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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의 2박 3일, 통베이 게스트 하우스(ThongBay Guest House)에서 보낸 시간들
    아시아 여행기/라오스 2023. 3. 2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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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포스팅

    라오스 자유여행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 국내선 타고 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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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통베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금 누군가 나에게 라오스에 다시 데려다 준다고, 딱 한순간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통베이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멍때리던 순간을 이야기 할 것 같다. 좋았던 곳들이 많았지만 그 후덥지근했던 숨막히던 공기, 눈앞에 흐르던 흙탕물 같던 강이랑 이국적인 나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멍하니 강을 바라보며 있던 그날의 내가 그립다.

     

    전혀 다른, 완전히 낯선 이국적인 공간이었던 통베이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때 웰컴티로 주셨던 음료, 아마도 버터플라이피와 레몬을 섞은 차 같았다

     
     
    루앙프라방에서의 첫 기억과 마지막 기억을 차지하고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 솔직히 루앙프라방 시내와 가까운 곳은 아니라서 시내를 오가려면 셔틀버스를 타야했고, 컴컴한 밤까지 시내에서 놀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좋았던 곳이다.
    다시 루앙프라방에 간다면 꼭 여기 다시 묵고 싶을 정도로. 그냥 이곳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숙소에서 쉬면서 강 보고 나무 보고 드러누워 자기만 해도 좋았다.
     
     

    참파 꽃으로 장식된 의자와 테이블이 귀여웠다
    정원이 아주 넓었고 야외에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다

     

    우리 방은 큰 침대가 둘이나 딸린, 꽤나 큰 방이었다. 아주 넓은 부지에 방갈로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리는 강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방갈로에서 이틀을 묵었다.

     

    우리 방갈로로 가는 길
    우리 방갈로는 강을 마주보는 왼쪽 건물이었다
    큰 침대가 둘이나 있던 우리의 방, 모기장도 센스!
    방갈로 앞의 테라스 공간
    바로 앞에 보이던 강은 남칸강, 첫날 도착했을 때 해가 저물고 있었다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누우면 보이던 풍경

     
     
    체크인하고 나서 방갈로에 들어왔는데 해가 막 저물어가고 있었다. 방갈로 테라스에 선 우리 눈앞에 보이던 강은 남칸(NamKhan)강이었다.
    루앙프라방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으로 쭉 이어지는 동남아시아의 젖줄 메콩강이 흐르는 곳이다. 남칸강의 이 기다란 메콩강의 지류였는데, 강 위로 은은하게 붉은 노을이 비쳐서 무척 아름다웠다.


    어두워지면 등이 다 켜져서 분위기가 색달랐다
    우리가 받았던 셔틀버스 시간표

     
     
    루앙프라방에서도 시내 중심이 아닌 약간 외곽쪽에 위치해있어서 우린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를 오갔다. 숙소에서 시간표가 적힌 작은 종이를 주었는데, 버스 스케줄에 맞춰서 돌아다녔다. 사실 뭐, 걸어 다녀도 이십분 정도 걸으면 되었으니 그닥 상관 없을 것 같긴 했지만 우린 여자 둘이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조심히 다니기로 했어서 어두워진 뒤에는 셔틀버스를 꼭 이용했다.

     

    남칸강에서 바라 본 일출

     

    아침에 스르륵 눈이 떠졌다. 주홍주홍한 하늘빛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와서 그 빛에 깼던 기억이 난다. 친구를 막 깨워서 밖으로 나갔다. 조식을 7시에 신청해놔서 그 전에 일어나려고 알람을 해놨는데, 알람보다 더 일찍 이렁나버렸다.

    아침에 눈뜨고 나니 다시 잠들기는 아쉬워서 같이 아침 산책을 나갔다. 여행 오니까 사람이 완전 부지런해진다. 허허허. 평소에는 알람을 몇번이나 미루고서야 겨우 일어나는데 말이다.




    우리 방갈로에서 밖으로 나가는데도 한참 걸렸다. 왜냐면 게스트 하우스 부지 내 정원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친구나 나나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해서 이러한 분위기에 환장을 했다. 우린 새벽부터 일어나서 한참 사진 찍으며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녔다.

    난생 처음보는 이국적인 꽃과 나무들과 아름다운 연못과 건축물,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이라 그런지 선선하고 신선한 공기, 점점 파래지는 하늘과 따스한 아침햇살. 모든 것들이 좋았던 순간이었다.




