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폭우가 쏟아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져서 버블텐트가 뚫리면 어쩌나 언뜻 걱정이 될 정도였다.
사막에 이렇게 대차게 비가 올 줄은 몰랐다. '사막'하면 메마르고 바짝 마른 모래가 떠오르는데 비가 철철 내리다니! 버블텐트 창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기이했다.
아침이 찾아왔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멍텅했다. 구름이 꽉 낀 하늘 아래 펼쳐진 모래 세상. 그렇게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사막 위 모래는 건조했고 바짝 말라 바스러졌다.
버블텐트에서 나와 조식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사막 위는 온통 모래와 커다란 암산 뿐, 나무도 없고 날아다니는 새들도 없고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고요한 사막 위에서는 우리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비가 그렇게 퍼부었는데 모래는 바짝 말라있었다. 그 많은 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나?
레스토랑으로 와서 모래처럼 메마른 음식들을 먹었다. 바짝 마른 빵과 쨈, 그리고 계란과 커피. 아삭거리는 야채들을 먹고 싶었지만 생생한 것들은 다 사라져버린 듯한 아침이었다.
배를 채운다는 느낌으로 조식을 먹고나서 다시 버블 텐트로 돌아왔다. 체크아웃까지 잠깐 주어진 시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모든 것들이 아쉬워졌다. 버블 텐트 밖으로 보이던 뾰족한 돌산을 눈에 담고, 사진을 여러번 찍고서 짐을 싸들고 나왔다.
이곳으로 올 때 탔었던 지프차를 타고 우리의 차가 세워져 있는 주유소로 향했다. 낯설었던 버블 텐트가 이제 조금 익숙해졌는데, 이제 떠나야 하는구나. 점점 더 멀어져 점처럼 보이는 버블텐트를 눈에 담았다.
간밤에 그렇게 비가 내렸는데도 쩍쩍 갈라진 땅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얼마나 메말랐던 땅인 것인지! 하늘이 뚫린 듯이 비가 쏟아졌는데도 땅은 바짝 말라 있었다.
주유소로 돌아와 우리의 렌트카를 찾았다. 간밤에 비가 쏟아져서 세차가 잘 되었나 싶었는데 흙먼지가 가득했다. 그새 또 먼지가 가득 쌓였나보다. 가이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린 다시 렌트카에 올라 탔다.
와디럼을 떠나 이제 마다바로 향하는 길. 마다바까지는 거의 3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운전해서 가야했다. 그런데 가는길 , 무슨 자연 재해라도 일어난 것처럼 하늘에 온통 먼지가 가득했다. 모래 돌풍이 지나가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도로 위로는 희뿌연 흙먼지 뿐, 나무도 없고 산도 없고 그저 끝없는 도로만 보였고 좌우로는 황량한 대지만 펼쳐졌다. 문득 푸르르고 다채로운 우리나라 도로 위 풍경이 그리워졌다. 산도 보이고 푸릇푸릇하고 가로수들이 넘치는 그런 모습.
마다바로 가는 길에 기름이 부족해서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소에 들르기 전 잔뜩 긴장을 한 상태였다. 워낙 좋지 않은 후기들이 많아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일전에 기름을 넣다가 팁을 요구받기도 했기에 그런 걱정이 더 들었다.
주로 일어나는 일로는 주유소 직원이 기름을 넣어주면서 과다한 팁을 요구한다거나, 요청한 적도 없는데 차를 막 닦고 나서 돈을 요구한다거나, 기름값을 실제 주유한 것보다 과다하게 청구한다거나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 것 같았다.
다행이도 이곳에서는 별일이 없었다. 어디서 왔냐길래 와디럼에서 왔다고 하니, 앞유리와 뒷유리를 열심히 닦아주시길래(심지어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바짝 긴장했는데 정말 선의로 닦아주시는 것이었고 기름도 정량대로 잘 들어갔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우린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꺼내 직원분에게 드리고 왔다. 무척 좋아하셔서 우리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린 그 주유소에서부터 쉬지 않고 마다바까지 갔다. 마다바는 모자이크가 유명한 도시라고만 알고 있었지,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그저 막연하게 문화 유적지가 많은 소담한 도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마다바에 진입했을 때 뭔가 여태 우리가 돌아보았던 도시들과 이곳으 확연히 다름을 느꼈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이 그득한, 요르단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도로 위에 초록색 표지판을 단 렌트카들은 보이지 않았고 온통 택시와 주민들의 차만 보일 뿐이었다. 이곳에 대체 모자이크 유적이 있긴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