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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베르크 성 미하엘 수도원(Kloster St.Michael)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2021. 5. 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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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정원을 나와서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걷다보니 점점 시가지 외곽으로 향하는 듯 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고요한 언덕길에서 나는 괜히 불안해져서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살펴 보았다. 무작정 걷는 것은 좋지만 또 무섭기도 했다. 근처에 수도원이 하나 있는 걸 보고 그리로 목적지를 정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내가 가려던 수도원은 아까 장미정원에서 보았던 '성 미하엘 수도원'이었다.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오르는 길이 힘들었지만 높이 올라간 만큼 내려다 보는 전경은 정말 끝내줬다.


    성 미하엘 수도원 그림이 담긴 표지판
    수도원에 들어서는 아치형 입구
    성 미하엘(미카엘) 수도원



    수도원 모습이 그려진 앙증맞은 표지판을 지나치면 곧 수도원 입구로 들어설 수 있었다. 입구를 지나오자 마자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 웅장했다. 하늘을 찌를듯한 청색 지붕은 균형감 있게 양쪽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게 되는 뾰족한 지붕,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이들의 염원이 느껴졌다. 정교하게 조각된 성상들은 멋드러지게 건물을 장식하고 있었다.




    수도원 입구로 들어와 왼쪽 길로 걸었다. 초록 잔디위에 아름답게 수놓아진 별모양의 형형색색 꽃들이 보였다.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하얗게 동동 뜬 구름까지 더해졌다. 분수의 물줄기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적셔 주었다. 참 잘 가꿔놓은 곳이었다.





    잘 가꾸어진 작은 정원을 지나 좀 더 걸으면 기가막힌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밤베르크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날이 좋아 선명하게 빛나는 파란 하늘과 붉은 지붕이 대비되어 눈이 부셨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붉은 지붕이 가득한 밤베르크



    그리고 눈 앞에 펼쳐져 보이는 초록빛깔 물결,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포도밭이었다. 한여름의 싱그러움을 한껏 품고 자라고 있었다. 다른 계절에 이곳을 오게 되면 주렁주렁 열린 포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모습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초록빛 눈부신 포도밭
    뒷편에서 바라본 수도원의 모습



    수도원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떠나기 싫은 마음이 가득했다. 구시가지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건만 내가 서있던 이곳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수도원 정문 쪽에 두어명이 있었고, 수도원 뒤편에는 아무도 없어 혼자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행 기차 시간에 맞춰서 밤베르크 중앙역으로 돌아가야 했으니, 쉬이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내딛었다.


    포도밭과 밤베르크 전경
    푸른 하늘 위로 뜬 하얀 구름들
    성 미하엘 수도원을 떠나는 길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역시 사람들이 없었다. 구시가지의 여러 관광지들에 비해 성 미하엘 수도원은 덜 알려진 것일까? 밤베르크에 찾아온 이들이 이 좋은 곳을 보지 못하고 떠난다면 내가 다 아쉬울 것 같았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요를 벗삼아 걸었다. 올라올 때는 가파르고 더워서 좀 힘들었는데 내려갈때는 금방이었다.

    안녕 밤베르크!



    밤베르크 안녕!

    아름다운 모습들을 카메라에도 새기고 눈으로도 새겼다. 언제나 좋은 곳을 떠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까? 내가 본 이 모습이 내 생의 마지막일 수 있다. 잊지 않도록 더 깊숙히 새겨야지. 그렇게 밤베르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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