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박 5일
규슈 렌트카 여행
23년 1월, 4박 5일의 시간이 생겨서 가까운 일본 규슈에 다녀왔는데 렌트카를 타고 다니며 여행을 했다. 일본 오키나와를 여행했을 때 렌트카를 빌려 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운전 방식이 우리나라랑 반대라서 좀 어려웠지만 금방 적응했던 기억이 난다.
엄청 잘 타고 다닌 렌트카
규슈는 일본의 가장 남쪽에 있는 큰 섬이다. 예전의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후쿠오카시나 근처 유후인 마을 정도만 다녀왔었는데, 이번에는 렌트카가 있어 규슈 지역의 다양한 곳들을 다녀올 수 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 곧장 쿠로가와 온천마을로 이동했고 아소산, 벳부, 히타를 거쳐 다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여행을 했다. 쿠로카와 온천마을 1박, 벳부 2박, 히타에서 1박을 했다.
Day1
쿠로카와 온천마을
료칸 오야도 노시유, 유아카리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셔틀 버스를 타고 국내선 쪽으로 이동했다. 렌트카 회사들은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쪽에 몰려 있어서 무조건 이동해야했다.
예약해둔 차를 인수하면서 풀 커버리지 보험을 추가로 들었다.
여행다니면서 긁힌 곳 하나 없이 잘 다녀서 뭔가 아까운 기분도 들었지만, 타지에서 차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을 생각하면 보험 들기를 잘한 것 같다.
우리는 첫날 쿠로카와 온천마을에 료칸 오야도 노시유를 예약해두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바로 쿠로카와 온천마을로 이동했는데 2시간 정도 걸렸다. 쿠로카와에 가까워지면서 가는 길이 예뻐서 좋더라.
료칸에 체크인을 하고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왔다.
아기자기한 온천 마을을 돌아보며 구경하다가 근처 식당에 들러서 점심을 먹었다. 토종닭밥과 돼지고기를 넣은 미소국, 그리고 술을 함께했다.
맛나다 맛나!
쿠로카와 온천마을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한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온천장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그 중 파티세리 로쿠라는 빵집에 들렀는데 여기서 구입한 빵과 디저트들이 참 맛있었다. 이 지역 우유가 신선해서인지 크림맛이 정말 특별했다.
쿠로카와 온천 맥주
주류 매점에서 이 지역에서만 파는 맥주와 보리 소주를 사들고 료칸으로 돌아왔다.
오후 시간은 료칸 안에서 온천욕을하면서 보냈다. 우리가 머물렀던 료칸에는 남자와 여자 각각 큰 대욕탕이 하나씩 있었고, 전세탕 5개가 있었다.
흐허허,
료칸 안의 온천만 돌아보는데도 하루가 다 지나갔다.
우리는 부부이니, 전세탕을 빌려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시원한 겨울 공기를 마시며 뜨끈한 온천을 하니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모른다.
그저 행복했다. 묵은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미리 예약해둔 시간에 맞춰 다이닝 룸으로 갔다.
정갈하게 준비된 음식들이 차례로 나왔다.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과 멋을 즐겼던 시간, 얼음같은 맥주로 입맛을 돋구고 나서 먹는 맛있는 음식과 시원한 사케는 정말 금상첨화였다.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밖으로 나섰다.
쿠로카와 마을에서는 매년 겨울부터 봄까지 '유아카리' 축제를 연다. 강물 위에 반짝거리는 대나무 등불을 설치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하느라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몰랐다.
Day2
쿠로카와, 아소, 벳부
다이칸보 전망대, 쿠사센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노천탕을 즐기다가 아침을 먹으러 갔다.
저녁과 같은 공간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저녁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나고 푸짐했던 식사였다.
아침을 먹고 남은 시간동안 료칸을 돌아다니며 온천을 즐겼다.
