아닐까 싶었다. 나도 어여쁜 그릇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사 온 그릇들을 쓸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창가에 있던 난쟁이 조각상들은 너무 귀여워서 하나 데려오고 싶었다.
독일 빵집에서 슈톨렌을 팔고 있어서 만원짜리 조그만 크기 빵을 하나 집어 왔다. 집에 돌아가서 크리스마스의 여운을 느끼며 먹어야겠다. 슈톨렌은 독일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먹는 전통 빵이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기념삼아 슈톨렌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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