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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아름다운 로즈벨리 트레킹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터키) 2022. 12. 31. 20:41728x90반응형
지난포스팅
괴레메 야외 박물관을 둘러보고 차를 타고 로즈벨리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자동차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암산의 모습이 나타났다. 저 커다란 산맥이 바로 로즈벨리인가 싶었다. 아름다운 빛깔이 이름 그대로 정말 장미 같았다. 웅장한 자연의 모습에 압도당해서 입이 떡 벌어졌다.
파노라마 전망대(Panoramic View Point)에 잠시 멈춰서서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언덕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온세상이 내 발아래에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비죽비죽 솟아 오른 다양한 빛깔의 암석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괴레메 역사 국립공원에 주차를 해두고서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공원안은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걸어다니는 그 누구도 없었다. 이 넓고 척막한 땅에 우리 둘만 서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은 무한정 뻗어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 보였다. 새하얀 구름들이 그림처럼 하늘에 떠 있었고 그 아래 펼쳐진 척박해 보이는 땅과 기다란 길, 가슴이 먹먹해지는 풍경이었다.
길을 걸어가다가 이름 모를 꽃을 만나게 되었다. 이 모래만 가득할 것 같은 누런 땅 위에도 아름다운 꽃이 자라나고 있었다. 한 송이 꺾어 일기장 사이에 끼워 넣었다.
따가운 햇볕 아래를 걸어갔다. 멀리 끝 없어 보이는 길들이 이어졌다. 꼭대기에는 터키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길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숨 막히는 풍경들이 펼쳐졌다.
드디어 로즈벨리가 나타났다.
산맥 위로 커다란 구름이 지나가는지 검은 그림자로 암산이 얼룩덜룩해졌다. 장밋빛의 솟아오른 암석들을 보니 저 산맥이 바로 로즈벨리구나 싶었다.
가만히 서서 먼 곳의 거대한 산맥을 바라 보았다. 지나가는 커다란 구름들이 산맥 위에 그림자들을 남겼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그림자들이 일렁였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들이 저 바위들 속에 숨겨져 있었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먹먹해져왔다.
이 비죽비죽 솟아오른 뿔 같은 암석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아주 멀리 시선을 던져 보아도 이 암석들은 계속 있었다. 저 바위들 구석구석 걸어 다니면서 카파도키아를 절절하게 느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태양이 우리를 녹이려는 것 같았다. 선글라스 없이 눈을 뜨면 눈이 따가웠고, 하늘 아래 맨살을 드러내면 온몸이 타는 기분이었다.
트레킹을 하고 싶었지만 8월의 카파도키아는 그래선 안되는 것이었다. 어느 가을날이나 겨울날에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저 암석 사이로 걸어 볼 수 있으려나 싶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될 날이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아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보는 이 풍경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삼각대를 세워 놓고서 로즈벨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겼다. 눈이 뜨거워서 선글라스는 벗으면 눈을 찡그리게 되니 쓰고 찍을 수밖에.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우리의 샌들은 흙먼지로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날이 맑아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여행을 하는 내내 빗방울 하나 내리지 않았으니 하늘에 감사했다.
로즈벨리를 한참 보며 사진을 찍다가 먼 곳을 다시 내려다 보았다. 자세히 보면 바위들 색깔이 제각각이었다. 노랗기도 하고 핑크빛이기도 하고 살구빛이기도 하며 검은빛이 나기도 했다. 다채로운 색깔들이 모여 더 아름답게 보였다. 군데군데 솟아난 나무들은 간신히 제 명맥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커다란 구름이 우리 위를 지나갔다. 그늘이 지고 나니 눈을 뜨기가 수월했다. 해가 떠나가니 금방 세상이 어두워져버린 것 같았다. 밝게 빛나던 장밋빛 바위들도 뭔가 탁해진 기분이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우리는 다시 렌터카로 돌아갔다.반응형'지구별 여행자 > 튀르키예 (터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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