대욕장에 가서 홀로 온천을 즐기기도 하고, 어제 좋았던 전세탕에 다시 가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서 어제 산 푸딩을 냠냠 까먹으며 노천탕을 즐기다가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하루 동안 온전히 푹 쉬고 맛나게 먹고 즐기다 간다.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이었다.
쿠로카와 온천마을에서 다이칸보 전망대로 향했다.
아소산의 멋진 칼데라 분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바람이 엄청스럽게 불었지만 아소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전망이 멋있었던 곳이었다.
아소시에 들러서 마을 구경도 하고 아소의 명물인 아카우시돈도 먹었다. '이마킨 쇼쿠도'라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여기 엄청 유명한 식당이었나 보다.
대기표도 끊어서 먹어야했는데 우리는 기다리며 겸사겸사 마을 구경도 해서 맛나게 잘 먹고 왔다.
배를 채우고 아소산 분화구를 향해 달려갔다.
사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미지수였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분화구를 볼 수 없었다. 연기가 많이 나왔나 보다. 입구에 출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분화구는 보지 못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쿠사센리에 들렀다. 천리에 넓게 펼쳐진 초원이라는 뜻을 지닌 쿠사센리.
우리는 맞은편 화산 박물관 쪽에 차를 세우고 드넓은 초원과 멋진 산을 구경하며 광활한 대지 위를 걸었다.
아소산 부근에서 벳부로 가는 길에 엄청난 별들을 보았다.
시커먼 어둠이 내린 밤에 차를 타고 달려가는데 창밖으로 쏟아지는 별들이 보여서 잠깐 차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조용히 별들을 바라 보았다. 황홀한 밤이었다.
벳부에 도착해서 예약해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늦은 저녁시간, 호텔 밖으로 걸어나와 근처 이자카야에서 맛난 술과 음식들을 먹고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Day3
벳부
유야에비스, 지옥온천 순례
벳부 시내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 날씨가 기가막히게 좋았던 날, 이른아침 산책삼아 바닷가 근처를 거닐었다.
벳부의 어느 식당에서 돈가스와 우동을 점심으로 먹었다.
남편 우(Woo)는 돈까스 쳐돌이라 돈까스 덮밥을 맛나게 드셨다. 면쳐돌이인 부인 나(Na)는 자루 우동을 주문했다.
배부르게 먹고 유아에비스 가족탕을 이용했다. 뽀오얀 우유를 탄 듯한 신비로운 청록색의 유황탕이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넣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온천을 했다.
푸른 하늘과 푸르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즐기는 온천, 제대로 힐링했다.
온천을 하고 바로 옆 카페에 가서 지옥찜푸딩과 수란을 주문했다. 멋진 풍경을 보면서 푸딩과 수란을 먹고 함께 라무네, 커피를 마셨다.
지금 보니 군침이 돌면서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정말 꿀맛이었다.
지옥찜푸딩과 라무네, 수란, 커피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에 왔으니 여러 지옥 온천들을 둘러 보기로 했다.
우리가 들렀던 곳은 대머리 스님(오니시보즈 지코큐) 지옥과 바다지옥(우미 지코쿠), 가마솥지옥(가마도 지코쿠) 세군데였다.
대머리 스님 지옥
바다 지옥
바다지옥에서 먹었던 온천물로 삶은 계란과 맥주, 카보수 에이드
가장 좋았던 곳은 바다지옥,
넓고 그에 비해 사람이 적었고 가장 아름다웠다. 여기서 온천물로 찐 계란을 먹고 귀여운 오이타 곰돌이도 한마리 데려왔다. 흐히히.
카보수가 되고 싶다던 오이타 곰돌이
온천 순레를 마치고 벳부완 리조트에 체크인하고 노을을 보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바다가 보이는 멋진 호텔이었다.
저녁은 근처 식당에 가서 맛난 닭구이로 마무리했다. 신선한 닭을 부위별로 화로에 구워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후기가 별로 없어서 살짝 걱정했는데 다음에 다시 찾고 싶은 대만족했던 식당이었다.
