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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포항 여행 파도가 철썩이던 숙소에서 하룻밤 그리고 일출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1. 11. 25. 13:41728x90반응형
어느 바닷가 앞 숙소.
창문을 열어두면 파도 소리가 철썩 철썩 들려왔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스파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몸을 녹였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그렇게 내 자신이 의미 없어지고 하루하루가 그저 그래 보이다가도
이렇게 가끔씩 바람 쐬러 나오면 뭐 사는게 별거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돈 벌고 돈 쓰고 그러면서 보통의 사람처럼 사는게 행복한 것이지 싶기도 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과 바다를 사진에 담고, 차를 타고 다시 구룡포 시내로 향했다. 근처에 가까운 마트가 없어 장을 보러 시내까지 가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을 봐서 숙소에 들어올 껄 그랬다.
저녁은 근처 횟집에서 사온 모듬회랑 매운탕, 마트에서 사온 과일과 술, 점심에 먹다 남은 대게.
컴컴한 밤이라 멀리 바다가 보이진 않았지만 파도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바다가 바로 옆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그렇게 저무는 하루.
다음날 아침,
주인 아저씨에 말로는 오른편 가장자리에서 해가 뜨는게 보일거라고 하셔서 굳이 호미곶까지 가지 않고 그냥 숙소에서 일출을 보았다. 사실 전날 늦게 잠들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어.
잔잔히 파도소리가 귓가에 울려와 눈을 뜨고 눈 비비적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창 너머를 바라보니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바다도 붉게 물들었고 자갈돌들도 붉게 물들었다. 숙소의 이불도 계단 난간도 붉게 물들었다. 그럼 나도 붉게 물들었던가?
수평선 위로 구름이 짙게 깔려있어서 해가 동그랗게 솟아오르는 장면을 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기다림은 꽤나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윽고 해가 동그랗게 떠오르는 순간, 2020년 들어 처음 보는 일출이었다.
새해 첫 날 맞이하는 일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2020년 첫 일출이니까 윗층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급하게 깨워서 계단 밑으로 내려와 창문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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