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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베르크 아름다운 장미정원 로젠가르텐(Bamberg Rosengarten)에서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2021. 5. 17. 19:36728x90반응형
밤베르크 대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황홀한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밤베르크 대성당을 마주보고 있는 건물이 눈에 띄는데 이곳은 구궁전(Alte Hofhaltung)이라 불리우는 곳이었다. 밤베르크 대성당에 묻혀있는 하인리히 2세에 의해 만들어진 건물로 밤베르크 주교가 거주하는 레지던츠로 이용되었다. 현재는 역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구궁전 바로 옆에는 신궁전(Neue Residenze)이라 불리우는 건축물이 있는데 이 둘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구궁전이라 불리는 건축물
구궁전은 신궁전보다 규모가 작았다. 목조 구조로 이루어진 건물에 자줏빛 지붕, 가지런히 정렬된 꽃장식이 돋보였다. 사실 구궁전은 보통 상상하던 궁전의 모습과는 좀 달랐다. 궁전이라기 보다 유럽의 어느 주택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에 밤베르크 신궁전은 보통 상상하던 궁전의 모습이었다. 아이보리빛 석재에 아름다운 조각이 새겨져 있었고 규모가 크고 화려해 관광객들의 눈을 더 사로잡았다.
신궁전은 18세기경부터 주교가 거주하던 공간이다. 당시의 주교가 구궁전이 맘에 들지 않아 새롭게 축조한 것으로 구궁전과 구분하기 위해 '신궁전'이라 부른다. 현재는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으며 로젠가르텐(Rosen Garten)이라 불리우는 장미정원으로 유명하다.
신궁전에서 로젠가르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얀 담벼락에 장미 덩쿨이 엉켜 있는 걸 보니 직감적으로 이곳이 장미정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아치형 문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프랜시스 버넷의 비밀의 정원이 떠올랐다. 그 책을 읽으며 내가 상상하던 정원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소설 속에서처럼 비밀의 정원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름이면 다채로운 색의 장미로 가득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로젠가르텐. 내가 갔을 시기가 8월 말이라 그런지 장미들이 만발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맑은 날씨 덕분에 곳곳에 피어있는 장미들은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반짝였다. 파아란 하늘과 초록빛 잎파리들이 대비되어 화사하게 내 시야를 비춰 주었다. 알록달록한 장미들이 많진 않았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설렁설렁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그런 날씨였다. 이런 날씨에 아름다운 풍경까지 더해지니 순간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2시간여 연착 되었던 밤베르크행 기차를 기어코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로젠가르텐에서 멀리 미헬스베르크(Michelsberg)에 자리잡고 있는 성 미하엘 수도원(Kloster St.Michael)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밤베르크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필름카메라를 꺼내 몇번을 찍고 또 찍었다.밤베르크 로젠가르텐에서 보이는 성 미하엘 성당 로젠가르텐에서 내려다보이는 밤베르크 구시가지
슬슬 배고프다며 요동치는 내 뱃속, 무얼 먹긴 먹어야 했다. 장미정원 안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야외 테이블 중 빈 자리를 찾아 슬며시 앉았다. 아름다운 장미정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곳에서 샐러드 하나와 맥주 하나를 시켰다. 맥주는 도무지 무엇을 시킬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메뉴판에 맥주가 모두 독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맥주 추천을 부탁했다. 밤베르크는 훈연맥주가 유명하다고 해서 추천받은 맥주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신선한 야채 샐러드와 훈연 맥주! 하나도 남김 없이 싹싹 다 긁어 먹었다. 궁금했던 훈연맥주의 맛은 뭐랄까, 마트에 가면 보이는 겉이 까만 훈연 치즈를 먹을 때 느껴지는 그 향이 나는 맥주였다. 이곳에 오면 한 번 먹어 볼만한 맛이었다. 허나 이 다음에 또 맥주 한 잔을 더 시킨다면 그냥 라거 맥주를 시킬 것 같았다.처음엔 이게 뭐지 했다
이 요상한 노란 물건은 화장실 갈 때 쓰는 것이었다. 테이블에 자리잡고 음식을 주문하면 이 물건을 주었다. 식당 근처 화장실에 갈 때 이 노란 물건을 꼭 들고가야 했다. 화장실 앞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무섭게 감시하고 있었는데 이 노란 징표를 내야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관광지에 왔는데 화장실 한 번 가기 참 힘들구나. 어딜가나 화장실이 있고 편리했던 한국이 갑작스레 그리워졌다.
맥주를 먹으니 딱 기분 좋을 정도로 알딸딸해졌다. 이 알딸딸한 기분은 나홀로 여행하는 나의 흥이 배가 되도록 해주었다. 배도 부르로 약간은 취한 느낌에 걷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기분이 엄청 업이 되어서 신나게 방방 뛰면서 장미 정원을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무작정 걷기, 나는 너무 신이났으니까 걷기만 해도 좋았다! 근데 무작정 오르막길을 걷다보니 밤베르크에서 가장 좋았던,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성 미하엘 수도원에 가게 되었다.반응형'나홀로 유럽 여행기 > 독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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