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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단 렌트카 여행, 아카바를 떠나 붉은 사막 와디럼(Wadi Rum)으로 향하다, 와디럼 버블 호텔에 도착하다!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4. 6. 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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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아카바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둘 다 물놀이를 좋아하는데 아카바에서 스노쿨링 하며 보았던 장면들이 참 아름다웠고, 아름다운 바다와 맛난 음식과 쾌적한 호텔의 느낌, 복합적으로 다 좋았기 때문인지 아카바를 떠나기 무척 아쉬웠다. 특히 하루 뿐이었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이날은 아카바에서 와디럼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와디럼의 어느 버블 호텔을 예약해둔 터라서 이날은 사막 한가운데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이렇게 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가끔씩 새카만 경찰차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차들을 멈춰 세우고 검문을 하는 것 같았는데, 초록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렌트카들은 대부분 그냥 보내 주었다. 하지만 경찰 앞이니 잘못한 일 하나도 없지만 괜히 쫄면서 지나왔다.


    이런 곳을 지나게 되면 특히나 더 쫄게 되었는데, 다행이도 외국인들이 쓰고 있는 렌트카(초록색 번호판 달고 있으니 구분이 쉬워서 그냥 무사통과 하나보다)들은 별 문제 없이 그냥 슥슥 보내주었다.

    와디럼으로 향하는 도중에 보이던 풍경들이 특별히 달라 보이진 않았다. 요르단에서 운전하며 다니며 도로 위에서 보았던 늘상 보던 그런 풍경들이 이어졌으니까, 와디럼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황량한 들판과 아무것도 없는 돌산들이 이어졌다.


    와디럼 호텔에서 픽업을 하러 오기로 한 어느 주유소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여기서 우리 짐들을 모두 싣고서 사막 깊숙한 곳으로 떠나야했다. 차에게 별 일은 안생기겠지, 괜한 걱정이 스물스물 들었지만 어쩔 것인가! 차를 두고 베두인이 가져온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지프차를 타고 사막 위를 달려갔다. 여태 우리가 차를 타고 달리던 도로 위는 명백히 도로였다. 아스팔트가 깔린 그런 도로였는데, 지프차가 달리는 길은 대부분 우리가 보기에 전혀 길이 아닌 그냥 모래 위였다. 온통 모래 뿐인데 어떻게 길을 알고 가는 것인지 신기했다.


    지프차를 타고 사막 위를 한 20여분간 달렸던가? 드디어 우리가 머물 버블 텐트에 도착했다. 사막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둥그스름한 버블 텐트들의 모습이 기가 막혔다. 외계 행성 위에 놓인, 어느 우주 대원들을 위한 숙소 같았다.


    우리가 진짜 사막에 오긴 왔구나, 저 작고 둥근 방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온통 모래로 가득하고 멀리 바라보면 붉고 거대한 돌산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정말 낯선 곳에 그냥 툭 떨어진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둘이 와서 다행이지, 혼자는 무서워서 못 오겠는걸? 여기서 무슨 일이 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알 수 없고 그저 세상에서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두려움이 느껴졌다.


    버블 텐트 안으로 들어와서 보라색 커튼을 싹 걷어내니, 창 너머로 황량한 사막 풍경이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돌산들, 누르스름하면서도 붉은 빛이 감도는 모래 알갱이들, 뿌연 모래 먼지로 가득한 찌뿌둥한 하늘이 투명한 창 너머로 보였다.


    커튼을 싹 걷으니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그대로 텐트 안으로 뻗어져 왔다. 우리는 와디럼의 숙소를 고를 때 '에어컨'과 '화장실'이 있는 곳들을 중점적으로 알아보다가 예약했다. 일단 에어컨이 없으면 6월의 사막은 너무 더울 것 같았고(에어컨 달린 곳 하기 천만다행이었다...), 사막에서 공용 화장실 쓰는 것도 한밤중에는 좀 힘들 것 같아서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에어컨과 프라이빗 화장실 딸린 곳은 포기할 수 없었다.

    텐트 안에 달려있던 에어컨을 틀었는데, 바깥 풍경은 멋있고 내부는 시원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텐트 안에 달려있던 에어컨, 근데 가끔 전기가 나가서 에어컨이 작동 안되기도 했...다..
    텐트에 딸려 있던 화장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쉬웠던 것은 텐트 안에 냉장고가 없었다는 것! 이 황량한 사막에서 뭘 더 바라겠느냐 싶냐만은, 에어컨이 있는데 그럼 냉장고도 하나 해줄 수 없었는가하는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아카바에서 가져온 쥬스와 탄산음료, 와인을 시원하게 둘 수가 없어서 냉장고가 그리웠다.

    와디럼의 여러 체험들 중에 베두인이 살았던 방식 그대로 사막에서 하루를 보내는 체험도 있었는데, 우린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몸뚱이들이라서 에어컨과 화장실도 포기 못하고 이렇게 버블 텐트에서 지내게 되었다. 게다가 냉장고까지 바라고 있으니, 하하하.


    뿌연 모래 먼지가 잠깐 가실 때면 푸르른 하늘이 비치기도 했다. 우리가 와디럼을 찾았던 날, 날씨가 매우 좋지 않은 그런 날이었다. 투어를 하다가 모래 폭풍이 일기도 했고, 항상 뿌연 하늘과 함께했고 온 몸에는 모래가 가득했다. 그래서 잠깐 비췄던 푸른 하늘이 참 반갑게 여겨졌다.


    와디럼의 버블 텐트를 예약할 때 미리 와디럼 사막 투어도 예약을 해툰 상태였는데, 투어 시작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텐트 안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우(Woo)는 아카바에서 산 페트라 맥주를 꺼냈다. 이 노르스름한 모래들과 황량한 풍경과 왠지 어울리는 황금빛깔 페트라 맥주, 비록 냉장고가 없어 맥주의 차가움은 덜했지만 이 묘한 분위기가 맥주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

    버블 텐트 안에서 기념 사진들을 몇 장 남기고, 맥주도 나눠 마시고는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창 너머로 황량한 사막을 바라보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사막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지나가는 이가 없었고 풍경은 정지된 듯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렇게 낯선 사막 한 가운데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낯선 땅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고요한 사막을 바라보고 편안하게 누워있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투어시간에 맞춰 텐트 밖으로 나와서 잠깐 사막을 걸었다. 모래는 아주 부드럽고 고왔고 사막의 태양은 무척 뜨거웠다. 뾰족한 돌산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모래 위를 같이 걸어다니며 텐트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곧 투어가 시작되는데, 이 황량한 사막에서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무척 설렜다! 이미 충분히 신기하고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고 경이로운 풍경들도 많이 보았는데, 더 새로운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요르단은 생각보다 더 정말 매력적인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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