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베르크를 뒤로하고 뉘른베르크 행 기차에 올라탔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인터넷 카페에서 알게된 동행과 함께 뉘른베르크 소시지를 맛보기로 했다. 그 유명하다는 소시지를 드디어 먹게 되는구나! 뉘른베르크 중앙역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동행을 만나게 되었다.
전혀 일면식 없는 사이였지만 한국인이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우리는 금세 친숙해졌다. 저녁을 먹으러 뉘른베르크 시가지로 이동했다. 따로 알아둔 식당이 없어서 길을 걷다가 사람이 많은 식당에 들어갔다.
뉘른베르크 소시지와 콜라
마음 맞는 동행과 함께여서 즐거웠던 저녁식사였다. 우연찮게 동행도 나처럼 하이델베르크에서 뉘른베르크로 오던 참이었다. 하이델베르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마주쳤던 하이델베르크 풍경들이 하나 둘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의 일정을 서로 이야기해 보니 뮌헨까지 루트가 같았다. 게다가 파리에서도 일정이 겹치는 날이 있어 나중에 또 만나자며 웃음 지었다.
소시지가 나오기 전 콜라를 미리 시켰었는데 독일 벌(사실은 등애인 것 같지만)들이 콜라에 자꾸만 달려 들었다. 동행은 기겁을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하지만 나는 독일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할 때마다 이 벌들을 봤었던지라 무덤덤했다. 임시방편으로 맥주 받침대를 맥주컵 위에 얹어 놓고 벌들의 접근을 막았다.
기대했던 소시지는 무지 맛있었으나 다 먹기는 힘들었다. 독일이건 오스트리아건 프랑스건, 어느 나라에서든지 음식을 먹었을 때 맛 없다라고 느껴졌던 경우는 별로 없었다. 첫 맛은 좋았으나 먹으면 먹을수록 느끼해져서 다 먹기가 힘들다는 점이 항상 문제였다. 역시 한국인은 한국음식을 먹어야 하나? 순대국을 먹을 때는 마지막 한방울까지 개운한데 말이다.
해질 무렵 프라우엔 교회
해가 저무는 때 뉘른베르크
저녁을 다 먹고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유달리 붉어 보이는 지는 햇살이 프라우엔 교회를 감싸고 있었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우리는 어둠이 내린 뉘른베르크를 돌아보기로 했다. 동행과 함께 있으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혼자와 둘의 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밤의 풍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새로운 장소를 거닐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둑어둑해진 뉘른베르크 거리
아기자기한 장식용품들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인형들
어둠이 깔린 거리 위를 걸었다. 상점들은 이제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문 닫힌 상점의 불 켜진 진열장 너머로 이색적인 소품들이 보였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았다. 아기자기한 녀석들이지만 가격은 무지 사악했다. 뉘른베르크에서 소소한 기념품을 하나 사고 싶었는데, 낮에 이곳으로 구경을 왔더라도 어느 것 하나 못 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물에 비친 반영이 아름다웠다
어둑해지는 하늘과 불이 켜지는 식당들
해가 아직 덜 넘어갔는지 하늘은 여러가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오묘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강변의 식당들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는지 훤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어두운 강가에 고요히 뜬 반영이 아른거렸다.
라이트업 프라우엔 교회
밤이 되어도 여전히 북적이는 거리
걷다보니 프라우엔 교회를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교회는 노란 조명 덕분에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도 아주 밝게 빛났다.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사람들은 반짝이는 교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나도 카메라를 꺼내 여러번 셔터를 눌렀다. 어느 사진도 눈에 담은 장면보다는 못했지만, 언젠가 희미해질 내 기억을 되살릴 생각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성으로 가는 길
더욱 더 짙게 깔린 어둠, 하늘은 까매졌고 도시를 비추는 빛은 더욱 밝아졌다. 동행은 오늘 하이델베르크에서 뉘른베르크로 넘어왔기에 뉘른베르크 성에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뉘른베르크를 거점 삼아서 근교로 떠나는 꽉찬 일정 때문에 다른 날에는 성에 오를 수 없을 듯 싶었다. 뉘른베르크에 왔으면 성에 올라 멋진 구시가지 전경은 한 번 보고 갔으면 했다. 때문에 어두컴컴한 밤이었지만 우린 성으로 향했다.
밤에 만난 뉘른베르크 성
뉘른베르크 성은 밤이 되니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성은 신비롭게 보였다. 우릴 반겨주기라도 하듯이 훤한 보름달이 하늘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올라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훤하게 뜬 보름달
뉘른베르크 성곽에 몸을 기대어 도시의 불빛으로 가득한 뉘른베르크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는 둥그런 보름달이 비현실적이게 떠 있었다. 참 아름다웠다.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어두운 밤이었는데도 뉘른베르크 성에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연인들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고 꼬마들은 뭐가 그리 신이났는지 이리저리 뛰어 다니느라 바빴다. 행복한 사람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뾰족한 첨탑이 반짝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강가에 비친 반영과 보름달
늦은 밤이 되었다. 이제 뉘른베르크성을 뒤로 하고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다. 어두컴컴한 도시 곳곳을 가로등이 밝혀 주고 있었지만 그 사이를 거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동행과 함께 걸으니 전혀 무섭지 않았다. 깊어져만 가는 뉘른베르크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