    통베이 게스트하우스를 나와서 근처를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정말 많이 돌아다닌 것 같지만, 현실은 그냥 근처만 깔짝깔짝 돌아다닌 수준. 왜냐면 우리는 닭에게 쫓겨서 화들짝 놀라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튀어 갔기 때문이다. 하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낯선 공간이 주는 설레임을 신나게 즐기면서 걷고 있었는데 멀리 엄청난 수의 닭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부터 닭 우는 소리가 좀 들렸는데 여깄는 닭들이었구나 싶었다.




    아니 근데 이놈들이 우릴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아무 짓도 안했는뎁쇼!

    사실 저 조그만한 닭이 우리에게 와서 뭘 하려나 싶지만, 워낙 많은 수의 닭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니 좀비떼가 쫓아오는 것마냥 놀래서 우리는 전속력으로 뒤돌아 도망쳐왔다. 바보들도 아니고 원,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우습다.




    역시 낯선 곳은 위험해, 시간 맞춰 조식도 먹을 겸 우린 호다닥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정원에 어여쁜 꽃들이 많아서 구경하느라 신이 났다. 새빨간 히비스커스와 향기가 좋은 참파, 이름모를 화려한 색깔의 꽃들, 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같은 곳이었다.




    가운데가 노랗고 하얀 꽃잎을 가진 참파가 특히 아름다웠다. 라오스의 국화이기도 한 이 하얀 꽃은 어딜가나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정원에 있던 나무 아래 떨어져 있는 꽃들을 주워 왔다. 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모른다. 맑은 하얀색과 선명한 노란색을 보면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제일 좋아라하는 사진, 참파 꽃 두송이
    아름다운 참파꽃



    조식은 우리 방갈로 앞 테라스에서 먹었다. 게스트 하우스 스텝이 음식들을 하나하나 다 가져다 주셨다. 망고 팬케이크와 치킨 누들 수프, 따뜻한 커피와 과일, 바게트 빵이 나왔다. 팬 케이크를 자르니 안에 생 망고가 가득했다. 망고 팬케이크라니,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남칸강은 이제 흙탕물처럼 보였다. 진한 흙색이 도는 강과 이국적인 나무, 맛난 음식까지 행복한 아침이었다.


    우리 방갈로 테라스에서 즐긴 아침식사
    멋진 풍경과 함께하니 더 맛있었던 아침 식사



    우리는 2박 3일동안 루앙프라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남거나 더위에 지쳤을 때면 잠깐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욕실에서 깨끗한 물로 씻고 테라스에 나가서 드러 누워 강과 나무들을 바라보고는 했다.




    테이블에 일기장 올려 두고 의자에 앉아서 일기를 끄적이기도 했다. 루앙프라방에 머물며 겪었던 일들과 느꼈던 감정들, 그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쓰기도 하고 그렇게 한 장, 한 장 채워나갔다. 2박 3일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보냈던 시간은 참 여유로웠던 것 같다. 그래서 짧았던 여행이 보다 길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끝없이 흐르는 강이 보였다. 그리고 귓가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맑은 새소리, 이 자연 속에 내가 하나가 되어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느끼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가 치유되는 것 같았다. 걱정, 나쁜 일들, 잡스러운 생각들 모두가 지워졌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 시간이 도래했으나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엔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한참 남아서 우린 짐을 맡기고 루앙프라방을 돌아보다 가기로 했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에서 먼저 우리에게 제안을 했다. 비행기 시간이 한참 남았으면 그냥 숙소에 더 머물다가 푹 쉬다 가도 좋다고,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고. 체크아웃 시간이 11시였나 아마 그랬고 우리가 탈 비행기는 늦은 오후였는데 이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방갈로에서 여유부리며 먼 강 바라보고, 사진 찍고 일기도 쓰고, 정원도 돌아보고 낮잠도 자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숙소에 요청하면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었다. 오래도로 기억에 남을 우리 방갈로 테라스에서 맛있게 음식들을 먹었다.



     
    루앙프라방을 떠나면서 이곳이 아마도 제일 그리워질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둘 다 여기 꼭 다시 돌아오자고 몇번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2023년이 되어 버렸지만, 언젠가 다시 갈 날을 기다리면서 이렇게 글을 쓴다. 그리운 루앙프라방, 코로나도 이제 끝나가고 비행기도 많이 생길테니 곧 다시 가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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