호텔에 돌아와서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장으로 갔다. 뜨끈뜨끈한 노천 온천을 즐기다가 방으로 돌아와 편의점 야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Day4
벳부, 히타
지온노타키, 유메산스이, 히타 온센 키잔테이
우리가 벳부에서 머물던 호텔은 바다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래서 방에서 멋드러진 일출이 보여서 한동안 서서 해 뜨는 모습을 감상했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대욕장으로 향했다. 때마침 아무도 없던 대욕장, 나는 전세낸 듯이 혼자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해가 떠오르는 바다를 바라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벳부를 떠나 우리의 마지막 여정지인 히타로 향했다. 히타로 가는 길에 지온노다키(용의 폭포)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폭포 앞에 있던 소바를 파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바를 좋아해서 일본 여행 올 때마다 꼭 챙겨먹는 편인데, 이번에도 운좋게 먹게 되었다. 창밖으로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맛있게 잘 먹었다.
소바를 먹고 웅장한 폭포를 구경하러 갔다.
세차게 떨어지는 멋진 폭포에는 용의 전설이 서려 있었다. 퍼렇게 번쩍이는 웅덩이 속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하고 싶었다.
지온노다키를 보고 히타 유메산스이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가족탕을 이용했다. 동전을 넣으니 물이 콸콸콸 쏟아졌다. 리무네와 우유, 맥주를 팔고 있어서 탕을 즐기면서 호로록 마셨다.
온천을 계속 하다보니 피부가 맨들맨들 아기 피부가 되었다. 흐하하.
온천을 하고 나왔을 때 하늘에서 비가 많이 내렸다.
히타 시내를 좀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포기하고 히타마부시 센야라는 유명한 장어덮밥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히타마부시 센야에서
우리가 히타에서 머물렀던 곳은 히타 온센 키잔테이 호텔이라는 곳이었다. 창밖으로 강이 흐르고 아기자기한 마을이 보이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호텔이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근처 카페에 가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의 휴식 시간,
노부부가 운영하던 카페였는데 이곳에서의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
몽환적인 음악과 맛난 디저트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직접 내려주신 드립커피.
늦은 저녁에는 호텔 꼭대기 즈음에 있는 작은 노천탕을 즐겼다.
규모는 작았지만 앞에 강이 흐르고 가로등이 줄줄이 켜진 풍경이 보기 아름다워서 좋았던 노천탕.
방으로 돌아와서는 늘 그랬듯이 편의점 음식들로 야식을 즐기며 아쉬운 밤을 마무리했다.
Day5
히타 그리고 한국
규슈 여행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더 일찍 일어나서 노천탕으로 향했다.
아침이 오기 전 아직 어둠 속에 잠긴 히타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산 위에 구름들이 둥둥 걸려있었고 가로등이 켜진 고요한 마을의 모습,
지난 규슈 여행을 되돌아 볼 때면 항상 히타의 강과 마을 풍경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비는 죽죽 내려서 별로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잔잔히 흐르던 강과 아기자기한 마을,
비오던 날 우산을 쓰고 걸었던 거리들,
그 때 들었던 음악들과 잠시 시간을 보냈던 카페까지,
히타라는 도시는 아련아련 또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으로 기억에 남았다.
히타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는 1시간 정도, 금방 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여유부렸는데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혔다.
렌트카를 반납하러 갈 때는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가야함을 명심 또 명심!
후쿠오카 공항에 무사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기념품 하나를 사려면 엄청난 줄을 기다려야해서 포기했다.
근처 식당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진한 카레와 교자, 그리고 맥주와 하이볼.
4박 5일의 규슈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일본을 여러번 다녀 보았지만 이번 여행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역시 우리는 렌트카 여행이 체질에 맞나 보다.
원하는 곳들을 자유로이 맘껏 다닐 수 있어서 좋았고, 추운 겨울 따뜻한 온천과 맛난 음식이 있어서 좋았던 행복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