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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욕지도 2박 3일 여행 - 비가 하루종일 내리던 욕지도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책읽고 멍때리고 (욕지대송펜션, 김선장 횟집)
    우리나라 방방곡곡/국내 섬 여행 2024. 7. 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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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종일 비오던 날
    욕지도에서 먹고 자고 뒹굴거리던 날의 이야기


    욕지도에서 2박 3일을 머무르는 동안 하루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 섬에서 대체 무얼 해야할까, 물놀이도 못하고 어디 구경다니지도 못하고 갑갑할 것 같았는데 민박집에 갇혀(?) 바다 멍하고 먹고 자고 푹 쉬며 보냈던 시간이 재미난 추억이 되었다.


    섬에서의 아침, 빗소리에 뒤척거리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더니 멀리 보이는 세상이 뿌연 구름 속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비가 더 마구 내리기 전에 차를 타고 민박집 밖으로 나왔다. 민박집 근처에는 따로 먹을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먹을거리들을 사와야 했다.​

    차를 타고 달려가며 차창 밖으로 보이던 뿌연 세상. 짙은 구름 밑으로 잿빛 섬들이 둥둥 떠있었다. 바다는 은빛이 감돌았다.


    차를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욕지항 근처. 욕지항 근처에 식당들이 몰려 있어서, 가서 싱싱한 활어회와 물회, 매운탕을 포장해와서 하루 종일 먹기로 했다.


    일주도로를 지나가는데 도로변에 아름드리 핀 수국꽃들이 가득했다. 비를 맞아서 더 촉촉하게 반짝이던 수국 꽃들, 세찬 비를 맞아서 그런지 꽃머리가 바닥에 추욱 늘어져 있었다.


    욕지도 일주도로 따라 가다가 수국 꽃들이 보이면 잠깐 차를 멈춰세우고 꽃들을 구경하다가 갔다.

    도동 해변 근처였던가? 붉은 수국꽃 만발한 도로 아래로 반짝이던 바다와 정겨운 어촌 풍경, 희뿌연 구름들을 멍하니 바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찾아온 곳은 김선장 횟집이라는 식당이었다. 이곳에서 활어회를 3만원 어치 판다고 하길래 찾아왔는데, 그 메뉴는 사라졌더라. 둘이 먹을거라서 많이는 필요 없어서, 회는 포기해야지 싶었는데 사장님께서 그냥 3만원 어치 해주신다고 하셔서 아싸뵹 했다! ​

    회도 주문하고 매운탕이랑 물회도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포장해서 펜션으로 돌아왔다.


    회가 있으니 와인을 안 꺼낼 수 없었다 😃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갓 떠온 회와 토실토실한 생선 구이, 물회, 그리고 우리가 직접 키운 블루베리(시골에서 따왔다)를 함께 냠냠 했다. 비가 많이 와서 밖에 있던 나무 테이블에서 못 먹고 방 안에 밥상을 펴고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했다. 뿌옇게 보이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빗소리가 더해지니 운치있고 넘 좋았다.


    그렇게 열심히 먹고 있는데 따가운 시선이 또 느껴지는 것이다! 어랏, 어제 보았던 치즈냥이였다. 어제 한 번 봤다고 좀 친해졌나본지 피하지도 않고 앞에서 알짱알짱 거리면서 계속 야옹! 야옹 거렸다.​

    아마도 '너네들이 먹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 내놔라 야용'

    이러는 것 같았는데 차마 회를 던져 줄 수는 없었고 일단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며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 계속 애잔한 눈빛으로 우릴 바라보며 야옹거려서, 결국 먹을 것들을 던져줄 수밖에 없었다.


    밥 먹고 비가 살짝 그쳐서 산책을 나왔다. 야옹이들이 이제 제법 우리랑 친해졌는지 피하지도 않고 우릴 보면 야옹야옹 거렸다. 무슨 말을 건내는 것 같기는 한데 알아들을 수 없으니, 미안하다 얘들아!

    펜션 밖으로 나와서 설렁설렁 걸었다. 희뿌연 구름 속에 잠겨버린 욕지도. 모든 것들이 뿌옇고 습하고 그치만 왠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던 비가 그친 오후.

     


    산책하고 돌아와서는 커피와 빵 타임.

    어제 욕지도 항구 근처의 빵집에서 사온 쑥 머핀과 고구마 식빵, 그리고 드립커피백으로 내린 따끈한 커피.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일기를 끄적이고, 책도 보고 커피를 마시고 빵도 뜯어 먹고 빈둥빈둥거리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러다가 술이 그리워질 때면, 아페롤 스프리츠 한 잔 타가지고 호로록 마시고 헬렐레 취해서 침대 위에 뻗어서 잤다. 잤다가 일어났다가 책보고 술 마시고 다시 또 자고 또 일어나서 노닥거리고 그러다 보니 하루가 어느새 다 가더라. 섬에서의 빈둥빈둥 하루 너무 좋다!!!


    이번에 읽었던 책,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 아침 그리고 저녁을 재미나게 읽어서 다른 작품이 궁금해 읽어봤다. 뭔가 여행지에서 책을 읽으면, 책 기억이 함께 중첩되어서 책의 이야기와 여행지의 이야기가 함께 기억되어서 기념비적이라 좋다. 책을 보면 여행도 함께 떠오른다.


    책 읽다가 출출해져서 저녁 식사 시작! 저녁은 비가 좀 그쳐서 야외 테이블에서 먹었다. 점심 즈음에 김선장 횟집에 가서 사온 매운탕을 지글지글 버너 위에 올려 놓고, 아까 점심 때 먹다 남은 회와 물회, 그리고 어제 사둔 삼겹살과 펜션 사장님표 김치로 저녁을 해결했다. ​

    그리고 욕지도 막걸리와 소주 크크크😁

     


    매운탕은 끓이면 끓일수록 더 맛있어졌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던 밤, 고요한 검은 바다를 앞에 두고 매운탕에 소주 그리고 막걸리. 기가 막힌다아아~!

    마지막에는 매운탕에 라면 사리 넣어서 쫙 쫄여 먹었는데, 지금 봐도 침이 꼴딱 넘어간다. 아이고 섬에 다시 가야겠다!


    어느새 또 귀신같이 나타난 냐옹이들. 여기 2박 3일 머물면서 야옹이들이랑 정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야옹이는 우릴 바라보고, 우린 야옹이들을 바라보고 (물론 야옹이들은 목적이 있겠지만...).

    다음에 다시 욕지도에 왔을 때 이 민박집에 머무르게 된다면, 이 야옹이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나? 야옹이들은 우릴 기억하려나, 그 때는 좀 맛난 것들을 좀 싸올께! 건강하게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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