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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게 물든 뉘른베르크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2021. 5. 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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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뉘른베르크 성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대로 돌아가기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쉬운 마음에 힘들어도 꾸역꾸역 뉘른베르크 성을 보러 온 것이었는데, 성을 보고나니 뉘른베르크를 더 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오늘 하루 반나절은 이동만했고 그 와중에 우여곡절도 많았으니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숙소에 돌아가되 뉘른베르크 시내를 경유하며 가자는 것이었다.




    창가의 붉은 꽃들이 거리를 화사하게 비춰 주었다. 아름다운 꽃들을 보니 행복해졌다. 주택가를 거닐 때 건물 발코니에 식물들이 가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뉘른베르크에서는 평소에 자주 보았던 잿빛 콘크리트 건물들을 보기 힘들었다. 대신 붉은 벽돌조의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성에 올라서서 보았던 뉘른베르크 전경이 왜 그토록 붉게 보였는지 알게 되었다.


     

    페그니츠(Pegnitz) 강이 흐르고 그 위로 울긋불긋한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동화 속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기념품 파는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걸었다. 유리창 너머로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겨울이 되어 하얀 눈이 쌓인 뉘른베르크를 상상해 보았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얼핏 들은 것 같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뉘른베르크는 추운 겨울이어도 북적이는 사람들 덕분에 따뜻할 분위기가 감돌 것 같다. 흘러 나오는 캐롤 소리와 반짝이는 전구로 가득한 뉘른베르크 거리를 상상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겨울 뉘른베르크를 찾으리라 생각했다.




    멀리 프라우엔(성모마리아) 교회가 보였다. 굉장히 크고 화려한 건물이었다. 붉은 색조의 벽돌들이 교회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첨탑은 대칭을 이루며 하늘로 솟아 있었고 건물 한가운데 금빛 시계가 박혀 있었다. 이 시계는 조금 특별하다. 매 12시가 될 때마다 시계에서 인형들이 나와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에 오기 전만 해도 시계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쉽게도 이미 오래전 12시는 지나 버렸고, 뉘른베르크에 머무르는 동안 12시에 맞춰 이 곳에 올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시계와 나는 인연이 없나 보다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프라우엔 교회 맞은편에 있는 쇠너 부르넨 (Schoner Brunnen : 아름다운 분수)도 나와 인연이 없는 듯 했다. 화려한 금빛 분수는 보수 공사 때문에 천막으로 덮혀 있었다. 천막 위로 프린트된 모습을 통해 분수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만 해보았다.

    이 분수대에 와서 울타리의 금색 고리를 세 번 돌리며 소원을 빌고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더라. 별 기대없이 추억삼아 재미로라도 소원을 빌고 싶었는데 아쉽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숙소를 향해 걸었다. 해질녘 즈음 한적한 주택가 옆 길을 지나가며 마주친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에 평화로움을 한껏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다. 길 양쪽으로 우거진 초록 나무들과 물가에 비치는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그리고 다리, 교회의 뾰족한 지붕.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니 하루가 서서히 끝나감이 느껴졌다. 순간 힘들었던 오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힘겨운 시간들은 결국 다 지나갔고 지금 나는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여행은 걱정할 필요 없다. 다 괜찮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가시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해가 질 것 같으면서도 지지 않고 있었다. 하늘은 더 붉게 물들어갔다.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다리가 아파서 철푸덕 땅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해가 시야에서 사라져 갈 때 즈음 어둠이 두려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걸었다.




    돌아가는 길 배가 갑작스레 출출해졌다. 여기까지 왔으니 유명한 뉘른베르크 소시지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했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대신 마트에 들러서 저녁거리를 대충 사가기로 했다.

    크로아상과 햄, 치즈, 토마토, 요플레와 쥬스를 바구니에 담았다. 마트에서 식료품들을 사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독일 물가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모짜렐라 치즈가 2유로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한국에서 모짜렐라 치즈를 사려면 최소 5천원은 줘야했는데 그에 비하면 참 저렴한 가격이었다.




    치즈 뿐 아니라 다른 유제품들도 저렴했고 구색이 다양했다. 숙소로 돌아와 크로아상에 치즈와 햄, 토마토를 곁들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뉘른베르크 소시지가 아니었어도 참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길고 긴 하루를 마무리하고 일찍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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