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요르단 여행 와디럼 지프차 투어, 광활한 붉은 사막 위를 걸으며 (요르단 와디럼 지프투어, 와디럼 일몰과 샌드보드)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2024. 7. 22. 22:46
    728x90
    반응형

    요르단 와디럼(Wadi Rum)에서의 하루 🐫🏜​

    버블 호텔에 짐을 풀고난 뒤 조금 휴식을 취하다가 투어를 하러 나왔다. 좀전에 우리를 픽업했던 베두인이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했다. 덜컹덜컹거리는 지프차에 올라타고 사막을 헤치며 나아갔다. 베두인은 시끄러운 아랍풍(?) 음악을 틀고 신나게 사막 위를 달렸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는 사람들이 낙타를 타거나 그도 아니면 걸어서 이 뜨거운 사막 위를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덜컹거리더라도 편히 차를 타고 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사막에서 이게 왠 호사냐!


    지프차를 타고 달려가다가 어디선가에서 멈춰 섰다. 우린 아주 머나먼 옛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보러 왔다. 아주 커다란 돌산 아래 검고 넓적한 돌이 보였다. 작은 철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그 검은 돌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검은 돌 위로 동물의 형상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낙타, 목이 긴 새, 졸라맨 같던 사람의 형상 등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새겨진 것 같은 흔적들을 보며 흘러간 시간들을 생각했다. 옛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돌 위에 흔적을 남겼을까?


    근처에는 낙타 여러마리들이 모래 바닥 위에 앉아 있었다. 이곳은 투어를 하며 누구나 꼭 들리는 곳인지 관광객들을 위한 안장이 얹혀진 낙타 무리들이 있었다.


    붉은 모래 위에서 낙타와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페트라에서 우와 나, 우리 둘 다 낙타를 타보았는데 생각보다 낙타가 엄청 크고 또 다리가 길어서, 그 위에 앉았을 때 몸이 지면과 너무 떨어져 있어서 꽤나 공포스러웠다. 그래서 또 다시 낙타 위에 오르진 않았다.


    암각화를 둘러보고 붉은 모래 위를 걷다가 다시 지프차에 올라 탔다. 광활한 사막 위로 달달달 소리를 내며 지프차가 달려갔다. 층층이 쌓인 모습이 크레이프 케익같이 보이던 돌산들 사이에서 멈춰선 지프차는 멈춰섰다.


    암벽 아래 넙적한 돌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어느 절벽 아래가 오늘 우리의 점심식사 장소였다. 베두인은 지프차에서 이런저런 용품들을 꺼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찌그러진 고물 냄비 위로 야채들이 볶아지기 시작했고, 새카만 찻주전자 안에서는 보글보글 차가 끓어댔다.


    도중에 가스가 다 나가서인지 베두인은 여기저기서 나뭇가지들을 긁어 모아 돌 사이에 모아 놓고, 불을 피워서 찻 주전자를 끓이기 시작했다. '불'을 참으로 많이 보았어도, 이렇게  사막 한복판에서 나뭇가지 위에서 타오르는 불을 보는 것은 생경한 광경이었다.


    돗자리 위에 차려진 우리의 점심식사. 베두인 가이드가 열심히 만들어준 토마토와 기타 야채류들의 잡탕(?) 스튜와 나뭇가지 불에 구워진 난, 땅콩소스와 후무스, 그리고 따뜻한 차. 사실 엄청 맛있는 음식들은 아니었지만, 거대한 암산 아래에서 사막을 바라보며 먹는 그 분위기가 평범한 음식의 맛을 돋구웠다.


    점심을 먹으며 갑자기 우리 앞으로 염소떼들이 지나갔다. 우르르르 지나가는 염소들을 보니 메마르고 삭막해 보이던 사막에 이리도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는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사람이 사는 곳에 동물들도 살고, 동물들이 사는 곳에 사람도 살고, 척박해보이는 이 땅 위에서도 살아갈 것들은 다 살아가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지프차에 올랐다. 드문드문 작은 관목들이 솟아난 사막 사이로 달려가던 지프차, 사방으로 보이는 광경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되었다.​

    이런 풍경만 보고 살아온 이들은 한국에 와서 우리 동네 풍경을 보며 입을 쩍 벌리고 신기하게 보겠지. 세상은 어찌나 넓은 것인지, 아무리 돌고 또 돌아봐도 새로운 것들 투성이다.


