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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암산 유원지에서 얼음 빙판 스케이트 타기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1. 17. 23:19728x90반응형
2021년이 다 가기 전에 서울 야외 스케이트장에 가서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분위기를 느끼며 쌩쌩 스케이트를 타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잠잠해지질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지니 스케이트 타기는 기약 없이 미뤄두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22년이 되었고, 고맙게도 남편이 야외 스케이트장을 찾아내서 나를 데려갔다. 강물이 꽝꽝 얼어 붙은 천연 스케이트장이었다. 안동에 있는 암산 유원지라는 곳이었다.
멋있는 절벽 아래 흐르던 강이 꽝꽝 얼어 붙어 스케이트장이 되어 있었다. 차가 어찌나 많던지 괜히 안까지 들어왔다가 힘들게 도로 나갔다. 한참 뒤 도로 갓길에 차를 주차해서 걸어왔어야 했는데, 이렇게 차가 막힐 줄 몰랐다. 지나가면서 차창밖으로 보이던 풍경이 재미났다. 귀여운 오리배는 겨울잠을 자는 중이었고 사람들은 썰매, 스케이트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다시 돌아서 유원지를 나와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커다란 동굴 같은 곳을 지나갔는데 사람이 뚫은 것인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근처에 '자암산'이 있었고 이 돌덩이는 산의 일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곳 유원지 이름이 '암산유원지'인가 보다.
우리는 유원지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주전부리를 챙겨 먹으러 매점으로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출출한 배부터 채우고 스케이트를 타기로 했다. 라면 하나랑 어묵, 떡볶이, 핫초코를 사서 밖으로 나왔다.
안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와서 공기를 쐬며 멀찍이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다. 추운 공기를 마시며 뜨끈한 음식들을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핫초코는 아주 달콤한 꿀물같이 느껴졌다.
배를 채우고 스케이트화를 빌리러 갔는데 인기있는 사이즈는 이미 다 나가고 없어서 누군가 반납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드디어 스케이트화 맞는 사이즈가 생겨서 챙겨 들고 급히 나갔는데 날이 잘 들지 않아서 앞으로 스케이트가 끼이익- 부자연스럽게 나갔다.
그래서 다시 스케이트화 빌리는 곳에 들어가서 날을 갈고 밖으로 나갔다. 오, 날을 간 보람이 있었다. 스케이트는 앞으로 슝슝 아주 잘 나갔다.
너무너무 재밌었던 스케이트 타기. 처음에는 넘어질까봐 어기적 어기적 조심히 다니다가 좀 익숙해지니 슝슝 속도도 제법 내서 빙판 위를 휘젓고 다녔다. 얼음 요정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속도를 내서 빙판 위를 가르며 빠르게 지나가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우리는 거센 바람을 만났다. 우리의 가속도와 바람이 더해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친 속도로 빙판위를 가르며 앞으로 나갔다. 발을 멈출 수가 없어서 이대로 가다가 누구라도 부딪히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일부러 나자빠졌다.
나도 자빠지고 남편도 자빠지고, 이 과정에서 남편의 안경이 후루룩 빙판 위를 가르며 종잇장처럼 날라갔는데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남편은 내내 선글라스를 끼고 빙판 위를 휘젓고 다녔다. 하하.
한참 스케이트를 타다가 코도 훌쩍이고 다리도 아파와서 잠시 쉬었다 다시 타기로 했다. 매점으로 가서 군밤 굽기 체험을 신청했다. 사장님이 나뭇가지에 불을 피워 주시면 우리는 그 불 위에서 철망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밤을 구웠다.
불도 쬐고 밤도 굽고 일석 이조! 불 피우는 장면은 그저 보기만 해도 재밌었다. 화르륵 타오르는 불을 보며 밤을 굽고 나무 타는 냄새도 잔뜩 맡았다.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열심히 구운 밤을 호로록 깨먹고, 믹스 커피 한잔씩에 야채 호빵까지 먹어 치운 뒤에 다시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러 빙판 위에 발을 디뎠다. 쌩쌩- 사람들이 빠져나간 빙판 위는 더 광활하게 보였다. 있는 힘껏 속도를 내서 쌩쌩 달려 보았다. 너무너무 재밌었다. 계속 타고 싶었는데 해가 저물어가면서 어찌나 으스스 추워지던지, 다음에는 아침 일찍 와서 종일 타야겠다 생각했다.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고 하늘이 울긋불긋 물들었다. 이제 우리도 가야할 시간이다. 아쉬운 마음에 계속 빙판 위를 뱅뱅 돌다가, 어기적 어기적 대여소 안으로 들어가 스케이트화를 반납했다. 북적거리던 대여소 안이 설렁했다.
우리는 붕어빵 가게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꼬마 붕어빵들을 받았다. 갓 구운 붕어빵이 어찌나 맛나던지, 붕어빵을 하나씩 들고 냠냠 거리며 빙판 길을 가로질러 우리 차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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