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여행 맑은 겨울날 신비로운 금오름에 오르다우리나라 방방곡곡/제주도 2022. 2. 5. 22:41728x90반응형
겨울 제주 여행,
서쪽을 돌아보기로 작정한 우리는 제주도 서쪽에 있는 오름들을 검색해 보았다. 오름에 올라갔다 와야 왠지 제주를 제대로 느끼는 것 같아서,
제주에 도착하자 마자 날도 좋으니 오름부터 올라보기로 했다. 서쪽에서 제일 유명한 것 같은 새별오름은 예전에 여러번 가보았던터라 그 옆에 있는 금오름에 가보기로 했다.
별 생각없이 찾아왔는데 어라, 이 오름 꽤나 인기가 많은 곳인가 보다. 주차장에 차들이 주르륵이었다. 일찍 온 덕분에 주차를 무사히 하고 금오름에 오를 수 있었다.
푸르른 소나무 숲 사이 흙길을 걸었다. 평지를 걷다가 나중에는 오르막길을 계속 걸었다. 길 옆으로는 아름다운 제주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멀리 선명하게 한라산도 보였다.
마침내 오름 꼭대기에 올라서니 가운데 뻥 뚫린 듯한 분화구가 보였다. 한라산 백록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분화구 위에는 작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많이 쌓여 있었다. 분화구 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먼저 오름의 봉우리를 따라 한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붉은 돌들로 쌓인 돌탑을 만났다. 우리는 작은 돌들을 주워서 돌탑 위에 살며시 올려 놓았다. 그리고 기를 불어 넣어 소망을 담아 기도를 올렸다.
분화구를 두르고 있는 봉우리를 따라 걷는데 오름 아래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보였다. 눈 쌓인 한라산도 보이고 멀리 바다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비양도도 보였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추웠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서 있었다.
오름을 반바퀴 돌고서 분화구 쪽으로 내려갔다.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오름의 나머지 반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가파른 경사의 흙길을 걸어 내려갔다.
아래로 아래로 점점 더 내려가니 멀리 보이던 한라산이 자취를 감췄다. 그래고 고개를 들어 올리면 푸르른 하늘만 보였다. 그리고 허허벌판 위에 붉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이곳이 과연 제주일까? 지구가 맞는 것일까? 새로운 풍경에 낯설었다. 마치 화성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은 눈부시게 푸른데 내가 딛고 있는 땅은 칙칙한 흙빛이었다. 오름 위로는 하얀 구름이 멋있게 늘어져 있었다.
켜켜히 쌓인 돌탑들이 불규칙적으로 쌓여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 모습들이 신성해보였다. 내 마음이 절로 경건해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신'이라는 뜻을 가진 '곰'이라는 단어와 '금'이라는 단어는 그 어원이 같다고 한다. 이 오름에 뭔가 신비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옛조상님들도 알고 있었나 보다.
우리도 여기저기서 돌을 주워서 탑을 하나 쌓았다. 커다란 돌들을 밑에 켜켜히 쌓고 작은 돌들을 위에 차곡차곡 올려 놓았다. 이곳에 있는 많은 돌탑들이 이렇게 쌓인 것이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돌탑을 쌓으면서 이루고 싶은 꿈들을 차곡차곡 같이 담았을 것 같다. 분화구 안의 수많은 돌탑들에 얼마나 많은 소망들이 담겼을까나?
안녕 금오름, 분화구 위를 올라와서 다시 멀리 한라산과 두둥실 뜬 뭉게구름과 분화구를 한동안 바라 보았다.
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음번에 제주를 오게 된다면 왠지 이 금오름에 다시 찾아올 것 같다.
분화구 위로 올라와서 오름의 나머지 반바퀴를 돌았다. 바다 끝으로 줄줄이 이어진 풍차들을 보니 저곳이 신창 풍차 해안도로인가 보다. 이번 제주 여행 중에 저 해안도로를 들릴 날이 올지 모르겠다.
시선의 끝에는 푸르른 바다가 펼쳐졌다. 그 아래 오밀조밀한 작은 집들과 쭉 뻗은 도로가 참 멋있었다.
금오름을 내려오는 길은 금방이었다. 풍경들을 구경하면서 올라갈 때는 시간이 한참 걸렸었는데 말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 멀리 노란 꽃들이 언뜻 보였다. 신기해서 다가갔는데 유채꽃이 아니던가!
겨울을 맞은 제주, 유채꽃이 한창이었다. 유채꽃은 봄에나 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어서 어찌나 반갑던지. 미리 봄맞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설산을 보겠다는 생각만으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제주에 왔는데, 감사하게도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어 참 기뻤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제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제주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산책하기 (0) 2022.02.16 노을 질 무렵 제주 송악산 둘레길 걷기 (0) 2022.02.15 제주도 산방산에 가득 핀 노란 유채꽃 (0) 2022.02.12 제주여행 이국적인 사계해안에서 뿔소라구이와 산책 (0) 2022.02.08 겨울 제주도 3박 4일 부부가 함께한 여행 (1)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