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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욕지도 2박 3일 여행기 - 바다를 보며 맛난 바베큐와 욕지도 고구마 막걸리 즐기기, 욕지 대송펜션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4. 7. 22. 20:08728x90반응형
도동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마치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가파른 언덕 아래를 굽이 내려와 마주한 조용한 섬 풍경, 우리가 머물렀던 민박집에서는 푸르른 바다와 건너편 초록 섬들이 보였다. 이름은 '대송펜션'이었는데 말은 펜션이지 민박집이었다. 방 하나에 부엌과 침대가 딸려있고, 방으로 출입할 때는 창문을 통해서 출입하고 따로 잠금 장치는 없는, 가운데 마당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전형적인 민박집이었다.
사실 우리 둘다 숙소는 뜨신 물만 펑펑 잘 나오면 된다(?) 주의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이곳을 택했는데 이틀동안 여기 지내며 본 바다 풍경과 시골 정취가 아련하게 계속 기억에 남는다.
숯불을 따로 신청해도 되는데, 우린 그냥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을 구이바다에 구워 먹을거라서 신청은 안했다. 우린 숯불보다 그냥 구이바다에 바짝 꾸워 먹는 고기가 더 맛있더라. 방 바깥에 나무 테이블이 있어서 바다 바라보며, 설렁설렁 불어오는 바람 느끼며 저녁식사를 즐겼다.
오늘 우리의 저녁 메뉴는 고등어회 한마리와 소라회, 그리고 욕지도 하나로 마트에서 사들고 온 상추와 삼겹살! 섬에 놀러와서 해산물을 먹어야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육고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삼겹살을 다 먹고 나서는 역시, 삼겹살이다 엄지 척을 했다.
고기 구워 먹을 때 빠지면 섭섭한 팽이 버섯도 한뭉태기 가져왔다. 삼겹살 기름에 구우면 얼마나 맛있게요!
섬에서 산 삼겹살인데 선홍빛이 도는 것이 질이 괜찮았다. 지글지글 구이바다 불판 위에 올려 놓고 고기가 익길 기다리는 동안 회와 막걸리를 즐겼다. 막걸리는 욕지도 하나로 마트에서 모셔온 '고메 순'을 꺼냈다.
바로 요 막걸리가 진짜배기 욕지도 막걸리이다!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욕지도 고구마 막걸리'는 이름만 욕지도 막걸리이고 통영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것인데, 고메순 이 막걸리는 진짜 욕지도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였다.
고운 보랏빛을 보니 정말 고구마 막걸리 같았다.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이다 보니 맛을 볼 때도 왠지 고구마 향이 더 나는 기분이랄까? 목넘김이 아주 부드럽고 적당히 달달하고 탄산감은 조금 적은 맛있는 막걸리였다.
삼겹살을 구워 상추 쌈에 마늘 쌈장 톡 해서 냠냠 먹고, 고등어 회 한 점 간장소스에 찍어다가 냠냠, 꼬독꼬독한 소라 회 한 점 초장에 찍어 냠냠, 그리고 상큼하고 부드러운 막걸리 한 잔하며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산해진미 부럽지 않았다. 먼 바다 위로는 구름이 자욱했고, 그 아래 붉게 깔린 노을이 보였다. 이제는 지나다니는 배도 없고 세상이 고요했다. 평화로운 섬 풍경이었다.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는 와중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보니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다가왔다. 뭐 하나 줄거 없냐하는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서 귀신같이 냄새를 맡았는지 온 동네 고양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고양이들이 슬금슬금 테이블 위도 넘봐서 쫓아내느라 혼났다. 허허허.
날은 더 저물어가고 막걸리 병은 비어가고 🩵
해가 넘어가고 푸르스름해진 시간, 이 시간이 참 좋다! 저 멀리 섬 너머에는 옅은 노을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 쪽빛으로 가득 찬 하늘과 바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펜션 밖으로 나와 잠깐 주변 산책을 했다. 언덕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작은 항구가 하나 나왔다. 어선이 한 대 정박해 있었고, 노오란 가로등 불빛이 바다 위로 아른거렸다. 그리고 아름드리 핀 수국 꽃들. 시원한 바닷바람 쐬며 설렁설렁 걸으니 소화도 되고 기분도 좋고 일석이조!
펜션으로 돌아와서는 오늘 낮에 욕지도 빵집에 들러서 사온 고구마 빵과 초코 머핀을 꺼내서, 또 막거리를 꺼내 함께 즐겼다. 이번에는 욕지도 하나로마트에서 산 '생강 막걸리'. 신기해서 사봤는데 생강향은 좋긴 좋은데 역시 그냥 생막걸리가 최고다라는 생각, 다음에는 그냥 고구마 막걸리나 사야겠다 싶었다. 물론 엄청 맛나게 다 마셔버림.
TV를 틀어보니 고독한 미식가가 하고 있길래 고로상 먹는거 보며 우리도 즐겁게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냈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니 또 일본에 가고 싶어진 마음이 불쑥 커져서, 언제 한 번 가볼까나 싶은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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