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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맛집_라쿠친 스시 디너코스우리나라 방방곡곡/식도락 우나 2023. 7. 15. 01:20728x90반응형
우리 추억의 식당 라쿠친 스시.
내가 대구에 처음 내려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들도 그렇고 사람들의 말씨도 그렇고, 내가 살던 곳으로 엄청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하나 둘 익숙해지는 거리가 생기고 식당들이 생겨서, 대구에 정을 붙이고 사는 것 같다.
이 식당도 내가 정 붙여서 자주 다니던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현대백화점 뒷편 약전골목 거리에 있었다. 예약해두고 퇴근하고 택시타고 가서 맛난 스시 먹고 집으로 돌아오고 그랬었는데 가게를 그만둔다는 소식에 너무 슬펐었다. 또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사라지는구나.
그런데 어느날 예약 담당하던 우(Woo)의 핸드폰에 (그 예약 기록도 심지어 다 남아있다), 문자가 온 것이다. 라쿠친 스시가 다시 오픈을 한다고! 우와, 정말 기뻤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위치는 다른 곳으로 바뀌었고 좀 더 넓어진 것 같았다. 디너 코스는 1인 8만 8천원이었다. 원래가 얼마였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우리에게는 가격이 중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라쿠친 스시를 떠올려보면 귀여운 개구리랑 산티아고 조형물이 번뜩 생각났는데, 여전히 개구리들이 그대로 있었고 산티아고 조형물도 문 쪽에 그대로 있었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사장님도 그대로였다! 진짜 웃긴게, 이름도 몰라 성도 모르는 사이지만, 그리고 갑자기 떠올리려면 떠올리기도 힘든 객관적으로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지만 사장님을 보니까 '와, 라쿠친 스시 사장님이다'하고 번뜩 내 기억과 사장님 얼굴이 매칭이 되면서 너무 반가웠다.
아무튼 각설하고, 우린 맛도 맛이었지만 그냥 라쿠친 스시가 다시 생긴 것이 너무 기뻤다. 우리 추억의 식당이 다시 돌아온 기분. 사라질 때 얼마나 슬펐었는데, 이렇게 다시 오픈하실 줄은 몰랐네.
처음으로 나온 것은 밤죽이었다.
아주 고소하고 담백했다. 위에 치즈가 뿌려져 있었고 밤이 무척 맛났다. 나중에 우(Woo)보고 집에서 해달라고 해야지 생각했다.밤죽
샐러드가 나왔다.
소금과 다시마, 간장소스 약간으로 간을 한 것이라고 하셨다. 사각거리는 신선한 야채에 짭쪼름한 짠내가 좋았다. 일본가면 소금에 살짝 절인 야채들이 참 맛있었는데, 집에 가서 해봐야지 해봐야지 하면서 제대로 해본적이 없네. 진짜 집에가서 해봐야지.샐러드
문어와 졸인 무.
문어가 아주 잘 삶아졌다. 적당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씹었을 때 이가 쑥 들어가는 그 느낌이 좋더라. 냠냠 무도 맛나게 먹었다. 통문어는 한번도 집에서 조리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오징어는 해봤어도 문어는 뭔가 어렵다. 잘린 문어야 스테이크처럼 해먹어보긴 했지만 조금만 오래 익혀도 질겨져서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남이 해주는 요리가 제일 맛나지. 암요~문어와 무 조림
단감과 두부, 고추와 새우 튀김.
두부와 감이라니! 뭔가 특이한 조합이다. 두부와 감을 하루 같이 두어서 두부에도 감 향이 은은하게 베여 있었다. 고추 안에 새우를 넣은 튀김이었는데, 튀김이 무척 촉촉했고 새우 육즙이 퐝 튀어나와서 고소하니 정말 맛나게 먹었다.단감과 두부, 새우고추 튀김 새우고추 튀김
돌삼치 사시미.
드디어 사시미가 나왔다. 참치도 아니고 삼치도 아닌 것이 기괴한듯 맛있었다. 양념이 살짝 되어 있었고, 위에 시소 잎이 뿌려져 있었는데 그 향이 좋았다. 생선 특유의 살짝 비릿한 향도 있었다.돌삼치 사시미
구운 가리비 관자와 성게알 크림.
살짝 구운 가리비 관자와 김, 그리고 성게알 크림. 이건 뭐 맛 없을래야 맛없을 수가 없는 꿀조합이지. 고소한 성게알 크림과 살짝 구운 가라비 관자, 김에 싹 싸서 한입에 쏙 넣었다.구운 가리비와 성게알 그림
계란찜.
예전에 이곳에서 먹던 메뉴였다. 먹으니까 문득 예전이 생각이 나더라. 블루치즈 향이 훅 풍기는 계란찜. 맛있었다.계란찜
도미.
도미 정말 맛있다. 도미 최고.
이건 맛을 대체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다.
생선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흐흐.도미
오징어.
무늬오징어라고 하셨는데, 난 이 오징어 초밥 먹을 때 꾸덕하게 이빨이 오징어에 쓱 들어가는 그 식감이 좋다. 그리고 항상 오징어 위에 슥슥 뿌려주시는 유자향이 너무 좋고. 오징어와 밥 사이에는 시소잎이 들어갔는지 그 향도 좋았다. 뭔가 상큼하면서도 꾸덕한 그런 맛.무늬오징어
광어.