    어느 협곡에서 잠깐 멈춰선 지프차. 차에서 내려 잠깐 협곡 주위를 돌아보았다. 깊은 골짜기 속으로 소리를 지르면 목소리가 멀리 울러 퍼지며 광활한 사막으로 퍼져나갔다.

     

    베두인 가이드가 자길 따라와 보겠냐고 했다. 어디를 가느냐 했더니 바로 저 높다란 암벽 위였다. ​

    나(Na)는 무서워서 절벽 아래에서 그냥 지켜보기로 하고, 우(Woo)와 베두인은 거친 돌산 위를 거침없이 올라갔다. 그 둘이 개미만큼 작아 보이기 시작할 때는 혹시나 절벽에서 떨어져 사고가 날까봐 조마조마했다.


    밑에서 보는 사람은 조마조마한데, 위에서 돌산을 헤쳐 나가는 둘은 신이나 보였다. 나중에 우(Woo)가 말하기를, 자기도 사실 죽을 것 같이 무서웠는데 재밌었다고. 발 한걸음이라도 헛디디는 순간 떨어질 것 같아서 초긴장 상태로 암벽을 올랐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무서우면 도대체 왜 오른거야? 🤨보는 사람을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구🥲🥲!!)

    불안한 와중에 그래도 기념 사진은 남겨야겠다 싶어 밑에서 둘을 카메라로 담았다...어휴!🫣


    절벽에서 내려온 우(Woo)와 베두인 가이드. 둘 다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지프차에 오른 우리는 붉은 사막 위를 달려갔다. 이제는 또 어디로 향하는걸까?


    붉은 암산과 붉은 모래를 보니 와디럼이 왜 붉은 사막으로 불리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하늘은 모래가 뒤섞인 바람 때문인지 뿌연 모습이었다. 덜컹거리는 지프차는 붉은 암산 옆에서 멈추었다.


    우리가 와디럼을 찾았던 날은 날씨가 아주 요상스러운 날이었다. 사막 위로 모래 폭풍이 일 때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모래알들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스카프, 가방, 운동화 온갖 곳들에 모래알들이 박혀서 나중에 털어내느라 고생했다 😂


    붉은 암산 위를 올라갔다. 암산이 바람을 만나 잘게 부서지고 또 부서진 탓에 이런 모래알들이 생긴 것일까? 붉은 모래를 밟으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암산 중간에 돌탑들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도 이 공간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돌맹이들을 주워 모아 작은 돌탑을 만들었다.


    암산 위에 올라서서 발 아래 펼쳐진 붉은 사막을 바라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무수히 많은 모래알들과 바람,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우린 한없이 작아졌다.


    붉은 암산을 등반하고나서 들른 곳은 절벽 위에 놓인 아찔한 다리 앞이었다. 와디럼에서 꽤나 유명한 사진 포인트인 것 같았는데, 지프차들이 꽤나 많이 멈춰 서 있었다. 사람들은 가파른 암벽 위를 올라서 다리 위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암벽이 너무 높고 가파라서, 도대체 어떻게 저길 올라가나 싶었다. 베두인 가이드가 걱정 말라고 괜찮다고 얼른 올라가보라며, 다리 위에 오르면 자기가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핸드폰을 가져갔다. ​

    으헝헝 😭 전 안가고 싶은데요 가이드님!​
    하지만 핸드폰은 이미 베두인 손에 들어가있고, 기대에 찬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억지로 암벽을 올라갔다.

    미끄러운 암벽을 오르는데 암벽의 경사가 거의 90도에 육박하는 것 같았다. 올라가는 건 그렇다쳐도, 내려올 때 대체 어떻게 내려오지 너무 걱정되는 와중에 올라가는 내 발걸음을 무를 수도 없어서 기계처럼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다리 위에 선 순간!


    다리 위에 섰는데 오금이 저렸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고 그저 우리 둘은 아찔한 돌맹이 위에 두 다리로 서있을 뿐이었다. 베두인 가이드가 멀리서 우릴 찍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가이드의 엄지 척,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호다닥 다리 위를 내려왔다.


