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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아리(클레마티스) 키우기, 봉오리에서 꽃이 피고 지기까지
    일상기록/베란다 정원 2022. 4. 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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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클레마티스 화분을 하나 데려왔다.

    가구 공방에 다녀 오는 길, 노상에서 잔뜩 화초들을 파는 곳을 발견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한참 구경을 했다. 다양한 식물들 중에서 가장 내 눈길이 끌던 것은 클레마티스. 우리말로 으아리라고 불리는 이 덩쿨 식물은 아름답고 큰 꽃을 활짝 피워낸다. 눈앞에 화사한 꽃들이 아른거려서 결국 집으로 데려왔다.


    플라스틱 화분에 그대로 키워도 좋았지만, 뭔가 화분에 비해 으아리가 비대해 보여서 분갈이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살구빛 이태리 토분에 분갈이를 해주기로 하고,

    플라스틱 화분에서 으아리를 빼내는데 지지대에 얽혀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겨우겨우 빼내 보니 뿌리가 꽉 차있었다. 아이고 얼마나 답답했을꼬!


    분갈이를 해주고 나니 더 멋스러워진 으아리.

    역시 식물에게는 제 크기에 맞는 화분 옷을 입혀 주어야 돋보이는 것 같다. 화분을 아주 잘 선택한 것 같다.


    송글송글 꽃봉오리들이 많이도 맺혀 있었다. 분가이한 으아리는 따뜻하고 햇빛이 잘 드는 거실 창가 앞에 두었다. 봄에는 날씨가 좋아서 문을 자주 열어 두기에 통풍도 잘 된다. 햇볕 좋고 통풍도 잘되고 온도도 적당한 우리집 거실이 으아리에게 제격인 것 같았다.


    꽃봉오리에는 자그만한 솜털이 달려 있었다. 보슬보슬한 솜털 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꽃이 숨어 있다니!

    꽃이 피어나는 중이라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화분 밑으로 흘러내릴 정도로 주었다. 날도 좋고 통풍도 잘 시켜서 흙이 금방 말라버려 거의 이틀에 한번은 물을 주었던 것 같다.


    꽃망울을 처음 터트리던 순간의 으아리.

    하얀 솜털 가득한 꽃봉오리 안에서 보랏빛 꽃이 터져 나왔다. 꽃이 완전히 피어나기 전 봉오리가 갈라지던 때는 솔직히 약간 기괴한 모습이었다. 허허.


    그렇게 한 두송이씩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눈깜짝할 새에 화르륵 연보랏빛 으아리 꽃들이 가득 피어났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출근 전에도 보고 집을 떠나고, 퇴근하고도 호다닥 집으로 와서 한참 으아리를 쳐다보았던 것 같다.


    으아리는 그 품종이 아주 다양하다. 꽃의 색과 무늬, 모양이 제각각이다. 하얀색부터 시작해서 빨간색, 핑크색, 푸른색 등등. 내가 데려온 으아리는 연보랏빛 꽃잎 가운데에 선명한 자줏빛 선이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정확한 품종 이름은 영 모르겠다만, 사실 뭐 이쁘기만 하면 그만이므로 열심히 잘 키워보기로 한다.


    으아리는 덩쿨식물로 지지대가 없으면 줄기가 흐물흐물 힘이 없어서 잘 자라나기 힘들다. 그래서 꼭 지지대를 세워주어야 한다.

    야외에서 키웠다면 이쁘장하고 커다란 덩쿨 지지대를 세워 좋을터인데, 난 집에서 키우니 조그만한 덩쿨 지지대를 화분에 꽂아 놓고 잘 길러 보아야겠다.


    어느 봄날, 지는 노을 빛을 머금은 보랏빛 으아리.

    아침에 봐도 이쁘고 태양볕 뜨거운 한낮에 보아도 이쁘고 노을지는 햇살 머금은 때에 보아도 이쁘고 컴컴한 밤 노란 조명 아래 놓인 모습을 보아도 이쁘다. 으아리 꽃이 핀 동안에는 아름다운 꽃을 보며 집에 있는 시간들이 참 즐거웠다.


    사실 꽃이 피기 전 봉오리가 주렁주렁 맺혀 있을 때 데려온 아이라서 꽃 색깔이 어떤지 확신은 없었다. 화원 사장님께 물어봐도 농장에서 그냥 가져오는거라 정확히 모른다고 하셨다. 화분에 꽂혀 있던 하얀 종이에는 분명 붉은색 으아리에 체크가 되어 있어서, 난 정말로 빨간 꽃이 필 줄로만 알았다.


    근데 막상 꽃이 피고 나니 연보랏빛의 으아리 꽃이였다.

    붉은 꽃이어도 물론 좋았을텐데, 이 연보랏빛 꽃에 선명한 줄무늬가 있는 모습이 훨씬 더 맘에 든다. 완전 뽑기를 잘한 기분이랄까나?


    토분이 좀 크고 흙으로 다 차있어서 으아리 녀석은 꽤나 무거웠다. 거실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물을 줄 때마다 끙끙거리며 두 손으로 들고 베란다에 데려갔다.

    그리고 물을 쏴아아 흠뻑 주었다. 꽃들이 많고 햇볕도 쨍쨍하게 받고 통풍도 잘 해주니 금방금방 흙이 말라서 자주 물을 줘야 했다. 그럴 때마다 끙끙거리며 베란다에 들고 왔는데, 이 아름다운 꽃들을 오래 보려면 수고로움을 감수해야했지.


    꽃이 한번 피면 아주 오래갔다. 꽃이 지면 다른 봉오리가 꽃을 터트리고 반복하다 보니 거의 3주정도간 꽃을 보았던 것 같다.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운 으아리 꽃을 오래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올 봄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으아리 꽃들이 거의 다 져버리고 이제는 꽃 한송이가 외롭게 홀로 피어 있다. 저물어버린 꽃은 약간 흉물스러워서 가위로 잘라 주었다. 꽃이 지면 잘라주는 것이 다음 개화를 위해 좋다하여 과감하게 다 잘라 버렸다. 이제는 으아리가 쑥쑥 자라날 차례이다.


    거실 창가에 두었던 으아리는 이제 베란다에 두기로 했다. 이제 온도가 제법 올라서 베란다가 무척 따뜻해졌고 매일 문을 열어 두고 있어서 통풍도 잘 되니까. 꽃 피우느라 고생했으니 알비료도 제법 흙 위에 뿌려 주었다.

    베란다로 옮기니 무엇보다 물주기가 무척 편해졌다. 겉흙이 마리고 손가락 하나를 쿡 쑤셔 넣어서 손 한마디 정도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고 있다. 잘 자라서 가을 즈음에 한 번 더 꽃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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