두툼한 광어 살 안에 잘게 썬 지느러미 살들과 시소, 와사비. 너무 고소하고 맛났다. 적당히 숙성되어서 식감도 좋았다.
광어
참치 아카미.
부드럽고 느끼하다. 이 느끼한 참치의 느낌이 좋다던 우(Woo). 밥과 아주 잘 어울렸다. 나(Na)는 맛나지만 도미가 훨씬 더 맛났다고 한다. 나에게는 약간 비릿한 피맛이 느껴져셔 말이지 이런 느끼함 보다는 광어나 도미처럼 흰살 생선이 더 맛난 듯 (하지만 참치 뱃살은 다르지, 뱃살이 최고)참치 아카미
주도로.
우리 둘이 제일 좋아했던 참치 뱃살. 흐흐흐. 뭐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맛있지. 입에서 살살 녹고 진짜 이 고소함은 정말 다른 것과 비교할 수도 없다. 너무 고소하고 고소하고 고소하다! 고소한 치즈 한뭉텅이를 입에 넣고 스윽 녹이는 그런 느낌일랑가.주도로
단새우.
나(Na)는 꾸덕하면서도 달큰한, 뭔가 오징어와 약간 비슷한 느낌의 이 씹히는 느낌이 좋다. 하지만 우(Woo)는 단새우와 오징어는 별로라고 한다. 새우는 튀긴 것이 좋다고 한다. 근데 그래놓고 잘만 먹는다.단새우
바지락국.
파를 길게 썰어서 실처럼, 실파의 식감이 좋았다. 국물은 아주 깔끔하고 담백했다. 우리도 나중에 맑은 탕 하고 파를 이렇게 썰어서 넣어보자 그랬다. 우(Woo)는 이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나(Na)의 국물을 훔치고 싶었다고 그랬다. 풉..바지락국
국내산 말총성게와 밥, 김.
아직 덜 추워져서 쓴맛이 안난다고 했다. 북해도산 성게랑 느낌이 다르게 아주 고소하면서도 담백했다. 성게의 특유의 향과 고소함이 느껴지는데 거기에 더해 되게 프레시했고 바다가 느껴지는 맛이었다.말총성게와 밥
고등어.
나(Na)의 베스트는 도미도 뱃살도 아닌 이 고등어였다. 진짜 고소하고 숙성해서 좀 시큰한 맛도 나고, 고등어 특유의 그 향이랑 시스 향도 잘 어우러졌고. 너무 맛있었다. 우(Woo)는 교토에서 먹었던 고등어 스시가 떠올랐다고 했다. 고등어 초밥을 좋아해서 종종 그 때 교토 여행갔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진짜 고등어 초밥은 왜이렇게 맛있는거지?!
우(Woo)가 두 개 먹고 싶네 그래서 마지막에 서비스로 초밥 더 주실 때, 고등어 달라고 해서 우(Woo)에게 넘겨주었다. 허허.고등어
게우소스와 밥, 찐 전복.
전복을 쪄내면 이렇게 부드럽구나. 구워먹지 말고 쪄서 먹어야겠어! 게우소스도 우리 예전에 라쿠친 왔을 때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그 맛 그대로인 것 같았다. 맛있었다. 히히.전복 게우소스 밥
전갱이.
사실 전갱이는 잘 기억이 안나네. 앞에 초밥들이 너무 맛있었어서 그런가. 흐흐.전갱이
계란.
간 무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와사비가 살짝, 계란이랑 먹으니 잘 어울리더라. 반을 씹어 먹으니 안에서 즙이 축 나왔다. 달달한 계란빵 느낌이랄까, 폭신폭신했다.계란
바다장어.
우(Woo)가 좋아하는 장어. 예전에 석쇠에서 바로 구어주던 그 때가 더 좋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가시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바다장어
마끼.
예상되는 맛이었지만 맛나게 먹었다. 예전에 라쿠친 스시 왔을 때 김에다가 밥, 참치 막 다지듯이 썬거를 퍽 얹어서 돌돌 말아서 손에 쥐어주면 그거 진짜 맛나게 먹곤 했는데.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참치와 박 마끼
장국.
우(Woo)가 장국을 진짜 좋아했다. 라쿠친 스시 가면 초밥 먹으면서 장국을 얼마나 먹던지. 근데 처음에 장국이 안나와서 이제 없어진건가 싶었는데, 막판에 장국이 나와서 우(Woo)가 정말 좋아라했다. 우리가 집에서 하면 왜 이 맛이 안날까나?장국
솥밥.
마지막으로 솥밥이 나왔다. 오, 이제 솥밥을 주시는구나! 튀긴 가자미를 얹고 솥밥을 했다. 그리고 명란. 익힌 명란이 알알히 부서져서 밥과 섞였다.솥밥 솥밥과 장국
토실토실하고 신선한 연어알 그리고 솥밥과 장국. 정말 배불렀지만 맛나게 먹었다. 실한 가자미 살과 고소한 튀김의 맛이 밥과 섞여서 좋았다.
다 먹고 배가 터질듯한 상태로 나왔다. 정말 오랫만에 찾아갔는데 추억여행하는 기분으로 맛나게 먹고 나왔다. 이제 이곳에 오래도록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스시 생각날 때 종종 들려야겠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식도락 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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