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파티오 도고에 도착하고 호다닥 유카타를 입고서 호텔 밖으로 나왔다. 배가 고파서 일단 근처 식당에서 저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마츠야마에 오면 도미밥을 먹고 싶었는데, 마침 근처에 도미밥을 파는 식당이 있어서 찾아갔다.
식당을 찾아가는 길, 우리는 도고온천 아케이드를 지나게 되었다.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 종종 문을 연 상점들이 있어서 들어가서 재미나게 구경했다.
지브리 기념품샵에 들러서 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고 뽑기를 해서 토토로에 나온 고양이 피규어를 뽑았다. 얏호!
우리가 찾아온 식당은 '카도야'라는 식당이었다. 두근두근 도미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도미밥으로 먹으면 얼마나 맛있으려나? 기대 만발이었다.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자리가 부족해 바 테이블에 앉았다.
드링크 메뉴에 아사히 슈퍼 드라이 생맥주가 있었고, 로컬 맥주인 도고 비어도 있어서 모두 맛보고 싶은 마음에 하나씩 주문해보았다.
와, 메뉴판을 펼치니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우리가 탐냈던 것은 우와지마 자코텐 구이! 자코텐은 우리나라 '어묵'이라고 보면 되는데, 일본의 여러 지역마다 잡히는 생선들이 달라서 어묵 맛이 다 다르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우와지마 지역은 아직도 생선을 100% 사용해서 만드는 오래된 어묵집이 많은데, 그래서 우와지마 자코텐이 유명한 것 같았다.
사실 어묵을 불에 구워먹는다니 상상만 해도 그냥 맛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정식 메뉴들만 시켜도 양이 많을 것 같아서 주문하지 못했다.
도미밥(타이메시)는 마쓰야마식과 우와지마식이 있는데, 마쓰야마식의 타이메시는 찐 도미밥 형태이고 우와지마식의 타이메시는 날것의 도미회를 간장에 곁들여 밥과 먹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비록 마쓰야마에 오긴 했지만, 카도야는 우와지마식 타이메시를 파는 곳이어서 우린 향토요리 3가지가 같이 나오는(그러면 자코텐도 맛볼 수 있었다!) 우와지마식 타이메시 정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먼저 맥주가 나왔다. 시원한 아사히 생맥주와 로컬맥주인 도고 병맥주! 그리고 방금 전 도고 아케이드에서 뽑기한 토토로 고양이도 놓고 기념 사진을 찰칵 😁😁😁
둘 다 마셔봤는데 도고 맥주가 훨씬 더 맛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편의점에서 잔뜩 사서 마셨다. 하하하.
맥주를 홀짝이고 있으니 도미밥이 나왔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미 그릇에 담긴 도미회였다. 사발에는 간장과 날계란이 담겨 있었고 반찬이 세가지가 나왔다. 그리고 고슬고슬한 밥까지!
도미회를 간장과 날계란이 담긴 사발에다가 넣고 휘휘 저어서 밥 위에 얹어서 후루룩 먹었다. 우와, 이거 정말 맛있다. 도미회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짭조름한 간장에 고소한 계란과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계란의 끈적끈적한 느낌이 마를 간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맛나게 먹었다.
맥주와 타이메시 모두 다 싹싹 비워냈다. 인상적이었던 첫끼였다. 이 도미밥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나서, 다음에 도미밥 먹으러 또 마쓰야마에 오게 될 것만 같다.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우리는 도미밥에 쓰였던 간장도 사왔다. 한국에 돌아가서 광어나 우럭으로 한번 만들어 봐야하나?
식당에서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디저트로 먹을려고 하나씩 사왔다. 도고온천 아스카노유가 근처에 있어서 걸어가는 길에 맛나게 먹었다. 아스카노유에 들어가기 전 꽃들로 휘양찬란하게 장식된 공간을 거닐며 기념 사진들을 남겼다.
도고온천 아스카노유! 이곳에 온 이유는 마쓰야마 공항에서 한국인이라고 받은 공짜 온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고온천 본관은 공사중이었고 이곳은 아스카 시대 양식으로 2017년에 새로 지은 별관이었다. 매표소에 가서 공항에서 받은 쿠폰을 내미니 입장권으로 바꿔 주셨다.
신발을 따로 보관해두어야했는데 열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00엔이 필요했다. 나중에 키를 다시 꽂아두면 동전이 다시 뾱! 튀어 나왔다.
아스카노유
건물 콘셉트는 쇼토쿠 태자 (聖徳太子) 가 와서 목욕했다는 이야기와 사이메이(斉明)천황의 행차 등의 이야기와 전설이 남아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에 걸맞은 아스카 시대 (飛鳥時代) 의 건축양식을 도입한 목욕탕입니다.
도고온천 본관과 같이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가열하거나 다른 물을 섞지도 않은 원천 수가 그대로 흐르는 비진노유「美人の湯: 미인탕」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지붕 위에는 도고온천의 상징인 옥탑을 배치하고, 중정은 쇼토구 태자가 도고온천에 입욕하러 오셨을 때 남겼다고 하는 [ 유노오카노 히분 (湯岡の碑文: 탕강의 비문]에 「 신의 온천을 둘러싸고 동백나무가 서로 가지를 엮어 무성하고 동백나무 열매는 꽃잎을 덮고 온천에 늘어져 있다] 라고 묘사된 당시 모습을 「동백나무숲」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늦은 저녁에 찾아서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해서 편안하게 즐기기 좋았다. 커다란 탕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타일 벽화가 인상적이었다.
물이 미끄덩거리고 특유의 유황 냄새도 약간 났다. 물이 좋아서 오랫동안 탕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름다운 벽화도 구경하고 노천탕에 가서 바깥 공기를 쐬며 온천을 즐기기도 했다.
온천을 마치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온몸이 개운했다. 으아~ 좋다! 로비 쪽에 우유 자판기가 있길래 흰우유병 하나를 뽑았다.
온천 후에 마시는 우유는 언제나 최고이다 🫙
도고온천 아스카노유 건물 꼭대기에는 학 동상이 있었다. 새하얀 학이 하늘로 향해 날아오르는 듯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온천 앞에 도장 찍는 곳이 있어서 기념삼아 도장을 찍었다.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니 왜 학 동상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날 다리에 상처를 입은 하얀 학 한마리가 이곳을 찾았다가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나서 싹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