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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베네치아, 밤베르크(Bamberg)에 가다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2021. 5. 16. 14:50728x90반응형
뉘른베르크 숙소에서 맞이하는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도 전혀 피곤함이 없었다. 혹시라도 늦게 일어날까봐 항상 알람을 맞춰 두고 잠들었지만 언제나 알람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 명료했다. 열심히 돌아다닌 뒤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일찍 잠드는 거다. 이렇게 하면 아침 일찍 절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왜 아침형인간이 될 수 없었을까 생각하며 새로운 일상에 재미를 붙였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은 컵라면과 밥이었다. 밥은 딱딱하게 굳어있어 오래된 것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먹지 않았겠지만 타국에서의 밥은 어찌되었건 좋았다.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환상적인 맛이었다. 라면 발명한 사람은 정말 큰 상을 줘야해, 그런 생각을 하며 우걱우걱 아침을 먹었다. 어제 사둔 요플레랑 쥬스를 후식삼아 먹는 것으로 풍족한 아침식사를 마쳤다.
가볍게 크로스백과 필름 카메라를 챙겨들고 Rathenplatz 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타게스 티켓(Tages Ticket)을 구입하고 지하철에 올라 뉘른베르크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타게스 티켓은 1일 교통 이용권이다. 이 티켓으로 뉘른베르크의 지하철과 뉘른베르크 근교 관광지로 가는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티켓은 18유로인데 각각 끊어서 가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특히 토요일에 타게스 티켓을 사서 이용하는 경우 일요일까지 연달아 이용할 수 있어 교통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나는 이 티켓으로 토요일은 밤베르크, 일요일은 로텐부르크에 다녀왔다.
독일의 기차 관련 정보를 빠르게 알고 싶다면 핸드폰에 'DB Navigator' 라는 어플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나는 어플로 미리 밤베르크 행 기차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길을 나섰다. 허나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해가도 꼭 빈틈이 생기는 법이다. 내가 타려는 기차는 오전 9시 41분 출발 기차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는 출발하지 않았다.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 모두 기차가 출발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열차가 왜 연착되었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일어나 시끌벅적할텐데 여긴 너무 조용했다.
나는 열차가 왜 연착되었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물어볼 승무원이 한 명도 지나가지 않았다. 도대체 밤베르크로 가긴 가는걸까? DB Navigator로 확인해 보니 밤베르크 가는 기차들이 다 캔슬되었다. 밤베르크로 갈 다른 방법이 없기에 계속 기차 안에서 기다렸다. 11시 45분경 드디어 기차가 출발했다. 기차 안에서 와- 하는 함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도 덩달아 환호성을 질렀다. 오랜 기다림에 짜증이 날법도한데 여기 사람들은 그냥 웃고 만다. 이후에 여러번 연착을 겪다보니 이런 상황은 유럽에서 아주 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 모두가 느긋하게 기다렸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밤베르크에 도착했다. 독일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이 곳을 부푼 기대를 안고 걸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즈음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당도했다. 기차 안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오려 했으나 자전거를 가지고 탄 승객들이 화장실 앞을 매우고 있었다. 기차 안 화장실 가는 것은 포기하고 기차에서 내려 해결하기로 했다.
역 안으로 들어와 둘러보니 화장실이 있긴 했지만 유료였다. 말로만 듣던 유료 화장실을 써보는구나! 그저 화장실일 뿐인데도 유료 화장실은 처음이어서 엄청 신이 났었다. 동전지갑을 꺼내 50센트 두 개를 찾아내어 구멍으로 쏙 넣었다. 유료라 그런걸까? 화장실이 넓고 쾌적해서 좋았다.
밤베르크 기차역을 나와서는 City Maps 2go 라는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서 밤베르크 시가지 쪽으로 걸었다. 역시 로밍을 해가길 잘했다. 핸드폰만 있으면 독일 시골 땅끝마을도 찾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늘은 무척이나 푸르렀다. 어제 구름 꽉 끼었던 뉘른베르크 날씨와는 천지차이였다. 8월의 끝자락 밤베르크는 따가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바람 한 점 없었다. 너무 더워서 외투를 벗고 반팔 티만 입고 다녔다.
밤베르크가 왜 독일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뉘른베르크에서도 보았던 레그니츠강을 사이에 두고 곳곳에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다리 주위에는 활짝핀 꽃들이 가득 심겨져 있었다. 그리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들이 흐르는 강물과 어우려져 아름다웠다.
뉘른베르크가 붉은 느낌의 고적한 도시였다면 밤베르크는 흐르는 강물과 알록달록한 건물들 때문에 경쾌하며 상큼한 도시였다. 화사한 여름에 더 어울리는 곳은 밤베르크가 아닐까?
밤베르크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만큼 인류에게 소중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곳이니 아름다운 밤베르크를 더욱 더 열심히 눈에 담았다. 색색의 건물들을 보며 이곳에 하룻밤 묵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치기로 잠깐 왔다 가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밤베르크 시내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았다. 추억삼아 가져갈만한 여러 기념품들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나는 어느 상점에 들어가 작은 해바라기 요정 인형을 하나 사왔다.
보통 밤베르크 기차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할텐데 밤베르크 시가지 입구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다. 그 때부터는 굳이 지도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냥 북적이는 사람들을 따라 발 닿는 곳으로 걷다보면 유명한 관광지들이 하나둘씩 나왔다. 도시가 작아서 반나절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밤베르크 대성당이 보였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2세와 쿠니군데 황후가 잠들어 있다는 성당이다. 하인리히 2세가 사망하고 쿠니군데 황후는 수녀원에 들어가 남은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볼까 고민하는 와중 때마침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종소리는 밤베르크 대성당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가만히 서서 대성당을 바라보며 종소리를 들었다.
유럽여행 중 간간히 들었던 종소리가 참 좋았다.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눈을 감고 맑게 울리는 소리를 귓가에 담아 보았다.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성당을 등지고 서면 밤베르크 시가지가 쭉 펼쳐져 보였다. 독일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붉은 지붕들이 보였다. 밤베르크는 그래도 알록달로 다양한 색의 건물들이 많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니 밤베르크도 붉은 지붕들 천지였다.
이제 밤베르크의 장미 정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름다운 장미 앞에서는 모두가 무력해질 것만 같다. 색색의 장미가 가득한 눈부신 정원을 상상하며 발길을 옮겼다.반응형'나홀로 유럽 여행기 > 독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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