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카르스트를 돌아보고 니요도 강 근처에 잡아둔 온천호텔로 돌아가는 길. 내일 고치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있는 호텔을 알아보다가, 니요도 강 근처의 QRAUD Tosawashi Kougeimura Hotel(큐라우드 토사와시 코우게이무라 호텔)을 예약해두었다.
시코쿠 카르스트에서 돌아가는 길은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다.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외길이 계속 이어져서, 앞에 차가 올까봐 조마조마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채로 운전을 하며 호텔로 왔다.
호텔은 강변 국도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산이 병풍처럼 건물을 감싸고 있었고 앞에는 강이 흐르는, 자연 속에 폭 담겨 있는 호텔이었다.
Quaud 호텔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종이 만들기나 방직기를 이용해 실을 엮어 천을 짜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호텔 로비 천장에는 거대한 종이 작품이 걸려 있었는데, 작은 조각이었으면 그냥 종이 쪼가리였겠지만 이렇게 멋드러지게 걸어 놓고 보니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호텔은 무척 넓고 깔끔했다. 무거운 캐리어가 둘이나 있어서 고역이었는데 직원분께서 방 앞까지 가져다 주셨다. 방으로 가며 흘깃흘깃 주변을 둘러 보았는데 인테리어가 참 멋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고 있던 우리의 다다미방. 푸근하고 따스한 냄새가 났다. 가운데에 간단히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테라스도 있었다.
잠깐 테라스에 나가서 푸르른 산을 바라보고 상쾌한 공기를 마셨다.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어서 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산 속 펜션에 온 기분이었다.
호텔에 온천이 있어서 짐 풀고 좀 쉬다가 온천을 하러 갔다. 미리 호텔에 있는 프랜치 레스토랑에 저녁식사를 예약해두어서, 그 전까지 온천욕을 즐기며 쉬기로 했다.
여자와 남자 탕이 나뉘어져 있었다. 안에 들어가면 라커가 있어서 짐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실내에도 온천탕이 여러개 있었고 야외도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건 야외 온천탕!
졸졸졸 물소리가 듣기 좋았고 차가운 공기를 쐬면서 온천하니까 시코쿠 카르스트 갔다 오며 쌓인 피로가 사르르르르 다 풀렸다.
온천을 하고 나와서는 넓은 휴식공간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온통 다 일본어로 된 책들 뿐이었지만, 무민 책 하나 꺼내서 그림들만 슥슥 보며 책을 읽었는데 재미났다.
저녁을 먹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1층 로비에 내려가서 기념품 샵도 구경했다. 다양한 공예품들과 먹을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밖에 나가니 이제 해는 산 너머로 다 저물었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산 모양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늘상 보던 산 모양과 아주 비슷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가 맞나 보다.
호텔에 딸린 프렌치 레스토랑. 예약하면서 미리 저녁식사도 예약을 해두어서 시간 맞춰서 식당으로 갔다.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저녁식사로 즐길 음식은 프렌치 코스요리였는데 같이 곁들여 마시려고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이렇게 코스 안내하는 종이를 줬는데, 까막눈이라 알 수 없어서 번역기를 돌렸다 😅😅
화이트 와인 차갑게 마시니 맛과 향이 아주 좋았다. 와인을 마시는 횟수가 점점 늘다 보니 느끼는 건데, 우리 둘은 그냥 맛난 음식이랑 먹으면 와인은 항상 맛있는 것 같다. 비싼 와인을 마시든 싼 와인을 마시든간에, 항상 술이 주가 아니고 음식이 주고 술은 곁들이는 느낌이랄까.
관자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스프와 생선과 소고기 스테이크, 디저트까지 코스로 천천히 음식들을 즐겼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음식들도 먹고 술도 마시고 천천히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서는 온천욕 하고 나서 먹을 요량으로 로비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종류별로 아이스크림이 잔뜩 있었다.
저녁에 다시 온천욕을 하러 갔다. 사람들이 한명도 없어서 찍은 내부 사진. 보니까 새록새록 또 생각이 나네. 호텔이 꽤나 넓은 것 같았는데 늦은 저녁시간에는 온천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넓은 탕을 혼자 전세낸 것처럼 쓰고 왔다.
온천욕 마치고나서는 아까 로비에서 사온 소르베를 냠냠 먹으며 입가심을 하고, 마쓰야마 편의점에서 사온 사케들을 꺼냈다.
사케 삼종세트 중에 딱 하나 꺼내서, 원래 마시던 유자 술이랑 같이 홀짝홀짝. 그리고 유부트로 고독한 미식가 틀어서 보기 😁😁
안주삼아 샀던 매실두부는 너무 셔가지고 한입 먹고 버렸다. 알고 보니 아주 조금씩 밥이랑 먹는거라는데, 멋도 보르고 한입 왕 베어물고 괜히 버려서 아깝네.
테라스에 나가서 밤공기도 쐬고 밤하늘의 별들도 구경하고 그러다가 다다미 위에 요를 깔고서 푹 잠에 빠져 들었다. 편안한 휴식을 취했던 니요도에서의 힐링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