    중간에 멈춰서서 기념 사진도 찍어 주고 거의 네발로 기듯이 내려왔다.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기다려주고 또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내려왔다. 모든 걱정들이 기우처럼 느껴질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아주 안전하고 아무일 없이 다리 위를 오르고 내려와서 내가 오바했다 싶을 정도였다. 하하하 🥲​

    지프차는 다시 모래 위로 난, 곧 흩어질 것만 같은 길을 따라 달려갔다.


    버섯처럼 생긴 모양의 바위 앞에서 멈춰 선 지프차. 이곳도 투어 포인트 중의 하나인가 보다. 버섯 바위를 기념으로 찰칵 하고나서 사막 위를 잠깐 걸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보드라운 모래알들을 밟았다. 걸을 때마다 사막 위로 발자국들이 진하게 남았다. 이 발자국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이 사막 위를 걸어간 수많은 이들 중 하나가 되었다.


    지프차가 달려가다가 잠깐 붉은 모래가 잔뜩 깔린 협곡 앞에서 멈춰섰다. 베두인 가이드는 손가락으로 검붉은 모래를 슥슥 만지더니만, 우리 둘의 볼 위로 하트 모양을 그려 주었다.


    마지막 포인트로 향하는 길, 병풍처럼 사막을 둘러싸고 있던 기암절벽들이 참 아름다웠다.


    마지막 투어 포인트였던 이곳에서 바위 위에 새겨진 영국인 장교 로렌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20세기 무렵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아랍 민족은 영국의 독립국가 건설 약속을 믿음 삼아 반란을 일으켰다. 오스만 제국을 견제하고 싶었던 영국은 아랍인들의 반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 그 과정에서 로렌스 장군이 아랍 연합군에 파견된다.


    로렌스가 아랍 연합군에 합류하여 아랍 민족의 독립전쟁에 기여를 했다, 아랍 민족을 진정으로 대했다, 혹은 제국주의의 편에 선 영국인일 뿐이다 여러 세평들이 있지만 확실한건 영화 속 이미지에서 퍼져나간 명성으로 와디럼에서 로렌스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느 관광지들은 로렌스만 가져다 붙이면 다 먹혀들 정도로 유명해져서, 이제는 진실이 뭐든간에 빼도막도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누구의 얼굴이 여기 있던간에 이 얼굴 형상들은 우리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 얼굴 바위를 넘어 깊숙한 곳에 있던 웅장한 협곡이 더 멋있었다. 우리는 이 협곡 앞에 서서 '야호' 소리를 지르며 메아리치며 되돌아 오는 우리 목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지프차는 잠깐 주유소 같은 곳에 들렀다. 종일 사막 위를 달리다아 포장이 된 도로 위를 달리니 지프차가 침대 위인 것마냥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


    와디럼 투어의 마지막 코스, 샌드보드 체험을 하기 위해 지프차는 또 다시 사막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우리가 멈춰선 곳은 높다란 모래 언덕 위였다. 물결이 일랑이는 것 같은 무늬가 담긴 모래 밭 위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발이 푹푹 잠기는 것 같던 모래 언덕 위에서 보드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체험이었는데, 처음에는 꽤나 무서웠다. 경사가 되게 급해서 쭉 내려가다가 앞에 보이는 붉은 돌산에 꽈당 부딪칠 것만 같았다. 베두인 가이드가 전혀 걱정하지 말라며, 여기 떨어져도 부드러운 모래라서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처음 둘이서 시도한 것은 빠르게 전속력으로 달려서 모래 언덕 아래로 떨어지기! 몇번 시도하다가 이제 보드를 타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샌드 보딩은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모래 아래로 빠르게 내려갈 때 마치 바람을 타고 모래 위를 날으는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


    다만 보드를 끌어 안고서 높은 모래 언덕 위로 다시 오르는 것이 좀 힘들었다. 발이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고 보드도 모래 속으로 푹푹 빠져서 올라가는데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꽤 걸렸다.


    모래 위로 올라와서 다시 보드를 타고 그렇게 몇번 보딩을 즐기다가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멀리 사막의 끝에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온통 모래로 가득한 세상, 땅도 하늘도 모래 투성이였다. 뿌옇게 모래 가득 낀 하늘 한가운데 붉게 타오르던 태양, 사막의 일몰이었다.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와디럼을 가슴 속에 새겼다. 사막에서의 길고도 짧은 하루가 스르륵 지나가고 있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