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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수선화 가득한 아름답고 이국적인 거제 공곶이에서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2. 3. 23. 23:59728x90반응형
얼마전에 공곶이를 다녀왔던 우리는 아름다운 동백꽃과 이국적인 바다와 나무들에 반했었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꼭 양파 줄기처럼 보이던 푸릇푸릇한 수선화 줄기들을 보고,
수선화가 필 때 꼭 다시 이곳에 와야겠다 생각했었다. 아마 내년에나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의 2주만에 거제를 다시 찾았다. 공곶이에 와서 노랗게 피어난 수선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였다.
공곶이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달려가면 작은 항구가 하나 나온다.
예구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콘크리트 깔린 언덕 길을 올라갔다.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공곶이 이야기'라는ㄴ 카페가 하나 보이고,
그 카페를 지나서 좌우로 소나무가 울창한 언덕 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공곶이 표지판이 나타난다.
얼마 전에 왔었던터라, 길들이 아주 익숙했다.
어떤 풍경이 보일지도 알고 어떤 길인지도 아니,
얼마나 더 아름다워졌을까 기대가 되어서 아예 공곶이를 몰랐던 때보다 더 설레였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동백꽃이 더 많이 피어 있었다.
내리막 돌길로 들어서는 동백나무 숲에 가기 전,
동백나무들이 줄줄이 이어진 야자 매트가 깔린 멀리 내도가 보이는 길에는
분홍빛깔 꽃잎에 흰색이 섞인 고운 동백꽃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잠깐 멈춰서서 동백나무 너머로 보이는 내도를 바라 보았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노란 지붕 집들이 아름다웠다.
저번에 공곶이에 왔을 때는 날씨가 흐렸는데 이날은 날이 정말 좋았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바다는 쪽빛이고, 햇살이 따뜻해서 완연한 봄 날씨 같았다.
공곶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동백 터널에 들어섰다.
아래로 끝없이 이어진 돌계단을 걷다 보면 동화 속 세상에 온 듯 하다.
고개를 들어 보면 동백나무 푸르른 이파리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하늘이 보일 듯 말듯 했다.
돌계단 위로는 나무 그림자들이 일렁였고 군데군데 동백꽃들이 떨어져 있었다.
긴 동백 터널을 지나고 나면 작은 무인 매점이 나온다.
이번에는 매점에서 차나 커피를 팔고 있을까 기대했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공곶이 2021이라고 적혀있던 돌맹이에는
2022년이라고 연도가 바뀌어 있었고 노란 수선화 다발이 놓여 있었다.
낯설었던 2022년은 어느새 익숙해졌다. 2022년의 봄날이 이렇게 지나간다.
작은 매점을 지나서 길을 따라 다시 걸었다.
이국적인 선인장과 어지러히 자라난 팔손이, 돌담 사이에서 솟아난 동백나무들을 보며 걸었다.
길은 섬 가장자리를 따라 나있었지만 나무들이 우거져서 바다가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걸어나가니 푸르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무인 판매점 위 파란 플라스틱 통 안에 수선화 꽃다발이 담겨 있었다.
수선화 향기가 이리도 달달했던가?
달콤한 향기가 코 끝을 찔렀다.
저번에는 이곳에서 애기동백 한그루를 사갔었는데,
이번에는 무인판매 나무 박스 안에 2천원을 넣고 꽃다발 하나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아름다운 수선화 꽃밭,
멀리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는 내도가 둥둥 떠 있었고 그 옆으로 조그맣게 해금강이 보였다.
종려 나무들을 보니 이국적인 남국에 온 것 같았다.
바다 아래에는 별처럼 피어난 수선화들이 세상을 노랗게 물들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 같았던 수선화,
가느다란 줄기 끝에 귀여운 별들이 대롱대롱 달려서
바람 따라 흔들흔들 아름다운 춤을 추었다.
요정들이 날아다닐 것 같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동화적인 풍경이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발걸음은 자꾸만 제자리다.
열심히 땅을 일구고 꽃과 나무들을 가꾼 노부부 덕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었으니 두 어르신에게 너무너무 감사했다.
나도 언젠가 조그만한 땅을 사서 아름다운 정원을 꾸밀 날이 오겠지.
매일매일 그런 날을 꿈꾸고 있다.
가까이서 보니 아직 피어나지 못한 수선화들도 많았다.
이 꽃들이 다 피어나려면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3월이 지나고 4월 초까지도 수선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수선화 꽃밭을 지나서 해변으로 걸어 내려왔다.
동글동글하고 하얀 몽돌들이 많은 해변,
파도가 잔잔히 치고 있었다.
공곶이는 그 모양이 궁둥이처럼 튀어나왔다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다.
50여년간 어느 노부부가 가꿔낸 동화 속 세상 같은 아름다운 정원,
그 끝에는 바다가 있고 바다 너머에는 내도가 있다.
내도의 지붕이 노란색으로 칠해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노란 수선화와 함께여서 노란 지붕들이 더 눈에 띄고 예뻐 보였다.
내도에는 1시간 가량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한다.
동백 나무들이 많아 동백꽃이 필 2~4월 즈음 찾으면 좋다고 하니,
내년 즈음에 다시 수선화를 보러 공곶이에 오고 내도에도 가보아야겠다.
해변 한 구석에는 '행복하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나무 조각과,
공곶이 지도가 그려진 나무 판자가 있었다.
노부부의 솜씨일까? 덕분에 이곳에서 행복을 가득 느끼고 간다.
날이 좋아서 은빛 조각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거리는 바다를 바라 보았다.
남편은 돌맹이들을 주워 물수제비를 떴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수선화 꽃밭 쪽으로 올라갔다.
저번에는 해변 끝에서 시작하는 나무 데크 길을 따라서 예구마을까지 돌아갔었다.
이번에는 왔던 길을 따라서 되돌아가기로 했다.
그래야 아름다운 수선화 꽃밭을 한 번 더 볼테니까 말이다.
공곶이 매미바위.
태풍 매미가 이곳을 휩쓸고 갔을 때 아마 저 바위가 밭 위에 떡하니 떨어졌나 보다.
바위 위에는 조그만 돌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우리도 돌을 하나씩 올려 놓고 눈을 감고 넌지시 소원을 빌고 왔다.
누구한테 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이켜 보면
아마도 소망을 이루고 싶은 우리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
다시 수선화 가득한 꽃밭이 보이는 길에 올라선 우리,
두 눈에 가득 담고 카메라에도 가득 담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겼다.
다시 동백나무로 우거진 숲 속 돌계단에 들어섰다.
좁다란 길을 따라서 천천히 올라갔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나무들을 보고 싱그러운 꽃들을 보고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그러면서 위로 올라가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곳은
동백꽃과 수선화 피는 봄에도 좋고 푸르른 여름도 좋을 것 같고
낙엽지는 가을도 좋을 것 같고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도 좋을 것 같다.
거제에 오게 된다면 공곶이는 필수 코스로 항상 들를 예정이다.
올해가 가기 전 다시 찾을날을 기약하며...
안녕 공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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